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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후안 카를로스 카이사 주한 콜롬비아 대사 인터뷰

2022-07-20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콜롬비아는 한국전쟁 때 군대를 파병한 유일한 중남미 국가로 지리적으로는 멀지만 양국 간의 외교 역사는 깊은 편이다. 6월의 마지막 날, 콜롬비아 대사관저에서 후안 카를로스 카이사 로세로 주한 콜롬비아 대사와 콜롬비아와 한국의 문화, 양국에서 열린 국제도서전, 하반기에 예정된 양국 간의 문화 교류 행사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

후안 카를로스 카이사 로세로 주한 콜롬비아 대사

<후안 카를로스 카이사 로세로 주한 콜롬비아 대사>

안녕하세요, 간단히 대사님 소개를 부탁드려요.
먼저, 만나서 반갑습니다. 인터뷰를 위해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드리며, 콜롬비아 관저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저는 주한 콜롬비아 대사 후안 카를로스 카이사예요. 이반 두케 정권이 시작된 후 주한 콜롬비아 대사로 임명받아 3년 전에 서울에서 임기를 시작했습니다. 지난 3년간 외교, 협력, 문화, 자유 무역, 코로나 관련 정보 교류 등 양국의 관계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사님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한국과 콜롬비아 문화의 유사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한국과 콜롬비아 모두 다른 문화를 연결하는 지정학적 공통점이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중국과 일본을 연결하는 중심에 있고, 콜롬비아도 중미와 남미를 연결하는 곳에 위치하죠. 이에 따라 두 나라 모두 다양한 문화와 교류하면서도 독자적으로 발달한 문화적 창의성이 유사하다고 생각해요. 또 양국 모두 가족에 큰 가치를 부여하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엔칸토>에서도 그려졌지만, 콜롬비아는 가족 중심의 문화가 발달한 전통적인 가톨릭 국가입니다. 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한국 역시 유교 사상에 기반한 가족 중심의 문화가 발전하여 두 국가 모두 유사점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이외에도 양국 모두 모두 민주주의로 자유무역주의를 지지, P4G(Partnering for Green Growth and the Global Goals 2030)에 참여하여 기후변화에 대응하며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식량, 물, 에너지, 도시, 순환 경제에 대해 공동으로 노력하는 등 다양한 가치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보고타와 서울에서 개최된 국제도서전에서 양국이 서로를 주빈국으로 초청했는데요, 도서전에 대해 한 말씀 부탁립니다.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지난해 두케 대통령께서 81명의 대표단과 함께 한국을 방문했고, 정상회담에서 양국의 수교 60주년을 기념하여 양국 도서전에 서로 주빈국으로 참여하는 것이 결정되었어요. 그리고 이 경험이 외교관으로서의 제 삶에서 가장 의미 있는 일 중 하나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먼저 보고타 국제도서전에서 100권 이상의 한국 책이 스페인어로 소개되었습니다. 이는 콜롬비아뿐 아니라 다른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국가에서도 한국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게 해 줄 거라 예상됩니다. 더불어 서울 국제도서전에서도 34권의 콜롬비아의 책이 한국어로 소개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콜롬비아에 대한 한국인의 이해도 높아질 것이라 기대됩니다. 한국 전쟁이 두 나라를 연결해 주었지만, 62년이 지난 지금은 문화의 고리가 양국을 연결해 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화를 통한 양국의 연계는 아주 가치가 높다고 생각합니다 도서전을 통해 양국 간의 책 수출입 등 경제적인 효과도 기대되지만, 이보다는 서로의 문화에 대한 이해가 더 의미가 크다고 생각해요. 콜롬비아인을 비롯한 많은 라틴 아메리카 사람들에게 한국어를 배울 기회를 제공하고, 또 더 많은 한국인이 스페인어를 배우는 데에도 역시 도움 되리라 생각합니다.

