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첫 합작 장편 영화 <더 로드: 무쌍킹> 제작 발표회가 열려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작품은 이문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해외 제작진이 공동 제작한 합작 프로젝트이다. 배우 김보연, 곽동혁이 출연하고 말레이시아 배우 유소프 바흐린, 하리사, 피미 돈 등도 함께했다. 영화 <더 로드: 무쌍킹>은 과일 농장주가 누명을 쓰고 감옥에 수감된 아들을 구하고자 한국인 사업가를 찾아가게 되지만 아들을 구하기 전에 살해당한 뒤 벌어지는 액션 스릴러이다.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첫 합작 장편영화 '더 로드: 무쌍킹' 제작발표회 - 출처: DS MAJU 공식 홈페이지>
지난 8월 열린 제작발표회에는 정부 부처를 비롯한 많은 영화업계 관계자들이 모였다. 말레이시아 커뮤니케이션멀티미디어부는 이번 한국과의 합작영화가 말레이시아에게 아카데미상 수상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라고 전했다. 말레이시아 영화진흥위원회(FINAS)도 지원을 약속하며 이번 협업이 말레이시아의 역량을 끌어내어 영화산업을 한 단계 더 도약시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국과의 공동제작 소식에 많은 관심이 쏟아지고 있는 이유는 최근 말레이시아 정부가 최근 국내 작품이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수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로드 투 오스카(Road to Oscar)'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는 영화산업에 폐쇄적이었던 탓에 주변 동남아시아 국가와 비교할 때 오스카 등 해외 영화제에 존재감을 드러낸 바가 없다. 수십 년간 필리핀은 32회, 태국은 26회, 인도네시아는 21회, 싱가포르는 12회 국제영화상 부문 후보작에 도전했다. 반면 말레이시아가 동기간 오스카 시상식에 출품한 작품은 6편에 불과하다. 2000년대까지 출품한 작품은 <르당산의 공주(Puteri Gunung Ledang,2004)>가 유일하다. 2010년대에는 <옹박: 영웅의 탄생(Bunohan, 2011)>, <세상을 구한 남자(Lelaki Harapan Dunia, 2014)> 등 6편의 영화를 출품했으나 말레이시아 영화가 후보작에 오른 적은 한 번도 없다. 최근에는 <소울: 영혼(Roh, 2019)>, <헤일! 드라이버(Hail! Driver, 2020)>를 오스카 국제 장편 영화 부문에 출품하며 적극적인 해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에 말레이시아 정부는 해외 제작사들과 공동 촬영 및 제작을 논의하고 있는 것이다.
<2022년 오스카 국제 장편 영화 부문에 출품한 말레이시아 영화 '헤일! 드라이버' - 출처: 'imdb'>
최근 말레이시아는 호주 정부와 처음으로 양국 간 시청각 분야 공동제작을 확대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은 2021년 10월부터 양국 제작사가 합작 영화 총 제작비의 20%에서 80%까지 참여할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12개국과 시청각 공동제작협정을 체결한 호주와의 협약으로 국제 영화시장 진출에 나설 전망이다. 또한 지난 8월에는 인도네시아와 1984년에 체결한 업무협약(MoU)을 갱신하며 공동영화제작사 설립을 추진할 계획이다. 말레이시아는 <기생충>으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한국 영화산업에 관심을 표하면서 문화 수출로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말레이시아가 한국과의 공동제작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으나, 공동제작에는 많은 어려움이 뒤따른다. 특히 말레이시아는 폐쇄적인 문화 탓에 소재, 장르 등의 제한이 있으며 대중성을 확보하기에는 관객이 세분화되어 있어 꾸준한 연구와 관심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양국이 홍보, 배급, 제작 등 분야에서 협력한다면 대중성과 작품성 부문에서 모두 성공한 영화를 제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문호 감독은 현지 관객이 선호하는 소재와 영화 장르를 전략으로 활용하고 외국인 감독의 시각에서 색다른 작품을 완성할 것으로 보인다. 영화 제목인 '무쌍킹'은 말레이시아의 대표적인 과일 두리안의 한 종류로 현지 관객들에게 익숙한 과일을 소재로 한 영화를 제작했다. 또한 말레이시아 관객의 다수를 차지하는 말레이계가 액션 장르를 선호한다는 점에서도 <더 로드: 무쌍킹>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은 뜨거울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제작진의 95%를 말레이시아인으로 구성하고 한국어를 비롯해 영어, 말레이어로 영화를 제작해 현지 영화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기대된다. 말레이시아 액션 영화는 다양한 볼거리와 화려한 액션을 선보인다는 점에서 눈길을 사로잡지만 몰입감을 방해하는 개연성 때문에 액션이 겉돈다는 느낌을 받고는 한다. 현지 관객들도 이러한 이유로 말레이시아 영화를 외면하고 할리우드 영화를 소비해 영화산업이 침체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현지 영화업계와 정부부처는 해외와의 공동제작을 통해 이러한 어려움을 해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 한국과 영화를 제작하는 새로운 시도가 현지 관객의 기대에 부응해 해외 영화제의 발판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사진출처 - DS Maju 공식 홈페이지, https://dsmaju.com.my/blog/ds-maju-is-honoured-to-be-one-of-the-sponsor-for-the-very-first-malaysian-south-korean-joint-venture-film-the-lord-musang-king - imdb, https://www.imdb.com/
성명 : 홍성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말레이시아/쿠알라룸푸르 통신원] 약력 : 현) Universiti Sains Malaysia 박사과정(Strategic Human Resource Manag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