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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토착문화의 관점에서 살펴본 영화 <파묘>의 인기

2024-04-18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싱가포르에서 3월 14일 개봉한 한국의 스릴러 영화 < 파묘 >가 큰 관심 속에서 상영 중이다. 자체 영화산업이 부족해 다수의 해외 영화를 상영하는 싱가포르에서 < 파묘 >가 개봉 전부터 흥행 조짐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조상의 묫자리, 무당 등을 소재로 한 < 파묘 >의 시놉시스를 외국인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예상을 깼기 때문이다.

< '파묘' 홍보 포스터 - 출처: 골든 빌리지(Golden Village) 및 캐세이 씨네플렉스(Cathay Cineplexes) 홈페이지 >

무당인 화림(배우 김고은)과 봉길(배우 이도현), 풍수사 상덕(배우 최민식), 그리고 장의사인 영근(배우 유해진)이 < 파묘 >의 주요 인물로 등장해 스토리를 이끌어간다. 어느 날 화림(배우 김고은)과 봉길(배우 이도현)이 기이한 병이 대물림되는 부잣집 집안의 의뢰를 받는다. 화근이라고 추측된 조상 묫자리를 이전하자 미스터리한 사건이 발생한다. 해당 묫자리는 일제강점기 시절 조선의 정기를 끊기 위해 일본이 쇠말뚝을 박아 놓은 장소를 숨기기 위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 '파묘' 개봉 전 기대감을 내비친 현지인들의 반응 - 출처: 골든 빌리지(Golden Village) 페이스북 계정(@gvpictures) >

싱가포르 골든 빌리지(Golden Village) 영화관 외부에는 배우 얼굴을 클로즈업한 영화 포스터가 진열돼 있었다. 외국인들에게는 생소할 수 있는 한국의 샤머니즘과 일제강점기 소재의 영화라는 사실이 무색하게 대대적 홍보가 이뤄지고 있었다.

< '파묘' 홍보 포스터가 걸려 있는 싱가포르 영화관 외부 - 출처: 통신원 촬영 >

영화관 내부에 자리한 대부분의 관람객은 현지인이었다. 통신원은 < 파묘 >를 관람하면서도 현지인들의 반응을 살폈다. 영화 중간에 나오는 코믹 요소에 공감하며 웃는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함께 웃고, 함께 무서워하는 등 영화에 반응하며 관람하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온라인에서 현지 관객들의 관람 후기를 살펴보니, "너무 재미있었다.", "일본군의 만행에 공감했다."라는 리뷰가 대다수였다.

< '파묘' 상영 후 엔딩 크레딧 - 출처: 통신원 촬영 >

싱가포르도 일본의 식민지 시절을 경험했기에 현지 관람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요소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 일본 호의적인 태도를 가진 사람들이 많기에, 일본의 과거 만행을 고발하는 내용이 현지인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궁금했다. 영화를 관람한 싱가포르 현지 사람들의 후기를 살펴보니, 동양 문화를 공유하며 토착신앙과 밀접한 삶을 살아가기에 영화가 다룬 한국의 토착문화를 이질적으로 느끼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 영화 '파묘'에 대한 현지인들의 반응 - 출처: GSC 페이스북 계정(@GSCinemas) >

사실 싱가포르에는 미신이 꽤 넓게 퍼져 있다. 한국과 유사하게 혹은 더 심하게 미신을 믿는 경향이 있다. 싱가포르 가게나 집 곳곳에서는 한자 '복'을 적은 한자를 붉은 천이나 실로 거꾸로 매달아 놓은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렇게 하면 복이 하늘로 날아가지 않고 땅에 떨어져 더 많은 복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어디에서나 발견할 수 있는 또 다른 특징은 사당이다. 사당은 액귀를 쫓고 조상신을 모시는 곳으로 주로 건물 뒤편이나 상점 또는 집 안 한편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서 매일 아침뿐만 아니라 새해와 같이 특별한 날 온 가족이 촛불을 켜고 맛있는 음식을 놓으며 복을 기원한다. 이러한 이유로 식당이 많은 길거리를 걷다 보면 복을 기원했던 음식을 바깥에도 조금씩 덜어 놓아 떠도는 귀신들을 위로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집집마다 사당이 하나씩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오프라인 매장뿐만 아니라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관련 물품들을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

< 쇼핑몰에서 판매하고 있는 사당 - 출처: 'Shopee' >

일본이 싱가포르를 점령을 당시 싱가포르에서 학살당한 사람들이 많다. 학살이 집중적으로 벌어진 풍골 비치(Punggol Beach), 창이 비치(Changi Beach) 등 동부 해안가의 경우 목 없는 중국인 귀신이 대거 출몰한다는 도시 전설이 내려오기도 한다. 지금의 싱가포르를 만들어내 대부분의 싱가포르인들의 존경을 받았던 초대 총리인 리콴유(Lee Kuan Yew)의 경우 유소년 시절 이 일을 모두 겪었기에 일본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때문에 싱가포르 국립 박물관(National Museum of Singapore)에서는 일본군 점령 당시 학살극을 언급하며 관련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교과서에서도 그들의 만행을 설명하고 있다. 역사적 흐름에서 비롯된 반일 감정이 일부 한국 콘텐츠에 대한 공감대 형성에 주요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 도시 전설이 내려오는 창이 비치(Changi Beach) - 출처: 인스타그램 계정(@mohdishak) >

영화 < 파묘 >의 인기를 살펴보면서 한국과 싱가포르의 문화적 연관성을 살펴보게 됐다. 한국과 비슷한 듯 다른 요소가 있는 싱가포르에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한국 영화 및 드라마의 흥행이 지속돼 양국의 활발한 문화교류로 이어지길 바란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골든 빌리지(Golden Village) 홈페이지, https://www.gv.com.sg/
- 캐세이 씨네플렉스(Cathay Cineplexes) 홈페이지, https://www.cathaycineplexes.com.sg/
- 골든 빌리지 페이스북 계정(@gvpictures), https://www.facebook.com/gvpictures/
- GSC 페이스북 계정(@GSCinemas), https://www.facebook.com/GSCinemas
- 온라인 쇼핑몰 쇼피(Shopee) 홈페이지, https://shopee.sg/search?keyword=home%20shrine
- 인스타그램 계정(@mohdishak), https://www.instagram.com/p/Cv_SL-lyBbO/

	

통신원 정보

성명 : 신보라[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싱가포르/싱가포르 통신원]
약력 : 전) 싱가포르 Duke-NUS 의과 대학 박사후 연구원  현) 싱가포르 NUS Yong loo lin 의대 박사 후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