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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분석] 팬데믹이 가져온 리얼리티 쇼의 국민적 인기, 과연 Z세대는 다를까

2022-04-12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작년 9월 브라질판 <복면가왕(The Masked Singer Brasil)> 소식을 전한 바 있다. 시즌 1 시작과 함께 좋은 반응을 일으키며 일찌감치 시즌 2가 거론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반년이 지난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지난해 10월 시즌 1이 끝나자마자 두 달 만에 안방으로 돌아온 시즌 2은 21점이라는 높은 시청률로 시작했지만 갈수록 시청률이 떨어지더니 지난 2월에는 10점대의 역대 최하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요일 밤 다양한 볼거리를 찾는 꾸준한 팬층으로 <복면가왕>은 현재 《TV 글로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예능 프로그램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이에 《TV 글로보》는 다시 한번 시즌 3 제작을 발표했다. 기사에 따르면 새 시즌은 올 7월 제작에 들어가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첫 방송 예정이라 한다.

그러나 <복면가왕>의 반복되는 편성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시즌 1과 시즌 2 사이 휴식기가 너무나 짧았으며, 동일 방송사의 또 다른 노래 경연프로그램 <더보이스 플러스(The Voice+)>와 반복되는 유사 플롯이 피로감을 준다는 점이었다. 기존 시청자층을 유지하려는 목적은 이해하지만 제작사의 다양성과 창의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피해 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타 방송사의 인기 리얼리티 쇼의 대항마로 글로보 채널은 ‘복면가왕 브라질 시즌 3’을 확정 지었다. - 출처 : BOLAVIP (22.01.27)/Globo

<타 방송사의 인기 리얼리티 쇼의 대항마로 글로보 채널은 ‘복면가왕 브라질 시즌 3’을 확정 지었다. - 출처 : BOLAVIP (22.01.27)/Globo>


보는 사람은 계속 보고, 보지 않는 사람은 절대 안 보는 것이 요즘 TV 방송이다 보니, 방송사들 간의 시청자 유치 전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브라질 방송가에 시청률 경쟁에서 항상 우위를 점하는 프로그램으로는 일일 드라마, 뉴스 프로그램, 그리고 리얼리티 쇼가 있다. 그중 리얼리티 프로그램 인기는 상상을 뛰어넘는다. 브라질 최대 방송사 《글로보》의 간판 프로그램 <빅 브라더 브라질>은 인기 드라마를 제치고 부동의 시청률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간 일요일 저녁을 장식하던 <복면가왕>도 타 방송사의 인기 리얼리티 프로그램 새 시즌 컴백을 방해하기 위해 이번주부터 다른 날로 재편성될 정도이니 브라질 사람들의 리얼리티 프로그램 사랑은 방송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겠다.

브라질의 리얼리티 쇼 붐에는 2020년 팬데믹이 한몫했다는 주장이 있다. 집에 고립된 사람들이 TV 앞에서 저녁을 보내기 시작하면서 그야말로 전국적인 인기를 갖게 되었다. 특히 'BBB'라고 불리는 <빅 브라더 브라질>은 그전에도 인기가많았지만 팬데믹이 있었던 해에는 축구 시합보다 시청률이 높다는 말이 수긍이 갈 정도로 브라질 미디어를 크게 흔들었다. 이 프로그램은 작년 일평균 4천만 명이 시청했다는 기록을 남겼고, 당시 진행된 생방송 투표에서 분당 360만 표라는 역사상 가장 많은 시청자 참여 기록을 가진 프로그램이 되었다. 2022년 새 시즌도 방영하자마자 최대 시청률을 기록했고 상파울루에서 분당 약 560만 시청자 수를 기록했다. <빅 브라더> 시리즈가 세계적으로 인기가검증된 플롯이기는 하나, 미국과 유럽 등 다른 국가와 비교했을 때 브라질의 이러한 수치는 어마어마하다고할 수 있다.

