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스페인 배우 알베르토 조 리가 출연하는 ‘3 camnio’ 포스터 – 출처 : 아마존프라임(Amazon prime)>
태권도 챔피언이자 한국계 스페인 배우 알베르토 조 리(Alberto Jo LEE, 조준태)가 주연급으로 참여한 스페인 드라마 <3 Caminos(3개의 길)>가 아마존 프라임(Amazon Prime)에서 공개됐다. 총 8회차로 구성된 동 드라마는 한국에서도 유명한 까미노 데 산티아고(Camino de satiago) 순례길을 배경으로 그곳에서 만난 각기 다른 국적의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콘텐츠는 1999년 순례길에서 처음 만나 2006년, 그리고 2021년의 순례를 함께하는 다섯 젊은이들의 각기 다른 삶과 그 삶의 무게, 행복, 사랑, 화해, 이별, 깨진 꿈 등을 이야기한다. 한국에서 병역의무를 마치면, 전통적으로 유럽으로 여행을 가는 전통에 따라(통신원주: 까미노 데 산티아고 길에 병역의무를 마친 많은 한국 젊은이들이 찾는 데에서 기인한 오해인 듯하다), 까미노 데 산티아고를 걷는 피아니스트 ‘윤수’를 연기하는 알베르토는 그의 실제 아버지가 태권도 사범인 이민 1세대로, 바르셀로나에서 태어난 한인 2세이다. 다른 가족들과 마찬가지로 어렸을 때부터 태권도를 배웠으며 스물한 살 당시, 부상을 입기 전까지 다섯 번이나 스페인 챔피언을 차지한 유망한 태권도 선수였다. 부상 이후 배우로 캐스팅되기 전까지 스포츠 모델로 활동했다. 그는 스페인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자신의 뿌리인 한국에도 스페인만큼이나 애정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으로는 엄마가 만들어 준 불고기를 꼽기도 했다. 어느 나라나 비슷하겠지만 아직 스페인에서 낯선 이방인의 외모를 가진 이가 드라마 주인공이 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알베르토가 이 드라마 홍보를 위해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직접 밝혔듯이, 국적을 가지고 있고 완벽하게 그 나라의 말을 구사하더라도 아프리카계, 아시아계 혹은 아랍계의 배우들이 비중 있는 역할을 차지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가 스페인 드라마에서 맡아 왔던 역할들은 주로 이민자 역할이나 혹은 중국이나 일본 마피아 등의 역할이었다. 별다른 서사가 필요 없이 그의 아시안 외모가 필요했던 역할들이었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드라마에서 맡은 윤수는 살고, 아프고, 웃는다. 그게 내가 이전에 맡았던 아시안일 뿐인 역할들과 다른 점”이라며 윤수라는 역할에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한국계 배우가 중국인이나 일본인 역할을 하지 않고 한국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는 한국인으로 주인공 역할을 맡는다는 것은 배우에게도 스페인 드라마 시장에도 큰 의미가 있다. 스페인은 다양한 인종이 살고 있는 나라지만, 이민자 그룹과 현지인 사이에는 두꺼운 벽이 존재한다. 특히나 모든 아시아인들은 ‘중국인’이라는 카테고리에 넣는 사회에서 그가 직접 인터뷰에서 밝혔듯 스페인 드라마에서 한국인 역할로 주인공을 맡는 것은 “꿈 같은 일”이다. 드라마는 윤수 이야기를 다루기 위해 한국 촬영도 계획했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아쉽게도 취소되었다고 하니, 보통 대중매체에서 그려지는 정형화된 아시아인 캐릭터에서 벗어난 한국인 인물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준비를 했음을 엿볼 수 있다. 물론 이번 드라마의 배경이 아시아인 중에서도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방문한다는 까미노 데 산티아고 라는 점, 스페인뿐만 아니라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플랫폼을 통해 한국을 포함한 240여 개 국가에 서비스될 것이라는 점 등이 캐스팅에 큰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스페인 라디오 《Cope》와의 인터뷰에서는 사회자가 “이 드라마가 한국에서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를 묻기도 했다. 스토리를 떠나서도 출발지 론세스바예스(Roncesvalles)에서 산티아고 콤포스텔라(Santiago compostela)를 거쳐 로마인들이 세상의 끝이라고 믿었던 피니스테레(Finisterre)까지, 800km가 넘는 이들의 여정 속에 생생히 전달되는 풍경은 코로나19의 여파로 한 해를 넘게 제한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이들에게 위안을 준다. 또 한국 시청자들에게는 순례길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스페인 드라마에서 다루는 한국인 캐릭터를 보는 재미도 선사할 것이다.
성명 : 정누리[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스페인/마드리드 통신원] 약력 : 현)마드리드 꼼쁠루텐세 대학원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