잡채와 만두를 내 손으로… 유럽 3개국서 한식 쿠킹 클래스 성료
2025-07-18주요내용
K-콘텐츠의 잇따른 성공에 한식 역시 주목받는 한류 연관산업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에서도 다양한 한국 식당이 문을 열었고 김치나, 테이블에서 고기를구워 먹는 한국식 바비큐는 이미 현지에서도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한식 메뉴다. 그동안 한식이라고 하면 떠올렸던 비빔밥을 넘어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이 방송에서 먹은 떡볶이, 한국 드라마 장면에 등장한 족발, 예능 프로그램에서 더위에 지친 몸을 위해 먹는다는 삼계탕 등 여러 한국 음식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그 가운데 주영한국문화원, 주독일한국문화원, 주스페인한국문화원이 협력해 운영한 순회 프로그램으로 한국 식문화의 다양성과 우수성을 유럽 현지에 직접 소개하는 뜻깊은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 6월 19일 영국 런던을 시작으로 약 2주간 독일 베를린, 스페인 마드리드까지 유럽 3개국을 순회하며 국가별로 2회씩 쿠킹 클래스를 진행했다. 주스페인한국문화원은 CJ제일제당과 함께 6월 26일과 28일, 마드리드 시내 요리 학원(A Punto Escuela de Cocina)에서 한식 쿠킹클래스를 열어 현지 참가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이번 강좌는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KOFICE)이 주관하는 2025 투어링 케이-아츠(Touring K-Arts) 사업 일환으로 진행됐다. 해당 사업은 재외한국문화원(홍보관)과 협력해 한국의 우수 문화예술 프로그램(단체)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이를 통해 한국 문화예술의 국제교류를 활성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쿠킹 클래스는 CJ제일제당이 추진하는 한식 차세대 셰프 발굴 및 육성 프로젝트인 퀴진 케이(Cuisine.K) 소속의 이연주, 이경운, 최수빈 셰프가 진행했다. 이들은 모두 미쉐린 가이드 레스토랑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차세대 한식 셰프로 행사 내내 밝고 건강한 에너지를 기반으로 참가자들과 교류하며 즐거운 시간을 만드는 데 큰 몫을 했다.

< 지난 28일 쿠킹 클래스에 참가한 현지인들과 CJ제일제당 퀴진케이(Cuisine.K) 소속 세프 및 관계자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번 행사는 목요일과 토요일 두 번으로 나뉘어 진행됐으며 참가자들은 한식에 대한 관심,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도, 홍보를 위한 소셜미디어 참여도를 기준으로 선정됐다. 회차당 16명 정원으로 총 2회 진행된 프로그램에 약 270명의 신청자가 몰려 높은 관심과 인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35도가 웃도는 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행사장에 일찍 도착한 참가자들은 저마다 한식에 대한 애정과 흥미를 가지고 있었다. 한 참가자는 "2주 전 한국 여행에서 돌아왔고 여행 후 무엇보다도 기억에 남은 것은 한국에서 먹어본 다양한 음식이었다."고 했다. 이어 "전문적인 설명은 들은 적이 없지만 한국 음식에서는 맛이나 색깔의 조화를 중요시하는 것 같았다."며 "한국에서 요리 수업을 듣고 싶었지만 영어로 진행하는 수업을 찾을 수가 없어 아쉬웠는데 이번에 좋은 기회를 얻어 너무 감사하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 요리 실습 전 진행된 셰프 소개 및 영상 시청 - 출처: 통신원 촬영 >
쿠킹 클래스는 '궁중 음식과 현재 한국 요리'라는 주제로 전통 한식의 현대적 해석을 조명했다. 선물 꾸러미와 함께 예쁘게 꾸며진 테이블에 앉은 16명의 참가자들은 먼저 이연주 셰프의 사전 강의와 개요를 들으며 함께 만들어 볼 잡채와 만두에 대해 배우고, 영상을 통해 해당 음식에 담긴 역사와 문화를 이해했다. 참가자들은 높은 집중도를 보였는데 특히 셰프의 말이나 영상 속 내용을 받아 적는 등 열정적으로 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실습 시간에는 이연주 셰프가 먼저 잡채를 만드는 법과 플레이팅 방법, 그리고 현지 음식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에 대해 시연했는데 참가자들은 하나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해 나갔다. 특히 스페인의 주식인 빵(PAN)에 잡채를 끼워 만든 잡채 보까디요(스페인식 샌드위치)는 꼭 밥과 함께 먹어야 하는 잡채가 아니라 다양하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알 수 있는 좋은 예였다. 강의가 끝난 후 참가자들은 재료를 썰고, 양념장을 만들고, 볶고, 삶는 등 잡채를 직접 만들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잡채를 너무 좋아한다는 한 참가자는 "만들어볼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이번 기회에 제대로 배워 매일 해먹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참가자들 중에는 한식에 대한 이해만큼이나 한국어를 배우는 이들도 많아 셰프에게 직접 한국어로 인사를 건네거나 질문하는 등 재미난 광경들이 펼쳐졌다. 이경운, 최수빈 셰프 및 한국 스태프들은 참가자들의 사이를 오가며 쿠킹 클래스가 즐겁게 진행되도록 최선을 다했다. 활발하고 유쾌한 스페인 참가자들과 잘 어울리며 즐거운 수업 분위기가 형성됐다.

