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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정책/이슈] 판타지아 영화제 슈발 누아(Cheval Noir) 감독상을 수상한 정주리감독 인터뷰

2022-08-17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몬트리오 판타지아 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되어 큰 이슈를 일으켰던, 영화 <다음 소희: Next>는 8월 3일 폐막식에 상영을 앞두고 있다. 지난 24일 판타지아 영화제가 발표한 ‘슈발 누아(Cheval Noir)’ 감독상에 <다음 소희>의 정주리 감독의 이름이 오르며, 영화 <다음 소희>는 또 한번 주목받았다. 판타지아영화제 측이 캐나다 미디어와 정주리 감독의 인터뷰 자리를 마련해 주어, 감독상을 수상한 소감과 영화 <다음 소희>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영화 다음 소희 스틸컷 - 출처 : FineCut 제공

<영화 다음 소희 스틸컷 - 출처 : FineCut 제공>

Q: 먼저 축하드립니다. 폐막작에 선정되시고 감독상을 받으셨는데, 소감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A: 감사합니다. 페막작에 선정되어 영화제 기간 중에 함께 하지 못해 아쉬운 마음을 안은 채, 8월 2일 출국일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뜻밖의 상을 받아, 어리둥절한 상태입니다. 심사위원님들께서 어떤 영화로 봐주셨는지 궁금하고, 말 그대로 판타스틱 한 상태입니다.

Q: 캐나다 관객들에게 영화를 소개해 주세요.

A: 어쩌면 우리 모두의 바로 옆에 있는 누군가였을 텐데. 영화는 내내 모두가 전혀 모른 채 있었던 한 소녀의 죽음에 관해 말하고 있습니다. 영화를 관람하시면, 그 소녀가 어떻게 죽는지 바라보게 됩니다. 그리고 그 소녀가 죽고 난 다음, 그 죽음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을 따라 가며 어떻게 그 죽음이 이야기되는지를 보게 됩니다. 우리는 이미 소녀의 죽음을 목격했지만, 전혀 다른 방식으로 죽음을 대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영화는 영화라서 갖는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캐나다 관객들에게는 낯선 나라에서 온 전혀 모르는 이야기로 여겨지실 수도 있지만, 일단 영화 관람을 시작하시면 한국의 관객들과 함께 충분히 공감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편견없이 소녀를 따라 영화를 관람해 주십시오.

Q : 시나리오는 직접 쓰신 것인가요?

A: 네 그렇습니다. 콜센터에서 근무하던 고등학생이 어떤 이유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먼저, '이런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고, 저 역시 궁금해서 알아보고 조사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가장 궁금했던 것은 '고등학생이 왜 이런 일을 하고 있지?'라는 것이였습니다. 그 과정들은 전혀 이해되지 않는 사실들을 스스로 납득해 가는 과정이었습니다. '이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에서 끝나지 않고, 관객들의 마음에 남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를 고민하다가 영화로 제작해야겠다 결심했습니다.

Q: 판타지아 프로그램어인 루퍼트씨는 한국 영화의 특징을 스토리텔링이라고 강조했는데, 작가님께서 여러 영화를 접하시면서도 동일하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근래에 외국의 다양한 영화를 접하지 못해서 쉽게 비교하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한국 영화에 한해 말하자면 한국 관객들은 그 누구보다 영화의 스토리텔링에 집중하고 예민한 것 같습니다. 그러니 창작자들도 스토리텔링에 공을 들이고 더 생각하게 됩니다. 한국 관객들은 단순한 이야기 방식의 전개나 선악이 분명한 구도를 시사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더 복잡하고 생각할 거리도 많아, 이야기 전개에 자신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이야기와 구조를 재미있게 여기고 볼만하다고 여기는 것 같습니다. 적어도 한국에서 영화를 만드는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 제작자들은 그 무엇보다 설득력 있고 흥미를 자극하는 이야기 즉, 스토리텔링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다음 소희> 작품은 스토리텔링에 있어서 어떠한가요?

