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넷플릭스 글로벌 시청 시간 1위를 차지했다. <우영우>는 8월 15일부터 21일까지 총 7,743만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가장 많이 본 TV 시리즈 부문에 올랐다. 이런 언론의 보도가 무색하게, 독일 현지에서는 <우영우>를 보는 사람이 거의 없는 듯하다. 사실 <우영우>는 넷플릭스 공개 이후 독일에서 아직 한 번도 순위권에 오르지 못했다. 독일뿐 아니라 유럽의 많은 지역이 비슷한 상황이다. 독일 넷플릭스에서 <우영우>가 인기가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통신원은 독일의 한국 드라마 팬 커뮤니티를 통해 몇가지 공통적인 이유를 발견할 수 있었는데, 이는 넷플릭스뿐만 아니라 OTT 플랫폼 전반에 유효한 사안이다.
<전 세계 시청시간 1위를 차지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 출처: 넷플릭스 >
'독일에서는 왜 <우영우>가 인기가 없을까?' 라는 질문에 가장 많이 나온 반응은 '아직 보기 시작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시즌의 에피소드가 아직 완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독일 시청자들은 한국의 방송 시스템을 따라 일주일에 두 편 씩 공개되는 방식을 선호하지 않는다. 통상적으로 넷플릭스 콘텐츠는 한 시즌을 통째로 공개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에 따라, 적어도 한 시즌을 끊김 없이 볼 수 있고 정주행을 통해 넷플릭스에 더욱 빠져들기 마련이다. 이는 독일도 마찬가지이다. 이미 방영을 종료한 한국 드라마의 경우, 넷플릭스에 모든 에피소드를 일괄 공개한다. 하지만 방영 중인 드라마의 경우에는 넷플릭스에서도 매주 순차적으로 공개되고 있다. 한국 방송 드라마에 익숙한 시청자들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이에 익숙하지 않은 독일에서는 콘텐츠의 공개 방식이 시청 장벽으로 작용한다. 한국 드라마 팬인 멜라니 슈베르트는 '독일 시청자들은 아마도 완전히 공개된 시리즈를 더 보고 싶어할 것이다. <우영우>는 현재 방영 중이고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분명 많은 이들이 시청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면서 자신도 '모든 회차가 공개될 때까지 기다리는 중'이라고 밝혔다. 그 외 다수 팬들이 '매주 기다렸다가 시청하는 것이 번거롭다.'며 '모든 회차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이뿐만 아니라, 결말을 모르는 드라마에 대해서는 평점이나 평가를 내리기도 어렵다. 드라마 한 회마다 평가가 쏟아지는 한국과는 다른 지점이다. 독일의 평가 문화로 인해, <우영우>에 대한 현지 미디어나 전문지의 리뷰도 거의 나오지 않은 상태이다. 통신원은 애플TV의 <파친코>가 떠올랐다. 당시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던 <파친코>도 매주 공개되는 방식을 택했다. 오랜 기간 시청자를 잡아두기 위한 OTT의 전략이라 평가받았지만, 한편으로는 단기간에 폭발적인 반응을 내기가 어려운 구조였다.
<독일 넷플릭스에서 제공하는 한국 드라마 - 출처: 넷플릭스>
또한 독일어 더빙이 없기 때문이다. 독일 넷플릭스에서 <우영우>는 스페인어, 포르투갈어로 더빙되어 있으나 독일어는 제공하지 않아 자막으로만 시청할 수 있다. 독일에서는 여전히 어린이 및 청소년 영화뿐 아니라 성인 대상 영화에서도 더빙 영화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이처럼 더빙 문화에 익숙하다보니 자막이 있는 영화를 쉽게 보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자막을 읽는다고 시각적으로 영상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이유이다. 이뿐만 아니라 독일인들에게도 유독 길고 어려운 독일어를 바로 바로 읽어 내야 하는 피로감도 이유이다. 또 다른 한국 드라마 팬인 슈테펜 데울은 '<우영우>를 시청하고 있고, 좋다고 생각한다. 독일에서 반응이 없는 건 주로 더빙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더빙 없는 시리즈를 시청하는 이들은 대부분 소수집단 뿐'이라고 전했다. 이어 '아쉽지만 독일에서 우리는 그렇게 자라왔다. 영화나 TV 등 모든 것이 더빙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위처럼 독일 시청자들이 전한 <우영우>를 아직 보지 않은 이유를 살펴보면 <오징어 게임>이 독일에서 큰 인기를 얻었던 이유를 알 수 있다. <오징어 게임>은 처음부터 모든 에피소드가 일괄적으로 공개됐고, 독일어 더빙이 제공됐다. 독일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동시간 대에 완결 시청했기에, 빠른 시간에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미디어 리뷰와 평가로 바이럴 효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위와 같은 사례로 볼 때, 순차적으로 드라마를 공개하는 한국 방송사의 방식이 글로벌 OTT 플랫폼에서도 지속된다면, 앞으로도 <오징어 게임>과 같은 반응이 나오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진출처: 넷플릭스, https://www.netflix.com/kr/title/81518991
성명 : 이유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독일/베를린 통신원] 약력 : 전)2010-2012 세계일보 기자 라이프치히 대학원 커뮤니케이션 및 미디어학 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