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분석] 제27회 상하이국제영화제를 통해 살펴본 외국 영화 선호도 변화
2025-08-04주요내용
6월 13일부터 22일까지 제27회 상하이국제영화제가 개최됐다. 상하이국제영화제는 중국 유일의 국제 A급 영화제로 특히 금작상(金爵奖) 선정은 국내외의 꾸준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금작상 5개 부문에는 119개 국가(지역)가 참가했다. 총 2,800편 중 1,820편은 세계 최초 상영이며 나머지 520여 편은 국제 무대 최초 상영이다. 올해 최초 상영작 수는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현지 언론은 "21명의 금작상 심사위원은 아시아, 아프리카를 비롯해 아메리카, 유럽 14개 국가(지역)에서 초청됐다. 전 세계 영화계의 다양한 인종, 젊은 세대를 아우르도록 선발했다."고 전했다. 특히 아시아 신인 부문에는 2000년대 출생 심사위원이 대거 뽑혀 전체 평균 연령 35세를 기록했다. 올해는 중국과 유럽연합 수교 50주년, 중국과 이탈리아 수교 55주년, 중국과 태국 수교 50주년 등을 계기로 유럽 및 동남아 지역의 영화·다큐멘터리 제작사가 상하이 전시 및 교류 협력을 위해 참가했다. '이탈리아 영화 주간'은 <무방비 도시(罗马, 不设防的城市)>, <시네마 천국(天堂电影院)> 등 20여 편의 이탈리아 걸작을 약 100회 상영했다. 금작상 메인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은 이탈리아의 유명한 감독인 주세페 토르나토레(Giuseppe Tornatore)가 맡았으며 그는 영화제 브랜드 행사인 '영화학당'에 출연하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아시아 투데이' 부문을 추가해 한국 상업 영화 신작 3편 <베테랑2>, <야당>,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젊은 세대의 입소문을 타고 올해 상하이국제영화제의 상영작뿐만 아니라 기념품이 관심을 끌기도 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극장별로 받을 수 있는 기념품을 정리해 게시글로 올리기도 하고 부스가 몇 시에 열리는지 공유하는 모습이었다.


< 제27회 상하이국제영화제 현장 및 기념품 - 출처: 통신원 촬영 >
샤오홍슈(小红书)를 통해 살펴본 일본 영화에 대한 열기 이번 상하이국제영화제 경쟁 부문과 비경쟁 부문에 총 11편의 일본 영화가 참가했다. 특히 올해는 '일본 영화 주간'이 중국 젊은 세대에게 큰 환영을 받는 부문이었다. 22일까지,<네무루바카(睡觉的笨蛋)>, <아버지와 나의 끝나지 않은 노래(父亲与我的永恒之歌)>, <언더 닌자(地下忍者)>, <나에게 어울리는 호텔(适合我的酒店)>, <선셋 선라이즈(日落日出)>까지 총 여섯 작품이 상영됐다. 영화제를 앞두고 샤오홍슈에서는 "영화제에서 꼭 봐야 할 일본 영화", "먼저 사고 봐야 할 일본 영화 총정리" 등 일본 영화에 대한 기대와 인기를 엿볼 수 있었다. 매표가 시작된 6월 초 여섯 작품 모든 상영 시간의 좌석이 매진되면서 샤오홍슈에 영화 양도를 부탁한다는 게시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중국 젊은 세대가 유독 일본 영화에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 영화 주간'에 소개된 영화 네 작품이 소설과 만화를 각색한 실물 영화였기 때문이다. 소설과 만화로 이미 팬이 확보돼 있기 때문에 영화에 대한 기대도 쉽게 편승했다는 것이다. 통신원은 '일본 영화 주간'에 상영된 <아버지와 나의 끝나지 않은 노래>를 보고 나오는 중국 관람객을 대상으로 간단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관람객 A는 "영화를 본다는 것은 생동감 있는 표현을 보고 느끼기 위해서가 아닐까요? 소설이나 만화를 보면서 작가와 일대일로 독대해 작가의 의도를 읽어내는 것도 좋아하지만, 좋아하는 작품 혹은 장면이 어떻게 영상으로 연출되는지도 궁금했어요. 저와 같은 이유로 이번에 기회에 영화를 관람하러 온 사람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람객 B는 "소설이나 만화를 보는 것을 좋아하지만 이 영화 원작은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소설의 원작이라길래 예매했는데 사실은 소셜미디어에서 이 영화에 관한 내용이 계속 올라와서 예매했어요. 돈 낭비나 시간 낭비는 적어도 안 하겠다는 보험 심리 같은 것이죠. 일본의 소설이나 영화는 보다 더 독특한 시각과 사고가 있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 이런 생각을 한다고?'하면서 보게 되는데 관객으로 하여금 기가 빨리게 한다던가, 뻔한 미장센이 등장하는 등 상업적인 요소가 덜 해서 좋아요. 확실히 일본 작품은 현미경 같은 자세한 묘사가 영화에도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내년에도 티켓팅에 성공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라고 소감을 전했다.

