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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분석] 〈오징어 게임〉 에미상 6관왕에 대한 LA의 축하

2022-10-04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한국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인 <오징어 게임>이 미국 LA에서 열린 제74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비롯해 6관왕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에미상은 미국 방송계에서 가장 권위 있다고 꼽히는 시상식인데다가, 한국은 물론 비영어권 작품 최초의 에미상 수상이기에 그 의미가 더 크다.

현지시간 9월 12일 월요일, 미국 TV예술과학아카데미가 LA 마이크로소프트 극장에서 개최한 제74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에서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은 감독상을, 배우 이정재는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오징어 게임>은 작품상 후보에도 올랐지만 아쉽게도 미국 HBO 드라마 <석세션(Succession)>에게 돌아갔다.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 날로부터 8일 전, 9월 4일에 개최했던 크리에이티브 아츠 에미상 시상식(The Creative Arts Emmys)에서 <오징어 게임>은 4관왕에 오르는 성과를 냈다. 크리에이티브 아츠 에미상은 기술진과 스태프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시상식으로, <오징어 게임>은 게스트상(배우 이유미), 시각효과상, 스턴트퍼포먼스상, 프로덕션디자인상을 수상했다.

에미상 6관왕에 오른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은 감독상 수상 무대에서 "우리가 함께 역사를 만들었다. 비영어권 시리즈의 수상이 이번이 마지막이 아니기를 바란다. 이 상이 내 마지막 에미상이 아니길 바란다. <오징어 게임> 시즌2로 돌아오겠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이정재는 무대에 올라, "황 감독은 탄탄한 극본과 멋진 연출로 우리가 마주하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스크린에 창의적으로 옮겨냈다."고 감독에게 공을 돌리는 훈훈한 모습을 보였다. 

LA 현지 언론은 비영어권 콘텐츠인 <오징어 게임>이 가장 권위적이며 보수적인 에미상 시상식에서 주요 상들을 휩쓴 것에 대해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CNN》은 <오징어 게임>에 대해 '대박 히트 작(Smash)', '넷플릭스 사상 최고의 쇼(the biggest show in Netflix’s history)'라는 표현과 함께 에미상 수상의 소식을 전했다. <오징어 게임>의 성공과 더불어 '팝컬처 현상(became a pop culture phenomenon)'이 됐다는 표현도 더했다.

'오징어 게임' 프라임타임 에미상 수상에 대한 CNN의 보도 - 출처: 'CNN'

<'오징어 게임' 프라임타임 에미상 수상에 대한 CNN의 보도 - 출처: 'CNN'>


엔터테인먼트 전문지 《The Hollywood Reporter》는 '<오징어 게임>의 에미상 지명과 수상은 미국과 영국 콘텐츠 일색이었던 에미상 시상식이 이제야 비로소 국제적인 시상식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With ‘Squid Game’ Nominations, Emmys Finally Truly Go Global)'는 내용의 기사를 실었다. 

2020년, 봉준호 감독은 한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오스카는 매우 지역적인(very local) 시상식'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 해 아카데미 회원들은 봉준호 감독의 발언에 비영어권 영화에 대한 자신들의 편견을 자각이라도 한듯, 영화 <기생충>은 아카데미 주요 상들을 수상했다. 《The Hollywood Reporter》는 전통적이고 권위적이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에미상 시상식에 대해 '이제야 비로소 국제적인 시상식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헤드라인을 올림으로써, 비영어권 콘텐츠이면서도 미국 주류에서 당당히 인정받은 <오징어 게임>의 쾌거를 축하했다.

그동안 한국의 드라마는 재벌 2세 남성과 가난한 여성이라는 기본 설정에 충실한 콘텐츠들을 양산해왔다. 반면, <오징어 게임>은 자본주의 경쟁사회에서 뒤쳐진 자들의 이야기이다. 미국의 언론과 네티즌들은 '<오징어 게임>의 주인공이 그 누구도 눈길을 주지 않는 인생 낙오자임'을 <오징어 게임> 인기의 주요 요인으로 꼽는다. <기생충> 또한 이러한 사회 경제적 계층을 다룬 바 있다. 시선을 끌지 못하는 계층에게 향하는 편견 없는 시선의 이야기, 그리고 그들의 소외와 욕망을 그린 드라마는 부의 편중에 대한 사회적 인지를 가져와 SNS에서의 뜨거운 논의로 이어지기도 했다.

'오징어 게임'의 수상으로 국제적 시상식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보도 - 출처: 'The Hollywood Reporter'

<'오징어 게임'의 수상으로 국제적 시상식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보도 - 출처: 'The Hollywood Reporter'>


반면, 《abc NEWS》는 최근 많은 한국의 콘텐츠들이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기 때문인지, '그리 들뜬 분위기는 아니었다(the overall reaction was subdued as the country grows accustomed to its increasingly prominent role in global entertainment)'고 보도했다. BTS와 블랙핑크의 음악산업 장악, 영화 <기생충>의 오스카 4관왕 등 이미 굵직한 성공이 있어서인지, 과거에 비해 훨씬 더 절제된 분위기 속에서 <오징어 게임>의 에미상 수상을 축하하고 있다.

약 16만 8천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텔레비전아카데미(Television Academy)>는 황동혁 감독의 에미상 수상 동영상을 업로드했다. 3분 13초 길이의 해당 영상 아래에는 4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그 중에는 '황 감독, 장난 아니다. UCS 영화학교에서 공부하던 시절 학생들의 에미상을 받기도 한 그는 한국의 퀀틴 타란티노에 비할 수 있다.(steve louie)'라며, 댓글을 통해 황동혁 감독의 미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의 존재감을 표현했다. 

