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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에 이은 『기다림』 번역문학 출판

2023-01-18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위안부 피해자의 삶을 다룬 김은숙 작가의 만화 『풀(Hierba)』은 2019년 프랑스 진보 성향 일간지 뤼마니테 만화상의 심사위원특별상, 2020년 만화계의 오스카로 불리는 미국하비상 국제도서 부문을 수상했고 2019년 영국 가디언지가 선정한 최고의 그래픽 노블, 미국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최고의 만화에 선정된 바 있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김금숙 작가의 『기다림(La Espera)』이 스페인어로 번역 출간돼 화제가 되고 있다.

『풀』이 스페인어로 번역 출간되자 스페인 유력 일간지 《엘 파이스(El país)》, 《엘에스파뇰(el Español)》는 연이어 관련 소식을 보도했다. 김금숙 작가는 직접 스페인을 찾아 마드리드 및 바르셀로나에서 독자와의 대화 및 사인회를 열었다. 《El país》는 연말에 도서를 선물하는 독자들을 위해 2022년 최고의 책 50권을 다양한 분야에서 선정했는데 그중 『풀』이 명단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소외된 이들의 이야기를 꾸준히 작품으로 내놓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는 김금숙 작가의 이번 작품 『기다림』은 70년 동안의 기다림, 이산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만화이다. 『풀』에 이어 『기다림』까지 한국의 아픈 역사를 연속으로 번역 출간한 현지 출판사 'RESERVOIR BOOKS(Penguin Random House Grupo 소속)'는 '가장 다양하고 날카로운 이야기들 전하겠다'는 신념으로 수준 높은 작품들을 스페인 독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한국에서 그래픽 노블은 최근에서야 성장하고 있는 장르이지만 스페인에서는 탄탄한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는 장르이다. 출판사 측에 의하면 그래픽 노블 장르는 소설보다도 '위안부'와 '이산가족'이라는 다소 무겁고 생소한 주제를 스페인 독자들에게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훌륭한 매개체로 작용한다.

12월 17일 스페인 서점에서 판매를 시작한 김금숙 작가의 도서 '기다림' - 출처: 통신원 촬영

<12월 17일 스페인 서점에서 판매를 시작한 김금숙 작가의 도서 '기다림' - 출처: 통신원 촬영>

스페인어로 번역된 『풀』로 현지 독자들을 찾았던 사인회에서 작가는 '위안부'라는 소재에 포커스를 맞추기보다는 어두운 시대에 가난한 집의 딸로 태어나 살아가면서 겪은 한 여인의 삶과 그 상처투성이 삶 속에서도 오늘은 살아가고 관계를 맺고 치유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진심을 담아 전하기도 했다. 사인회에 참석한 한국 민속학 박사 논문을 쓰고 있다는 바르바라(Barbara) 씨는 "아시아학 세미나에서 만난 자리에서 작가의 말대로 위안부를 소재로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빛나는 한 여성의 삶을 고스란히 느끼고 그녀와 연대할 수 있었다."는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기다림』은 한국 역사에 존재하는 긴 헤어짐을 다룬 이야기이다. 영어로 번역된 『기다림』을 영국에서 공수해 먼저 읽었다는 루드레스 씨는 "『풀』과 마찬가지로 일제강점기의 쓰라린 역사를 겪고 전쟁통에 남편과 아들과 생이별을 하고도 살아 나가야 했던 이야기를 통해 끝이 없을 헤어짐의 아픔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한국인이 아니어도 충분히 귀자의 한과 그리움에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고통스러운 한국의 역사를 강인하게 살아 낸 귀자의 삶 속에서 희망을 볼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출판사 측은 『기다림』을 예약하고 기다린 독자들도 꽤 있다고 전했다. 서점에서의 판매가 시작된 12월 17일, 통신원이 직접 마드리드 시내에 있는 서점에 방문했을 때 책을 안내해 준 점원은 "오늘 오전 이 책을 찾는 이들이 몇 명 있었다."고 이야기 했다. 실제로 서점에서 흥미로운 듯 『기다림』을 둘러보는 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기다림을 견딘 스페인 독자들에게 쓰라린 한국의 역사를 살아낸 한 여성의 삶을 통해 희망이 전해지기를 바란다.

사진출처
- 통신원 촬영

참고자료
- 《El país》 (2022. 12. 23). "Un libro para alguien a quien le gusta…": recomendaciones que los lectores han pedido a 'Babelia', https://elpais.com/babelia/2022-12-23/un-libro-para-alguien-a-quien-le-gusta-recomendaciones-que-los-lectores-han-pedido-a-babelia.html

통신원 정보

성명 : 정누리[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스페인/마드리드 통신원]
약력 : 현)마드리드 꼼쁠루텐세 대학원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