보고타 국제도서전에는 약 30만 명의 콜롬비아인이 한국관을 방문했고, 황희 전 문체부 장관뿐 아니라 다양한 작가들, 그리고 반기문 전 유엔총장이 콜롬비아를 방문했습니다. 서울 국제도서전에서는 전시회장의 가장 앞부분에 콜롬비아관이 위치, 약 4만 명의 한국인이 콜롬비아관을 방문했습니다. 한국의 콜롬비아관에서는 산티아고 감보아, 솔라노 박사, 원주민 출신의 작가, 아프리카 소수 민족, 여성 작가 등 다양한 콜롬비아의 문화를 보여주는 17명의 콜롬비아 작가들이 참여했습니다. 도서전에서 진행된 많은 행사에 한국 여성 독자들의 높은 참여도가 특히 인상적이었어요.

한국어와 스페인어 학습에 관해 언급하셔서 질문드려요. 한국어 몰입 학습을 위해서는 한국이 대체 불가한 곳이지만 스페인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국가는 아주 많은데요, 다른 스페인어권 나라들과 비교하여 콜롬비아에서 스페인어를 배우는 장점은 뭐가 있을까요?
콜롬비아가 스페인어를 배우는 최적의 장소라는 데 세 가지 이유를 들고 싶습니다. 첫째, 명료성(claridad)입니다. 이 명료성 덕분에 스페인어를 쉽게 익히는 데 도움이 되죠. 콜롬비아에서 스페인어를 배운 한국인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분들이 콜롬비아 스페인어의 악센트와 발음이 뚜렷하고 분명하다고 언급했습니다. 물론 콜롬비아에도 지역별 악센트가 있기는 하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이해하기가 아주 쉽습니다. 그래서 많은 기업의 스페인어권 콜센터를 콜롬비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어요. 둘째, 콜롬비아는 라틴 아메리카를 이해하는 데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는 나라입니다. 1980년대 라틴 아메리카 문학이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를 비롯하여 세계 문학계를 평정했고, 그에 따라 콜롬비아가 라틴 아메리카와 그 문학을 이해하는 데 중심지였어요. 셋째, 콜롬비아는 라틴 아메리카 전체를 담은 나라입니다. 콜롬비아를 방문하는 것은 라틴 아메리카 대륙 전체를 경험하는 것과 흡사하죠. 콜롬비아 국토의 35%는 아마존입니다. 또한 15%의 오리노키아 지역이나 초코 등 다양한 지역에서 보이는 정글, 전 세계 조류 다양성이 가장 높은 나라, 카리브해, 안데스산맥, 대서양, 태평양 등 라틴 아메리카에서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지리적 특징을 콜롬비아에서 모두 경험할 수 있습니다.

콜롬비아에서 한국 드라마나 케이팝의 인기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한국 드라마의 경우 드라마의 질, 독창성, 드라마의 전개가 아주 흥미롭습니다. 또한 한국의 역사를 담은 사극을 통해 한국의 역사, 유교 사상, 몽골이나 중국, 일본 등 주변 아시아 국가와의 관계, 예술의 발전사 등을 볼 수 있고, 이를 통해 한국의 문화를 이해하는 데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케이팝의 경우 복장이나 춤 등도 매우 인상적이지만 무엇보다 높은 음악성을 인기 비결로 꼽고 싶어요. 무대에서 보여주는 퍼포먼스도 멋있고, 그 속에 담긴 한국 문화, 영어 가사뿐 아니라 한국어 가사들도 인기의 요인이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재밌게 보신 드라마가 있나요?
저는 넷플릭스를 통해서 주로 한국 드라마를 봐요. 물론 <오징어 게임>도 봤고, 요즘에는 스페인 원작의 <종이의 집>을 보고 있습니다. 원작도 봤는데, 한국 버전에서는 원작과는 또 다른 재미가 있었어요. 특히 개인적으로 주인공 커플에 대한 내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커플의 관계를 묘사하는 부분이 원작과 다르게 한국적인 요소를 담았다고 생각해요.

