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케이팝 팬 중에는 단순히 음악을 듣고 즐기는 것에서 더 나아가 하나의 주체가 되어 적극적으로 콘텐츠들을 재생산하고 공유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이 재창조하는 콘텐츠는 물리적으로 먼 곳에 있는 아티스트를 만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현지 팬들에게 하나의 매개체가 된다. 온라인에서 서로의 취향과 정보를 공유하는 장을 생산해 케이팝을 포함한 한류의 인기가 유지되는 힘이 되어주는 것이다. 마드리드의 크리스티나(Cristina Donoo)는 2017년 일본어를 공부하던 도중 블랙핑크를 계기로 한류의 매력에 빠졌다. 크리스티나는 케이팝 관련 정보를 공유하던 트위터 친구인 발렌시아에 거주하는 라우라(Laura)와 함께 트위치에서 한류 관련 방송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트위치는 게임, 엔터테인먼트, 스포츠, 음악 등 콘텐츠를 다루는 양방향 생방송 서비스로, 한국의 아프리카 TV와 유사하다. 이들은 디스코드(음성, 채팅, 영상 통화 등을 지원하는 인스턴트 메신저)에 커뮤니티를 만들어, 다양한 지역의 한류 팬들과 한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친구를 만든다. 또한 스포티파이에 방송을 업로드해 생방송에 참여할 수 없었던 팬들이나 한류에 관심있는 사람들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더불어 케이팝 팟캐스트 방송 ‘Con K de K-POP’을 iVoox(스페인 팟캐스트)에서 진행하고 있다.
<팟캐스트 Con K de KPOP의 크리스티나와 그의 동료 라우라 - 출처: (좌)통신원 촬영 및 (우)크리스티나 제공>
단순히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커뮤니티를 만들어 활동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5년 전 일본어를 공부하다가 우연히 블랙핑크 영상을 봤어요. 순간 가슴에 뭐가 꽂히는 것 같았죠. 사랑에 빠졌다고 해야 하나요? 그리고 퀸덤과 킹덤 경연 프로그램을 접했는데 정말 환상적이었습니다. 그 후로 트위터에서 한류에 관한 정보를 얻고 그곳에서 케이팝 좋아하는 친구들을 많이 사귀게 되었어요. 그러던 중, 우리가 이렇게 좋아하는 것들을 더 많은 이들과 공유하면 어떨까는 생각했을 했는데, 바로 실행에 옮겼어요. 요즘 같은 세상에 안 될게 뭐가 있나 싶었죠. 트위터에서 사귄 라우라에게 말했더니 흔쾌히 같이 하자고 해 커뮤니티 활동을 시작하게 됐어요. 올해 9월이면 2년이 되는데, 소감은요? 큰 결과를 바라고 시작한 것은 아닙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좀 더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전부였어요. 스페인 사람들의 기질이랄까요?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하고 좋아하는것에 대해 열과 성을 다하는 편입니다. 저는 직업도 따로 있고, 커뮤니티 활동은 일종의 취미입니다. 근데 이 취미가 내 인생에 정말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는 해요. 한류에 대한 의견과 생각들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가장 좋다고 느꼈던 것은 친구를 얻었다는 것이에요. 정말 많은 좋은 이들은 만났거든요. 생방송 시청자들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팟캐스트 구독자들도 많아지고 있어요. 물론 엄청난 숫자는 아니지만 내실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스페인 곳곳에 있는 한류 팬들과 온라인에서 만나 한류와 케이팝에 대해 이야기 한다는 것이 정말 짜릿합니다.
<트위치에서 생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크리스티나와 라우라 - 출처: 크리스티나 제공>
함께 하는 라우라가 있는 발렌시아에는 한류의 인기가 어떤가요? 라우라를 만나러 발렌시아에 갔을 때 렌페(스페인 고속열차)역에서 내려 광장을 지나는 데 한 그룹의 아이들이 케이팝 커버 댄스를 추고 있었어요. 이렇게 발렌시아에서 처음 들은 음악이 케이팝이었습니다. 뭐 마드리드야 대도시니까 이제 곳곳에서 커버 댄스하는 이들을 만나는 것은 평범한 일상이지만 발렌시아에서 케이팝을 들으니 더 반갑게 느껴지더라구요. 그래서 다가가 말을 걸었고, 금새 친구가 되었습니다. 발렌시아의 한 버블티 가게에서는 정기적으로 k-event를 개최하는데 라우라와 함께 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마드리드는 발렌시아든 도시 크기에 따라 규모가 작다 크다 뿐이지 이제 스페인 어딜 가나 한류 팬들을 만날 수 있답니다. 취미로 하는 일이지만, 활동하려면 아무래도 돈이 들텐데 어떻게 지원을 받나요? 일단 두들겨 보는 편입니다. 한류 물품 샵 같은 곳에 광고를 제안하기도 해요. 쉽지 않을 일이지만 그 조차 재미있어요. 사람들을 만나고,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을 좋아해서 그런 듯합니다. 물론 취미로 하는 이 일이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면 정말 멋진 일이겠죠. 그런데 그렇지 않다고 해도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기에 후회하지 않아요. 돈보다 더 많은 것을 얻고 있거든요. 다만, 저희가 지금 하는 것들은 더 키워보고 싶은 생각은 있어요. 곧 2주년인데 준비하는 것들이 있나요? 혹은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요? 오프라인 행사를 진행해보고자 계획을 세우면서 여러 곳에 연락해보고 있습니다. 온라인 소통이 익숙한 세대이지만 스페인 습성 상 오프라인 만남을 더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하고 있는 것들을 더 홍보하기 위해서는 직접 만나 눈을 마주보며 이야기 할 수 있는 행사도 분명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인터넷으로 하나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고 해도 실제로 아티스트들을 볼 기회가 드문 먼 곳에서 ‘덕질’을 이어간 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렇기에 한류 팬들은 같은 관심사를 가진 이들과 눈을 마주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공감하고, 땀 흘릴 수 있는 기회가 더 없이 소중하다. 크리스티라와 라우라처럼 주체적으로 기회를 만들어 함께 즐기는 이들이 늘고 있다. 좋아하는 것에 대한 열정으로 시작한 일들이 이들에게 다른 기회를 가져다줄지는 모를 일이지만 충분히 지금 현재 다른 이들과 공유하며 즐기는 그 자체로도 행복하다는 이들, 케이팝과 한류의 인기가 지속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사진출처: 통신원 촬영 및 크리스티나 제공 참고자료: 'Con K DE KPOP' SNS 및 방송 URL - Twitter: https://twitter.com/conkdekpop - Instagram: https://www.instagram.com/conkdekpop/ - Discord: https://discord.com/invite/qPqHGyVmKG - Spotify: https://open.spotify.com/show/3vBlYOcdIlc2T8iXYrhDLi?si=10d97b4ef3d143eb&nd=1 - iVoox: https://www.ivoox.com/podcast-podkast_sq_f11057240_1.htmlval), https://www.facebook.com/koreanfilmfestival/
성명 : 김민하[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호주/시드니 통신원] 약력 : 현) Community Relations Commission NSW 리포터 호주 동아일보 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