A: 스토리텔링 방식에 있어서 <다음 소희>는 낯선 구조이기는 합니다. 1부와 2부로 나뉘어지는 데다가, 1부의 주인공이 죽고 2부에는 새로운 주인공이 등장하여 이야기를 끌고 가는 낯선 방식의 이야기 전개이기 때문입니다. 아직 한국 관객들을 만나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훨씬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 저도 이렇게 스토리텔링을 구성하고 영화를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Q: <다음 소희> 영어 제목이 Next인데요, 이 ‘다음(Next)’라는 말이 시간적인 말인가요? 공간적인 의미도 가지고 있는 말인가요?

A: 두 가지가 다 포함되는 것 같습니다. '다음이라는 말을 영어로 어떻게 잘 전달 할수 있을까?'했는데, ‘Next’라는 단어가 이 두 가지를 모두 포함하는 것 같습니다. 시간적일 뿐 아니라, 공간적으로 내 옆에 있었지만 인지하지 못했던 소희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Q: 판타지아 관객들에게 <다음 소희>가 어떻게 전달되기를 기대하시나요?

A: 처음 판타지아 영화제 초청 소식을 듣고, '장르 영화제에서 이렇게 초청해 주시는 것이 무슨 이유일까?'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어쩌면 이 분들은 '이 영화가 말하는 내용이 너무나 현실과 동떨어진, 비현실적으로 여겨져서 판타지스럽다고 느낀 것은 아닐까?'라고 생각했습니다. 영화를 보실 때, 장르적인 접근이라기보다, 심각하고 심란한 현실이 실랄하게 표현되어 있는 것에 공감을 하시지 않을까요? 판타지아관객들에게 <다음 소희>가 어떻게 전달될지 제가 더 궁금합니다.

Q: 앞으로도 사회적 이슈를 문제 의식으로 하는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신지 알려주세요.

A: 한국에서는 개봉을 위한 막바지 후반 작업이 진행 중이라, 구체적인 생각을 하지는 못했습니다. 처음 작품 <도희야>와 두 번째 작품 <다음 소희>의 시간적 간극이 커서, 세 번째 작품은 좀 더 그 간격을 좁히려고 합니다. 만들고 싶은 소재와 시나리오는 준비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첫 번째 영화와 두 번째 영화로 이어지는 주제와 문제 의식이 나름대로 동일선상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긴 하지만, 다음 작품은 조금은 덜 사회적 이야기로 만들지 않을까요?

정주리 감독은 8월 2일 몬트리올 판타지아 영화제에 도착해서, 3일 폐막작 상영을 함께 하고 관객과의 대화의 시간을 가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판타지아 영화제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상영된 <태일이>는 1960년대 서울 평화시장 다락에서 일하는 여성 공장노동자들에 대한 현실과 이에 무심한 한국 노동 시장 구조를 고발한다. 공교롭게도 같은 영화제에서 폐막작으로 선정되고 감독상을 받은 영화 <다음 소희>는 2017년 전주 LG유플러스고객센터 상담사로 일하던 특성화고 현장 실습생의 죽음을 모티브로 한다. 이를 통해 2022년 성과주의로 가득한 사회 구조와 그 속에 신음하는 여성 노동자의 삶을 그리고 있다. 판타지아 영화제에서 주목받고 있는 두 작품이 60년이라는 시간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동일한 작동 문법이 이어지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사회적 어두운 곳을 감추기 보다 다양한 문화적 기제를 통해 고발하고 드러내고 함께 이 문제를 고민하는 한국의 문화 예술의 힘의 건재함을 느낀다.

사진출처: (주)화인컷 제공 (http://www.finecut.co.kr/html/fulltitle-view.php?no=283&start=0&search=&search1=&search2=&search_text=)
 

통신원 정보

성명 : 고한나[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캐나다/토론토 통신원]
약력 : 현) Travel-lite Magazine Senior Editor 전) 캐나다한국학교 연합회 학술분과위원장 온타리오 한국학교 협회 학술분과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