프로그램의 대대적인 성공으로 BBB는 차세대 셀러브리티, 인플루언서를 배출하는 무대로 자리 잡았다. 브라질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을 꼽으라면 정치가도 가수도 배우도 아닌 BBB 출연자라는말이 과장이 아닐 정도다. 그렇다 보니 참가자들의 언행은 연예면뿐 아니라 사회면에도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일부 출연자들의 인종차별, 트랜스포비아적 발언들이 도마에 올라 브라질 사회의 어두운 면면을 반추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성공 원인은 세계적으로 익히 잘 알려져 있다. 공감과 몰입. 시청자들은 참가자를 자신과 동일시하며 공감을 느끼고 극한의 상황에서 참가자가 내리는 선택과 행동에서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고 인정하게 된다. 정해진 대본이 없다는 환경은 더욱 현실감을 주며 시청자들이 참가자들의 경쟁과 도전에 깊이 몰입하게 만든다. 특히 리얼리티 프로그램 특유의 성공 제작 규칙이라 할 수 있는 다양한, 흥미진진한 도전들, 중간중간 매력적인 에피소드들, 캐릭터들의 서사와 갈등 등은 놓치기 어려운 오락 거리가 된다. 제작사로서도 리얼리티 쇼의 협찬, 광고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실제로 <복면가왕 브라질>은 수익 면에서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리얼리티 쇼의 인기를 분석한 기사들도 역시 이러한 점들을 거론하면서 브라질 대중 사회에서 연속 드라마는 언제나 높은 인기를 누려왔다고 평했다. 극본이 있든 없든 타인의 인생 엿보기가 제일 흥미진진한 것은 세계 어디나 똑같은 듯하다.

왜 브라질은 리얼리티 쇼에 이토록 열광할까? 브라질의 남다른 리얼리티 쇼 사랑은 여러 매체에서 다룬 주제이다. - 출처: BBC Brasil (22.01.28)

<왜 브라질은 리얼리티 쇼에 이토록 열광할까? 브라질의 남다른 리얼리티 쇼 사랑은 여러 매체에서 다룬 주제이다. - 출처: BBC Brasil (22.01.28)>


이처럼 리얼리티 쇼의 높은 인기에도 어두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지 매체 《메트로폴리스(Metrópoles)》는 Z세대일수록 리얼리티 프로그램 시청률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발표했다. 마인드마이너스가 지난달 브라질 사람 천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도 세대별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대한 충성도를 확인할 수 있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9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초반에 태어난 Z세대의 관심도가 가장 떨어지며 1981년부터 1996년까지 출생한 세대를 일컫는 밀레니엄 세대의 시청률이 가장 높았다. Z세대는 텔레비전 대신 스트리밍, 소셜 네트워크등 기호에 맞게 세분화되고 전문성을 띤 오락 프로그램을 선호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TV 리얼리티 장르는 시장 가치를 잃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2020년과 2021년에있었던 초대형 시청 붐은 더 이상 나타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의견도 있다.

최근 OTT 서비스에서도 앞다투어 리얼리티 쇼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 초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된 한국의 <솔로지옥>은 개봉 당일 브라질 TOP 10에 오르기도 했다. BBB 역시자체 미디어 채널로 글로보 플레이나 각종 밈, 다시 보기, 생중계등 다양한 방식으로 시청자들에게 접근하고 있다.

브라질 Z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리얼리티 쇼를 적게 본다는 설문 결과 - 출처: 메트로폴리스 (22.03.24)

<브라질 Z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리얼리티 쇼를 적게 본다는 설문 결과 - 출처: 메트로폴리스 (22.03.24)>


개인적으로는 아직까지 리얼리티 쇼의 위기를 논하기는 이르다고 생각한다. TV의 주 시청자들, 50대 이상의 은퇴 세대에게 저녁 시간이나 주말 오락 방송 보기는 규칙적인 일상 루틴으로 고정적인 편이고, 여러 세대들이 공감하는 브라질 사회 불만 요소들을 다루고 특유의 문화적 유대를 깊이 느낄 수 있는 리얼리티 쇼의 대체품은 아직까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특히 다른 놀이문화를 접하기 어려울수록 TV는 가장 손 쉬운 유흥거리다. BBB와 <복면가왕>의 시청자라고 답한 줄리아나(32살, 직장인)는 방송이 너무 재미있어서라기보다는 어머니와 밤 시간을 함께 보내는 방법 중에 하나일 뿐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언제나처럼 젊은 세대를 축으로 변화는 찾아오기 마련이고 20년 가까이 지속된빅 브라더 쇼가 언제까지 대중들에게 신선한 이슈를 제공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어쨌든 2023년에도 <복면가왕>과 BBB는 계속된다.

※ 참고 자료
《Metrópoles》 (22. 3. 24.) Estudo revela que público mais jovem está abandonando reality shows, https://www.metropoles.com/entretenimento/televisao/estudo-revela-que-publico-mais-jovem-esta-abandonando-reality-shows

통신원 정보

성명 : 서효정[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브라질/리우데자네이루 통신원]
약력 : 전) 서울여자대학교 의류학과 졸업 현) 리우데자네이루 YÁZIGI TIJUCA 한국어 강사 재직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