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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회 파이브 플레이버즈 영화제, 한국 청년과 함께한 한국 영화의 압도적 존재감

2025-12-22

주요내용

 
제19회 파이브 플레이버즈(Five Flavors) 아시아 영화제가 올해도 아시아 영화의 스펙트럼을 폭넓게 보여주며 성황리에 개최됐다. 대상은 필리핀 영화 <언 에런드(An Errand)>가 차지했지만, 현장에서 가장 강렬한 화제의 중심은 단연 한국 영화였다. 특히 올해는 한국 청년 서사를 집중 조명한 전용 프로그램 '케이 유스(K-Youth)' 섹션이 구성되면서, 한국 영화가 영화제의 정체성과 흐름을 주도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파이브 플레이버즈는 올해 'K-Youth'를 통해 한국 청년의 수십 년간의 변화를 펼쳐 보였다. 1980년대 억압된 시대의 분노와 갈증, 2000년대 청춘의 유머와 고민, 그리고 2020년대 케이팝 산업의 그늘과 성공 압박까지, K-Youth는 한국 청년의 성장과 현실을 시대별로 해석한 파노라마였다. 상영작은 <칠수와 만수>(1988), <어 걸 앳 마이 도어(A Girl at My Door)>(2014), <델타 보이즈>, <핸섬 가이즈>(2024), <은빛살구>(2024), <타임 투 비 스트롱(Time to Be Strong)>(2024), 그리고 세계 최초 공개된 박준호 감독의 신작 <3670>까지 총 8편으로 구성됐다.
관객과의 소통을 위해 한국에서 바르샤바를 방문한 모습관객과의 소통을 위해 한국에서 바르샤바를 방문한 모습

< 관객과의 소통을 위해 한국에서 바르샤바를 방문한 모습 - 출처: 파이브 플레이버즈 영화제 페이스북(@piecsmakow) >

한국 영화가 영화제 내에서 특별한 의미를 가진 이유는 단순히 상영 편수가 많아서가 아니었다. 감독·배우·음악감독·제작자 등 한국 창작자들이 대거 바르샤바를 방문해 관객과 직접 호흡했기 때문이다. 상영 후 이어진 Q&A 세션들은 연일 매진을 기록하며 한국 영화가 가진 '대화의 힘'을 생생히 보여줬다. 가장 큰 관심을 받은 인물은 한국 상업 영화 르네상스를 이끈 전설적 제작자 신철이었다. <엽기적인 그녀>, <가을로>, <거짓말> 등 한국 영화사의 굵직한 변곡점을 만들어낸 그는 파이브 플레이버즈에서 "한국영화 산업은 작은 시장에서 시작했지만, 끊임 없는 실험과 학습을 통해 강해졌다"라고 말하며 현장의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그의 등장은 올해 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섹션이 차지하는 의미를 더욱 굳건히 했다. 또한 신예 감독들의 활약은 올해 한국 영화 섹션의 백미였다. 남궁선 감독의 <타임 투 비 스트롱(Time to Be Strong)>은 건축가 출신다운 구조적 미학과 섬세한 감정 표현으로 젊은 관객들의 깊은 공감을 이끌었다. 상영 직후 이어진 대화에서는 "무기력과 압박 속에 살아가는 한국 청년의 감정을 영화적으로 어떻게 번역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며 긴 여운을 남겼다. 장만민 감독의 <은빛살구(Silver Apricot)> 역시 첫 장편임에도 불구하고 강렬한 시선과 감각적 연출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배우 나애진, 음악감독 김사월이 함께 참여한 Q&A에서는 작품의 서정적 분위기, 캐릭터의 내면, 음악이 지닌 심리적 결까지 입체적으로 소개되며 가장 활발한 질의응답이 이루어진 순간으로 기록되었다. 한국 사회의 구조적 고민을 깊게 탐구하는 작품도 큰 주목을 받았다. 박리웅 감독의 <더 랜드 오브 모닝 캄(The Land of Morning Calm)>은 저널리즘적 시각과 영화적 서사를 결합해 한국사회가 직면한 현실을 압축적으로 담아냈고, 이미 해외 영화제들에서 수상을 이어가며 명성을 넓히고 있다. 바르샤바 관객들은 작품 속 사회 구조와 개인의 서사가 교차하는 방식에 높은 관심을 보이며 작품 해석에 몰입했다.  

한국 영화를 둘러싼 문화적·산업적 분석도 이어졌다. 바스티앙 메이레스옹 프랑스의 아시아 영화 전문가는 2023년 발간된 베스트셀러 『한류우드(Hallyuwood)』를 바탕으로 "한국 영화 산업이 어떻게 세계적 영향력을 갖게 되었는가"를 분석하는 강연을 진행했다. 장르 확장성, 제작 시스템, 감독들의 실험적 생태계 등 한국 영화가 지난 30년간 구축해온 성장 서사는 관객들의 깊은 공감을 얻었다. 파이브 플레이버즈 온라인 플랫폼에서도 한국 영화는 중심이었다. <스타더스트 브라더스(Stardust Brothers)>의 데즈카 마코토, <언 에런드(An Errand)>의 도미닉 베카에르트 등 여러 감독과 함께 진행된 인터뷰가 공개되며 한국 관련 콘텐츠는 조회수 상위권을 기록했다. 이는 폴란드 관객들의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올해 파이브 플레이버즈가 특별했던 이유는 분명하다. 단순히 한국 영화를 '상영'한 것이 아니라, 한국 영화가 가진 감정·맥락·세대의 목소리가 관객과 직접 만나며 영화제가 가진 생명력을 확장한 해였기 때문이다. 전설적인 제작자부터 신예 감독, 배우, 음악감독까지 한국 영화는 이번 영화제를 통해 세계가 주목하는 문화적 에너지임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파이브 플레이버즈 영화제 페이스북(@piecsmakow), https://www.facebook.com/piecsmakow

통신원 정보

성명 : 김민주[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폴란드/바르샤바 통신원]
약력 : 에피소든 운영 총책임자
해당장르 :
영화
해당국가 :
Pol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