< 잡채와 만두들 직접 만들어 보는 참가자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참가자들은 직접 만두를 만들어 보는 시간도 가졌는데 만두 모양을 내는 것이 어렵지 않을까라는 기우와 달리 처음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예쁘게 빚어내고 있었다. 만두를 훌륭하게 잘 빚어낸 한 남성 참가자에게 요리를 자주 하는지 물으니 "전혀 하지 않는다. 특히 만두를 만들어 볼 생각도 하지 못했다. 예쁜 딸을 가질 수 있겠다."며 셰프가 시연하며 설명한 '만두를 예쁘게 빚으면 예쁜 딸을 낳는다'는 한국의 속설을 언급했다. 채식주의자 참가자에게는 채식 옵션을 제공해 잡채에는 고기 대신 버섯을 넣고, 비건 김치로 만든 만두를 먹을 수 있게 했다. 스페인에는 한국보다 채식주의자가 많아 채식주의자를 위한 메뉴를 갖춘 식당도 많다. 이 같은 옵션은 다양한 채소로 조리할 수 있는 한식이 이들에게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또한 요리를 설명하면서는 어려운 식재료가 아니라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들로 구성했고, 이는 한인 및 아시안 마트에서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을 알려 스페인 현지에서 한식을 요리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님을 상기시켰다. 채식주의자 참가자인 이레네는 "한국 드라마를 봤을 때 고기를 먹는 장면들이 많이 나와 자신과 같은 채식주의자는 한국에서 살기 힘들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는데, 한식을 알고 난 후 생각보다 많은 한국 음식이 채식주의자에게 좋을 대안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라고 전했다. 특히 이날 소개된 비건 김치에 대해서는 "자신과 같이 한식을 즐기는 채식주의자에게는 정말 중요한 소식"이라며 기뻐했다. 한국에 휴가를 갔다가 한국과 사랑에 빠진 남자친구를 둔 노엘리아는 "오늘 배운 음식을 집에서 직접 만들어 함께 먹어봐야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 (좌)셰프가 직접 선보인 잡채를 활용한 다양한 플레이팅, (우)시식을 즐기는 참가자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참가자들은 마지막으로 직접 요리한 잡채와 만두를 시식하는 시간을 가졌다. 참가자들이 가장 기다린 시간이기도 했는데 요리하는 내내 맛있는 냄새로 고통스러워하던 참가자들은 자신의 요리를 맛있게 먹으며 요리 과정에 대한 담소를 나누었다. "맛있다"라고 연신 한국어로 외치는 참가자들 덕분에 웃음이 터지기도 했고, 16명의 모든 참가자가 포크 대신 젓가락을 선호하고 실제로 능숙하게 젓가락질을 해 놀라기도 했다. 행사 내내 원활한 진행을 위해 뛰어다닌 퀴진케이 관계자들은 "스페인인들의 활발하고 밝은 에너지 덕분에 즐겁고 재미있는 행사가 진행된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는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 진행을 도와준 마드리드 시내 요리 학원(A Punto Escuela de Cocina) 소속 셰프인 구스타보는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학생이기도 하며 행사 당일 저녁 열리는 학원의 한식 쿠킹 클래스를 직접 진행한다."고 밝혀 한식과 한국문화의 인기가 절대 과장이 아님을 다시 한번 방증했다. 스페인에서 한류의 인기만큼이나 함께 주목받고 있는 한식은 이미 현지에서 대중화된 중식 및 일식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현지인들을 성공적으로 사로잡고 있다. 이번 쿠킹 클래스와 같은 정부 및 기관의 적극적인 한국 음식 홍보는 한식의 대중화와 인기가 더 단단해져 스페인 사회에 융화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사진출처 - 통신원 촬영
통신원 정보
성명 : 정누리[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스페인/마드리드 통신원] 약력 : 한국어 교사
- 해당장르 :
- 일반
- 해당국가 :
- Sp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