< 영화 '아버지와 나의 끝나지 않은 노래' 포스터 - 출처: 도우반(豆瓣) >
한편 예술 영화와 감정 힐링에 대한 꾸준한 수요의 증가도 일본 영화가 채웠다는 의견도 있다. 현지 언론은 "일본 영화는 꾸준히 국제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낼 예술적 성취와 상업적 가치가 성숙한 영화산업을 갖췄다."고 말한다. 일본 영화는 어떻게 이렇게 강한 감화력을 가질 수 있었을까? 1. 미학과 민족성 우선 모노 노아와 레(物哀)를 꼽는다. 존재하는 모든 사물을 가리키는 '모노(物)'와 슬픔, 감동이라는 '아와레(哀れ)'를 합성한 의미로 우아하고 무상을 의미하는 비애가 섞인 미의식이다. 간단히 말해 일본적 슬픔의 감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런 함축적인 미학은 섬세한 감정을 완곡하고 정교하게 표현하는 데 탁월한 효과를 만들어낸다. 두 번째로 모노 노아와 레를 극대화하는 민족적 성격의 발현을 원인으로 들고 있다. 성격 속 내성적이고 강인함은 마치 영화 속에서 잔잔한 호수 아래에 숨겨진 암울함과 같아서 감정이 결핍돼 보이거나 너무 풍부하지 않게 내면의 생동감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2. 스토리텔링과 디테일 일본 영화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추지만 일상생활에 깊게 침투해 내면의 감정 세계를 보여주는 데 능숙하다. 사회적으로 보여줘야 하는 자아와 내면의 자아가 다른 모습들을 자세하게 연출한다. 관객으로 하여금 외국 영화이지만 저 주인공이 곧 나라는 착각을 하게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같은 동아시아 국가이라는 점에서 문화적 유사성이 크고 작게 작용하는 것도 매력을 끄는 큰 이유 중 하나다. 캐릭터의 내면세계를 깊이 탐구하는 것에서 어떤 감정에 대해 성찰하고 고찰하게 되는 기회를 얻게 된다. 3. 화면 예술과 음악의 조화 화면 구성 또한 마치 한 폭의 정교한 그림처럼 대칭과 여백의 활용을 중시하면서 교묘한 배치와 세심한 미술 작업을 통해 감독의 독특한 미적 정체성뿐만 아니라 주인공의 감정 표현의 중요한 매개체가 된다. 시나리오와 미술 감독만큼이나 음악 감독과의 작업을 신경 쓰는 일본 영화는 2차원 세계의 일본 소설과 일본 만화를 벗어나 일본 영화의 세계로 관객을 이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是枝裕和),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 그리고 이와이 슌지(岩井俊二) 감독의 작품이 그에 해당한다. 현장 인터뷰와 중국 평점 사이트 도우반(豆瓣)의 일본 영화에 대한 평론, 그리고 현지 언론 내용을 정리해 봤을 때 세 가지로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일본 유명 소설과 만화를 각색한 영화라는 기대, 예술 영화와 영상미에 대한 수요 증가,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내면세계 통찰에 대한 공감이다. 한국 상업 영화 매진 실패 올해 상하이국제영화제에 한국 영화는 총 5편이 참가했다. '공식 추천: 명감독 신작 부문'에 선보인 홍상수 감독 영화 <그 자연이 네게 뭐라고 하니>와 <수유천>을 비롯해 <베테랑2>, <야당> 그리고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까지 세 편의 상업 영화를 공개했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두 편은 상영 하루 전에 매진됐다. 이에 반해 상업 영화는 상영 당일까지도 매진에 실패했다. 소셜미디어와 도우반에는 "이번 영화제에서 한국 영화의 상영 시간이 너무 애매하다", "배우 얼굴 보러 간다."는 평이 다수였다. 이를 방증하듯 <베테랑2>는 도우반 평점 5.9점, <야당>은 6.9점으로 올라와 있다. 통신원은 <수유천>을 관람하고 나온 관객에게 인터뷰를 시도했다. <수유천> 이외에도 한국 영화를 예매했냐는 질문에 응답자 대다수는 "한국 영화로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만 예매했고 다른 국가의 영화를 예매했다."고 밝혔다. 이어서 관람객 C는 "한국 대중 영화에 대한 공감을 옛날만큼 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독특한 전개이지만 그렇다고 우리 생활과 완전히 동떨어지지 않은 내면세계를 비춘다는 점에서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한편 2020년대 들어 북경 영화진흥위원회와 주중한국문화원이 KOFIC 한국영화제를 중국에서 자체 진행한 적은 있지만 한중 수교를 기념해 상하이국제영화제가 '한국 영화 주간'을 개최한 일례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여전히 한중 경색과 정치적인 이슈가 문화교류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맞지만 이를 이유로 꼽기에는 지난해보다 못한 한국 영화에 대한 열기를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어 보인다. 한국 영화가 중국의 영화산업에서 정체성과 매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떤 철학을 견지해야 할까?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상하이국제영화제 홈페이지, https://www.siff.com - 《百家号》 (2025. 2. 27). 日本电影为何总能触动人心?这些佳作你真的看懂了吗?, https://baijiahao.baidu.com/s?id=1825128419603942519&wfr=spider&for=pc - 《百家号》 (2025. 3. 26). 日本电影:细腻情感背后的艺术密码,https://baijiahao.baidu.com/s?id=1827619481851122236&wfr=spider&for=pc -《百家号》 (2025. 4. 9). 探索日本电影魅力:从文化交融到人性探索,https://baijiahao.baidu.com/s?id=1828857084509108422&wfr=spider&for=pc - 《新华网》 (2025. 5. 21). 2025年上海国际电影电视节将于6月13日至27日举行 每一帧都是生活,人人皆可参与, http://www.xinhuanet.com/ent/20250521/8399d7b3abe14226b01d7c1161049b74/c.html - 샤오홍슈 계정(@我家奂奂), http://xhslink.com/a/ufq7skFupFVfb - 샤오홍슈 계정(@i人Rika), http://xhslink.com/a/UmlbbzImbQVf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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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 김근희[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중국(상해)/상해 통신원] 약력 : 복단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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