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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스토리텔링의 스펙트럼을 넓히다

2022-01-21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캐나다 국민 드라마 <김씨네 편의점>은 종영 후에도 캐나다 스토리텔링의 스펙드럼을 넓히는 중요한 디딤돌이 되고 있다. 시즌 5까지 ‘김치’ 역할을 맡아온 ‘앤드류 펑’(Andrew Phung)이 최근 CBC 에서 새로운 시트콤, Run the burbs를 직접 집필, 기획, 연기까지 하며 새로운 이민자 가정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시아인들에 의한 아시아인들의 이야기를 캐나다 공영방송에서 처음으로 펼친 <김씨네 편의점>은 캐나다 지상파 방송국 《CBC》의 최고 인기 프로그램으로 성장했을 뿐 아니라, 캐나다와 세계의 지지를 받는 캐나다를 대표하는 이야기로 손 꼽혀왔다. 또한 세련된 스토리와 연출로 캐나다의 다양성을 미디어를 통해 전면에 부각시켰고, 이민자뿐 아니라 전 세계인들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소재로 새로운 스토리텔링의 지형을 만들어 왔다는 찬사를 받아왔다. 특히 한국 이민자 가정을 중심으로 전개된 <김씨네 편의점>이 넷플릭스을 통해 전 세계로 송출되면서, 한국과 캐나다의 중요한 문화 교류의 매개가 되기도 했다.
김씨네 편의점에서 '김치' 역할을 연기한 앤드류 펑의 새로운 시트콤 - 출처 : CBC

<김씨네 편의점에서 '김치' 역할을 연기한 앤드류 펑의 새로운 시트콤 - 출처 : CBC>


앤드류 펑은 자신의 새로운 시트콤 Run the Burbs가 <김씨네 편의점>의 다음 타자이자 그 흐름에 있어서 영속성을 가지고 있는 이야기라고 평가했다. 《CBC》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김씨네 편의점>이 이민 1세와 2세 가정에서 일어난 일이라면, Run the Burbs는 캐나다 이민 2세와 3세로 이루어진 가정에 관한 이야기이며, 지금 현재 캐나다인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언급했다. 실제 앤드류 펑 씨는 베트남과 중국 배경의 부모님 아래 캘거리에서 태어나 4살과 7살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 이러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이야기가 현재의 캐나다인들, 즉 이민 2세가 가정을 꾸려나가는 현실과 연결되어 많은 이들이 공감하게 될 것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들의 이야기가 현재 캐나다 미디어에서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2016년 <김씨네 편의점>이 데뷔했을 때 획기적으로 보였던 것과 같다”고 했다.

앤드류 펑이 주연하는 Run the Burbs은 캐나다 이민자 가정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우는 ‘소재’뿐 아니라 작가들의 의사소통 방식을 비롯한 문화적 영역에 대해서도 전작인 <김씨네 편의점>의 논란을 보완하고 조정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2021년 시즌 5로 <김씨네 편의점>의 종영을 알렸을 때, 아들 역의 시무 리우(Simu Liu)와 엄마 역인 진 윤(Jean Yoon)이 자신들의 SNS에 시즌 종영 확정과 작품 전개 방식에 있어서 인종 차별이 있었다는 고발이 이어지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었다. 이들에 따르면 시리즈가 이어지면서 한국인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스토리 작가들이 전면에서 배제되었고, 한국문화와 음식, 소품 등에 대한 고증이 없었으며, 이에 대한 한국 배우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백인 프로듀스들에게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러한 논란은 <김씨네 편의점>이 캐나다 다양성의 대표작으로 알려졌었기 때문에 팬들에게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었다.

이러한 작품 내 아시아인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채널에 대한 논란을 인식한 듯, 앤드류 펑은 인터뷰를 통해 포괄적인 작가 그룹을 만드는 것과 더불어 ‘문화’적 키워드를 중심으로 소통하고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과정을 중요시 여겼다고 밝혔다. 그는 캐릭터를 비롯해 극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음식과 관련해 베트남과 남아시아 문화 컨설턴트 자문을 구하고, 현지 푸드컨설턴트와 함께 연구하며 작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김씨네 편의점>은 캐나다 스토리텔링에 있어서 마치 분수령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소재에 있어서도, 백인이 아니라 이민자들의 이야기도 감동과 상업적 성공을 가져올 수 있다는 확신을 주었고, 그 과정에서 생겼던 변수들과 논란들을 통해 카메라 뒤에서의 역학에도 주목하게 되었다. 즉 다양한 문화적 배경의 창작자들이 스스로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채널이 있어야 한다는 문제 제기로 아시아인 작가들이 ‘작가룸’에 전면 배치되어, 문화에 대한 연구와 고증이 철처해 졌으며 배우와 프로듀서, 작가들의 원활한 의견 교환이 이루어지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백인 이야기꾼들에 의해, 백인 이야기만 다루던 캐나다 스토리텔링의 방식과 형식에 균열이 발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진윤이 언급한 것처럼 배우에게는 ‘주류 관객들은 경험하지 못한 이야기’를 모두가 귀 기울여 듣고 있다는 심오한 경험을 주며, 관객들에게는 타인들의 삶을 통해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는 기쁨을 줌으로 이야기의 스펙트럼이 확장되어야 할 이유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처럼 <김씨네 편의점>은 그들이 쏘아올린 시작이 더 많은 실제의 이야기들로 이어질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후속편처럼 여겨지는 ‘스핀오프’ 방식의 새로운 작품들이, 앤드류 펑과 함께, 유일한 백인 캐릭터 섀넌(Shannon)에게만 맡겨졌고, 시무 리우는 할리우드 마블 영화에서 상치 역할을 맡으면서, <김씨네 편의점> 주역 배우들 중 한국인 캐릭터들만 캐나다 미디어에서 계속 만나지 못하고 있다. 캐나다 미디어 스토리텔링의 새로운 시작을 알린 캐나다내 한국인들의 이야기가 좀 더 견고하게 이어갈 수 있길 기대해 본다.

※ 참고자료
https://www.sasktoday.ca/the-mix/andrew-phung-on-seeking-authenticity-for-asian-family-comedy-run-the-burbs-4921521
https://www.cbc.ca/news/canada/calgary/kims-convenience-andrew-phung-run-the-burbs-1.5986776
https://charactermedia.com/kims-convenience-star-jean-yoon-isnt-holding-back/

통신원 정보

성명 : 고한나[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캐나다/토론토 통신원]
약력 : 현) Travel-lite Magazine Senior Editor 전) 캐나다한국학교 연합회 학술분과위원장 온타리오 한국학교 협회 학술분과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