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정책/이슈] 케이팝 아이돌 오디션 열풍과 이를 바라보는 싱가포르인들의 시각

케이팝은 동남아시아 시장을 사로잡았다. 케이팝 콘서트가 자주 개최되며 앨범, 액세서리, 의류 등 케이팝 관련 굿즈를 판매하는 매장도 여러 곳 있다. 이곳 싱가포르에도 케이팝 팬이 많다는 것은 놀라운 사실이 아니다. 케이팝 시장이 커지면서 아이돌에 도전하고자 하는 싱가포르인이 증가하고 있다. 이는 최근 몇 년간 BTS와 블랙핑크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각종 글로벌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케이팝의 세계화가 초래한 현상인 듯하다.

2월 3일 싱가포르 칼랑 플레이스 행사장은 피프티피프티(Fifty Fifty)의 새 멤버를 찾는 오디션에 지원한 참가자들로 북적였다. 2023년 < Cupid >로 세계적 인기를 얻은 피프티피프티는 소속사 어트랙트와의 전속계약 분쟁으로 4명 중 3명이 탈퇴했다. 어트랙트는 이러한 상황에서 새로운 멤버를 선발하기 위한 오디션을 개최했다. 한국, 일본, 싱가포르를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 오디션을 개최했는데 싱가포르에서는 2월 3일에 진행됐다. 해당 오디션에서 합격하면 3월 2일 태국에서 열리는 최종 오디션 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게 된다. 오디션 심사위원 중에는 지난 2023년 8월 어트랙트에 1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싱가포르 에버그린 그룹 홀딩스의 데이비드 용(David Yong)도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 피프티피프티 글로벌 오디션 홍보 포스터 - 출처: 인스타그램 계정(@fiftyfiftyaudition) >

한편 케이팝의 글로벌 인기와 함께 싱가포르 정부도 협력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2023년 싱가포르 교육부는 싱가포르 래플스 음악 대학(Singapore Raffles Music College, SRMC)과 서울공연예술고등학교(SOPA)와 협력해 한국 이외 국가로는 최초로 케이팝 국제고등학교 설립을 승인했다. 싱가포르 래플스 음악 대학은 2023년 케이팝 캠프를 개최해 아이돌 연습생 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이어 아이돌이 되기 위한 역량을 준비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에 다양한 프로그램을 포함할 것이며, 2024년 하반기 75명의 학생으로 케이팝 국제고등학교 운영을 시작할 예정이라 밝혔다.

< 최초로 케이팝 국제고등학교를 설립한 SRMC - 출처: 인스타그램 계정(@srmcsg) >

그러나 케이팝에 대한 인기가 높아짐에 따라 아이돌 육성 시스템에 대한 우려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케이팝 아이돌의 우울증, 번아웃, 혹은 자살 등의 부정적 소식을 접하게 되면서 한국의 아이돌 육성 시스템이 혹독하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아이돌이 되기 위해서는 청소년들이 악명 높을 정도로 잔인한 식이요법을 병행하며 다이어트를 하고 개인의 자유를 감수해야 하는 연습생 기간을 거쳐야 한다고 알려졌다. 해당 기간을 무사히 마친 극소수만이 아이돌로 데뷔할 수 있고 이에 성공하지 못한 연습생들은 빚을 지거나 강압이나 착취 속에 병들어간다고 전해졌다. 이 때문에 아이돌의 꿈을 꾸고 있는 자녀를 둔 부모들의 막연한 걱정이 큰 것도 사실이다. 

< 케이팝 캠프 훈련 장면 - 출처: CAN insider 유튜브 계정 >

이러한 우려를 반영하듯 최근 《CNA insider》는 시사 이슈와 관련한 하나의 주제로 한국의 케이팝에 대한 영상을 2부작으로 제작해 방영했다. 해당 영상에서는 케이팝산업과 MD 상품, 어린 연습생들의 오디션 준비, 케이팝 캠프의 인기를 포함해 14세 싱가포르 아이돌 지망생 케이드(Kade)가 한국에서 10일간의 캠프를 시작하는 과정과 해당 캠프의 진행 등 관련 정보를 전하며 시사점을 제시했다.

해당 영상에 대한 싱가포르 사람들의 반응을 살펴보면 케이팝에 대해 걱정 어린 시선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한국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높아지면서 이와 함께 한국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가진 사람들도 늘어가는 추세다. 최근에는 싱가포르인이 한국 여행 중 불쾌한 상황을 겪은 사례가 보도되면서 한국 여행 및 한국인에 대한 불만이 표출되기도 했다. 케이팝이 하나의 거대한 문화로 싱가포르에 잘 자리 잡기 위해서는 양국 간 문화교류와 협력이 더욱더 필요해 보인다. 싱가포르 출신 아티스트가 케이팝 아이돌로 데뷔한다면 양국 상호 이해와 존중을 증진시킬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인스타그램 계정(@fiftyfiftyaudition), https://www.instagram.com/fiftyfiftyaudition/
- 인스타그램 계정(@srmcsg), https://www.instagram.com/srmcsg/
- 《The Straits Times》 (2024. 2. 6). 120 hopefuls in Singapore audition for K-pop girl group Fifty Fifty, https://www.straitstimes.com/life/entertainment/120-hopefuls-audition-for-k-pop-girl-group-fifty-fifty
- 《Time》 (2023. 11. 29). K-Pop Isn’t Just Making Fans Outside of Korea. It’s Trying to Make the Genre’s Next Stars, https://time.com/6339859/k-pop-school-international-singapore-sopa-srmc/
- 《CNA》 (2024. 1. 28). These young Singaporeans are eyeing a career as K-pop idols. What are their odds?, https://www.channelnewsasia.com/cna-insider/young-singaporeans-career-korean-pop-idols-boot-camps-auditions-4076701
- 《CNA insider》 (2024. 1. 15). $10,000 A Year On K-Pop: How Far Will Fans Go To Support Their Idols? -Part 1 | Talking Point, https://www.youtube.com/watch?v=_3pjSMs_G3A&ab_channel=CNAInsider
- 《CNA insider》 (2024. 1. 22). I Want To Be A K-Pop Idol: Can Intensive Bootcamps In South Korea Help? -Part 2 | Talking Point, https://www.youtube.com/watch?v=bdn62b30Nxk&ab_channel=CNAInsider

통신원 정보

성명 : 신보라[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싱가포르/싱가포르 통신원]
약력 : 전) 싱가포르 Duke-NUS 의과 대학 박사후 연구원  현) 싱가포르 NUS Yong loo lin 의대 박사 후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