보고타 국제도서전 이외에 한국인들을 위한 콜롬비아의 주요 문화행사와 콜롬비아 내 관광지를 추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콜롬비아는 다양한 문화 축제가 있는 나라입니다. 먼저, ‘흑과 백 카니발’을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이 카니발은 안디노 지역의 파스토에서 열리는 축제로 그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습니다. 1월 5일(Día de los Negros)에는 시민들이 얼굴을 검게, 6일(Día de los Blancos)에는 하얗게 칠하는 전통이 있습니다. 근교에서는 수제 공예 전시가 열리며,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축제입니다. 같은 맥락으로 카리브해 연안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바랑키야 카니발’을 추천해 드려요. 2월 말에서 3월 초에 열리는 바랑키야는 스페인 식민지 시기 라틴 아메리카 대륙과의 교류의 중심지로 이곳에서 카리브 춤, 민속 음악과 무용, 분장뿐 아니라 전통과 현대의 조화, 삶과 죽음에 대한 놀이 등 다양한 문화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8월에 메데인에서 열리는 ‘꽃 축제’를 들고 싶습니다. 콜롬비아의 생물학적 다양성을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축제이죠. 꽃은 콜롬비아의 주력 수출 상품 중 하나로, 이 축제에서 카리브해 연안, 안데스산맥 지역, 아마존 등에서 볼 수 있는 콜롬비아의 다양한 꽃을 즐길 수 있습니다. 한국 역시 카네이션이나 장미 등 콜롬비아의 꽃을 많이 수입하는 국가 중 한 곳이죠.

콜롬비아 수공예품과 콜롬비아를 상징하는 장식품들

<콜롬비아 수공예품과 콜롬비아를 상징하는 장식품들>

콜롬비아의 모든 곳이 매력적이지만 특히 다섯 지역, 즉 아마존, 동부 평원 지역, 안데스산맥 지역, 태평양 연안 그리고 카리브해 연안을 꼽고 싶습니다. 아마존의 레티시아나 국립공원, 카뇨 크리스탈레스 등에서 느낄 수 있는 대자연, 동부 평원 지역의 고기나 전통 음악, 보고타의 아히아코(ajiaco, 닭고기 수프 요리), 나리뇨 지역의 화산, 산 아구스틴 등에서 안데스산맥의 정기도 느끼시길 바랍니다. 또 태평양 연안의 칼리나 부에나 벤투라에서 요리, 살사를 즐기시거나 카리브해 연안의 역사 지구에 위치한 카르타헤나, 산타마르타 등에서 콜롬비아의 역사도 느끼시고 잃어버린 도시(ciudad perdida)나 과히라(guajira) 등에서 그들의 고유한 문화뿐 아니라 수공예품, 패션 등도 즐기시면 좋겠습니다.

벌써 2022년도 상반기가 지났는데, 하반기에 한국과 콜롬비아 간 문화 교류 행사가 예정된 게 있을까요?
10월에 한국 필하모닉이 콜롬비아를 방문하여 보고타의 콜론 극장에서 공연할 예정입니다. 또 8월 7일에는 콜롬비아의 새 대통령 취임식에 한국 대표단이 콜롬비아를 방문하여 앞으로도 양국 간의 상호 협력 방안을 모색할 것입니다. 그리고 9월에는 부산시장이 보고타, 메데진, 카르타헤나, 칼리 같은 콜롬비아의 주요 도시를 방문하여 양국 간의 경제협력을 위한 협약을 맺을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양국에서 서로의 문화를 더 깊게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많아지길 바랍니다. 더 많은 한국인이 콜롬비아에 방문하고, 더 많은 콜롬비아인이 한국에 방문하기를 바랍니다. 한국에는 서울뿐만 아니라 전주, 경주, 제주, 송도, 대구 등 다양한 곳이 있고, 수공예품, 길거리 간식 등 다양한 즐길 거리가 많으니 즐길 수 있기를 바랍니다. 무엇보다 한국어와 스페인어로 번역된 책들을 통해 서로의 문화를 더 깊이 알아가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진 출처
통신원 촬영

통신원 정보

성명 : 최민정[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콜롬비아/메데인 통신원]
약력 : 현) EBS 글로벌 리포터 (콜롬비아, 메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