'<오징어 게임>은 정말 특별하고 뛰어난 작품. 에미 작품상도 받았어야 했는데.(jc)'라며 아쉬움을 표현하는 이도 있다. 이외에도, '당연히 받아야 할 상을 받은 것. <오징어 게임>은 이제 하나의 사회 현상(Cody Higinbotham)', '94개국에서 1등한 <오징어 게임>. 에미상을 안 받았다면 이상한 거 아닌가? 한 번 보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이 중독성!!!(SillyLuck)', '넷플릭스에서 비영어 대형 프로젝트를 더 많이 제작해야 한다.(Asya Bovt)'는 의견이 있었다.

<오징어 게임>의 에미상 수상 후, 캘리포니아 대학 어바인(UC Irvine)에서는 1,415명의 학생들이 9월 21일 올드리치 공원(Aldrich Park)에 모여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Red Light, Green Light)' 게임에 참가했다. 해당 행사는 참가자 규모로 기네스 세계 기록을 깼다. 이 행사를 기획한 세마안(Semaan)은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오징어 게임>을 통해 이 게임이 부활했다.'고 전했다.

활옷을 입은 여인들이 오방천을 꼬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 출처: 통신원 촬영

<활옷을 입은 여인들이 오방천을 꼬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 출처: 통신원 촬영>


100여 명으로 구성된 사물놀이 팀들은 장구와 꽹과리를 울리며 다이내믹한 공연을 펼쳤다. 이어지는 아프리칸 아메리칸 커뮤니티의 브라스 밴드와 깃발 댄스 팀의 퍼포먼스는 LA한인축제가 한인들만의 행사가 아닌, LA를 구성하는 다양한 커뮤니티가 함께 만들고 함께 즐기는 축제임을 깨닫게 해주었다. 

에미상 수상 후 캘리포니아 대학 어바인에서 열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 출처: 'NDTV'/UC Irvine 트위터 계정(@UCIrvine)

<에미상 수상 후 캘리포니아 대학 어바인에서 열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 출처: 'NDTV'/UC Irvine 트위터 계정(@UCIrvine)>


지난해 10월, 'Squid Game'이라는 해시태그가 달린 틱톡 콘텐츠는 무려 228억뷰를 기록하고, 의상, 마스크, 인형 등 관련 굿즈의 인기도 상승한 바 있다. 영화 관련 기념품을 1년 내내 접할 수 있는 할리웃대로(Hollywood Blvd.)의 기념품점에서 <오징어 게임> 굿즈는 넷플릭스에서 공개된지 1년이 넘은 지금도 여전히 인기있는 상품이다. LA의 한 카페에서는 '오징어 게임 챌린지'라는 이벤트를 마련해 달고나 뽑기 대회를 지속적으로 진행해 왔는데, <오징어 게임>의 에미상 수상을 계기로 달고나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

오징어 게임 포스터 - 출처: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포스터 - 출처: 넷플릭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3년 만에 열린 2022년 LA 한국의 날 축제에서도 <오징어 게임>의 인기는 여전했다. 딱지치기 체험 부스에는 아침 이른 시각부터 수많은 현지인들이 몰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통해 접했던 딱지치기를 직접 해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었다.

"<오징어 게임> 시즌 2는 아무리 재미있어도, 그리고 아무리 뒷 얘기가 궁금해도 시즌 1처럼 밤을 새워가며 보지 않을 거에요. 물론 막상 시즌 2가 나오면 이 결심이 무너지고 말겠죠. 너무 그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게 만드니까요. 하지만 밤새워 몰아 보고 나서 허탈한 마음에 다시 되돌려보는 대신, 한 편 한 편을 충분히 시간을 두고 아껴 가며 찬찬히 즐기며 시청하고자 합니다."

축제 현장에서 딱지치기를 체험하던 한 현지인의 말은 사람들이 <오징어 게임>의 팬이 돼 얼마나 몰아보기 했는지를 짐작하게 해준다. 여러 언론 보도와 현지인들의 표현대로, <오징어 게임>은 드라마를 넘어선 '하나의 사회 현상'이다. 이번 에미상 수상으로 되살아난 '<오징어 게임> 현상'을 지켜보니, 시즌 2가 더욱 기대되는 바이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CNN》 (2022. 9. 13). Emmy wins for ‘Squid Game’ actor Lee Jung-jae and director Hwang Dong-hyuk, https://www.cnn.com/2022/09/13/entertainment/squid-game-emmys-korea-win-lee-jung-jae-intl-hnk/index.html
- 《The Hollywood Reporter》 (2022. 7. 12). With ‘Squid Game’ Nominations, Emmys Finally Truly Go Global, https://www.hollywoodreporter.com/tv/tv-news/emmys-2022-squid-game-record-breaking-nomination-1235179013/#
- 《abc NEWS》 (2022. 9. 14). South Korean celebration of 'Squid Game' Emmy wins subdued, https://abcnews.go.com/Entertainment/wireStory/south-korean-celebration-squid-game-emmy-wins-subdued-89803365
- 《NDTV》 (2022. 9. 23). Inspired By Squid Game, 1415 Students Play Red Light, Green Light Game For Guinness World Record, https://www.ndtv.com/world-news/inspired-by-squid-game-1415-students-play-red-light-green-light-game-for-guinness-world-record-3371182

통신원 정보

성명 : 박지윤[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미국(LA)/LA 통신원]
약력 : 현) 마음챙김 명상 지도자. 요가 지도자 '4시엔 스텔라입니다.' 진행자 전) 미주 한국일보 및 중앙일보 객원기자 역임 연세대학교 문헌정보학과 졸업 UCLA MARC(Mindful Awareness Research Center) 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