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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몬트리올을 물들이는 한국문화 축제 '포차(Pocha)'

2025-09-01

주요내용

  
지난 몇 년간 캐나다에서는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확산됐다. 케이팝과 한국 드라마를 중심으로 시작된 한류는 이제 다양한 연령층과 가족 단위 관람객들에게 확산됐고 토론토와 밴쿠버, 오타와뿐만 아니라 캐나다 구석구석에서 만날 수 있게 됐다. 퀘백 주 몬트리올에서는 '포차(Pocha)'라는 독창적인 이름의 한국 거리 축제가 있다. 한국 길거리 음식과 케이팝, 그리고 팬 굿즈 마켓이 결합된 이 축제는 매년 여름, 다운타운 한복판에서 마치 대학교 축제를 연상시키는 열린 분위기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공동 설립자이자 공동 디렉터로 있는 티엔(Thien)과 야스코(Yasuko)를 만나 온라인 인터뷰를 진행하며 축제 '포차'가 어떻게 기획됐고, 어떤 비전으로 확장되고 있는지 들어보았다.
몬트리올 축제 '포차(Pocha)'

< 몬트리올 축제 '포차(Pocha)' - 출처: 포차 축제 제공 >

시작은 의외로 '일본 길거리 음식 축제'였다. 2016년 일본 비디오 아티스트였던 기획자들은 '야타이 몬트리올(YATAI MTL)'이라는 축제를 열어 길거리 음식 행사를 처음으로 이끌었다고 했다. 단 두 개의 라멘 레스토랑과 1,000명의 관객으로 시작했지만 매년 규모가 커졌고 성공적인 몬트리올 축제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매년 길거리 음식 축제를 준비하면서 '한국에도 훌륭한 길거리 음식이 많은데 왜 이를 소개하는 몬트리올 축제가 없을까?'라는 생각에서 '포차' 축제의 아이디어가 탄생했다고 했다.

그러던 중 거리 한복판에서 모르는 이들이 같은 음악에 맞춰 함께 춤추는 랜덤플레이댄스(Random Dance Play)'를 접한 것이 결정적인 전환점이 됐다고 했다. 그 장면은 기획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이후 한국문화, 특히 케이팝을 전면에 내세운 '포차' 축제를 시작한 동기가 됐다고 했다. 2019년 첫선을 보인 '포차'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쳐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포차' 축제는 오직 한국 길거리 음식만을 다루며 한국문화를 다감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성장했다고 티엔은 언급했다.

올해 7월 24일부터 27일 단 3일이었지만, 몬트리올 그리핀타운(Griffintown)에서 열린 이 축제는 짧고 단순하지만 그 내용은 강렬했다. 떡볶이, 호떡, 김밥부터 꽈배기까지 현장에서 직접 조리되는 메뉴로 길거리는 가득 메워져 있었고 케이팝이 어우러진 랜덤댄스플레이뿐만 아니라 커버댄스 경연을 통해 누구나 무대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었다. 그리고 거리에서는 귀여운 굿즈, 팬아트, K-뷰티 등 한국문화 상품이 다양하게 판매됐다.
몬트리올 '포차' 축제에서 펼쳐진 랜덤플레이댄스

< 몬트리올 '포차' 축제에서 펼쳐진 랜덤플레이댄스 - 출처: 포차 축제 제공 >

올해 축제에는 18개의 푸드 벤더, 6개의 디저트 부스, 40여 개의 상품 판매 부스가 참여했다. 시작 당시 5개 푸드 부스로 출발한 것을 생각하면 놀라운 성장이라고 야스코는 강조했다. 또한 함께 온라인 인터뷰에 참여한 엠마(Emma)는 "토론토에 비하면 아직 작다고 할 수 있지만 매년 규모가 커지고 있고 지나가다 잠시 참여한다기 보다 행사를 알고 일부러 찾아오는 이들이 많다."고 전하기도 했다.
몬트리올 '포차' 축제의 떡볶이 부스

< 몬트리올 '포차' 축제의 떡볶이 부스 - 출처: 포차 축제 제공 >

몬트리올 '포차' 축제의 전경, 청초롱이 달린 모습 - 출처: 포차 축제 제공

< 몬트리올 '포차' 축제의 전경, 청초롱이 달린 모습 - 출처: 포차 축제 제공 >

2025년 '포차'의 주제는 2NE1의 히트곡 <내가 제일 잘 나가(I AM THE BEST)>에서 따온 것으로 누군가보다 더 잘났다는 의미가 아니라 '나는 지금 이 모습 그대로 최고'라는 자기 긍정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요즘 젊은 세대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 않은데 이곳에서는 잠시라도 내가 최고라고 느끼길 바란다."는 기획자의 말처럼 '포차'는 단순한 한국 음식 문화 소비를 넘어 심리적, 정서적으로도 긍정적인 효과를 경험하는 장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커버댄스 경연뿐만 아니라 랜덤댄스플레이 현장은 이러한 정신을 잘 보여주는데 젊은 참가자들이 무대 중심에서 자신감 있게 춤추는 모습은 그 자체로 축제의 에너지를 압축하고 있다. 이러한 에너지는 어린이부터 중장년층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어울려 춤추고 노래하고, 거리에서 즐겁게 대화하는 모습으로 연결돼 축제가 더욱 포용적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포차'는 벤더들에게도 특별한 장이었다고 한다. 벤더로도 참여한 엠마는 "한국식 베이커리 운영하면서 날씨가 너무 더워 튀김보다 아이스 음료가 인기였지만 손님들의 반응이 정말 뜨거웠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기뻤다."고 말했다. 단순 판매를 넘어 같은 분야 종사자들과 교류하고, 새로운 고객을 만나는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벤더들의 만족도는 높았다고 했다.
몬트리올 '포차' 축제에서 커버댄스 경연에 참여한 이들의 모습

< 몬트리올 '포차' 축제에서 커버댄스 경연에 참여한 이들의 모습 - 출처: 포차 축제 제공 >

 몬트리올 '포차' 축제에서 한글을 체험하고 있는 모습

< 몬트리올 '포차' 축제에서 한글을 체험하고 있는 모습 - 출처: 포차 축제 제공 >

몬트리올에서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은 초기 케이팝 팬덤 중심에서 이제는 음식, 라이프스타일, 언어 학습으로 확장되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에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열기가 높아지고 이를 축제 현장에서도 체감할 수 있었다. 기획자들은 앞으로도 케이팝과 한국의 길거리 음식을 중심에 두되 한국어 수업, 여행 정보, 다양한 문화 체험 기회를 소개하며 영역을 넓혀갈 계획이다. "우리는 한국인도 아니고, 전문가도 아니지만, 다양한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한국문화를 더 다채롭게 소개하고 싶다."는 그들의 비전은 '포차'를 단순한 먹거리 축제가 아니라 또 다른 한류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나 대기업이 아닌 민간 차원에서, 그것도 한국인이 아닌 이들이 주도해 만들어가는 한국 축제 '포차'는 한류 확장의 새로운 가능성과 의미를 보여주는 사례다.
사진출처    
- 포차 축제 제공

통신원 정보

성명 : 고한나[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캐나다/토론토 통신원]
약력 : 현) 해밀턴 공립 도서관(Hamilton Public Library) 사서 보조 전) 캐나다 한국학교연합회 학술분과위원장, 온타리오 한국학교협회 학술분과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