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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국-말레이시아 교육 협력의 새로운 장, 'K-Start 프로그램'에 대해 살펴보다

2025-06-27

주요내용

지난 3월 말레이시아와 한국을 오가며 학위 과정을 이수할 수 있는 'K-Start 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양국 간 교육 협력에 새로운 물결이 일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동서대학교와 말레이시아 아시아퍼시픽대학교(Asia Pacific University of Technology and Innovation)와 게노바시대학교(Genovasi University College)가 각각 체결한 혁신 공동교육사업으로 양국 대학의 캠퍼스를 오가며 학부 과정을 이수하고 동서대학교 학사 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말레이시아 아시아퍼시픽대학교는 재학생의 절반 이상이 130개국에서 온 유학생으로 구성돼 있어 다양하고 국제적인 학습 환경을 자랑한다. 이러한 우수성을 바탕으로 QS 세계 대학 순위 상위 2.2%에 이름을 올렸으며, 말레이시아 고등교육부로부터 최고 등급 대학 인증을 받았다. 특히 IT 및 컴퓨터 공학 분야에서 말레이시아 최고 대학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디지털 기술 특성화 선도대학(Premier Digital Tech University) 지위를 획득한 몇 안 되는 대학 중 하나다. 

게노바시대학교는 2012년 말레이시아 총리실 산하 고등교육부의 승인을 받아 모든 학위 프로그램을 오프라인 수업과 온라인 원격학습(ODL) 방식으로 이원 학습을 제공한 최초의 대학이다. 이 대학은 독일 하소 플래트너 연구소 디자인 씽킹 스쿨(HPI d.school) 및 미국의 스탠퍼드 대학교의 하소 플래트너 디자인 연구소(Stanford d.school)의 자매기관이기도 하다. 

학생들은 말레이시아 아시아퍼시픽대학교와 게노바시대학교에서 1년, 이후 동서대학교에서 3년을 학습하며 전공 분야를 확장해 갈 수 있으며 한국어 비즈니스, 컴퓨터 공학, 영화 및 시각특수효과 등 다양한 전공을 선택할 수 있다. 특히 한류 확산 및 한국 고등교육에 대한 현지의 높은 관심을 바탕으로 해당 프로그램이 글로벌 교육 허브로서의 한국 위상을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통신원은 'K-Start 프로그램'의 취지와 운영 현황에 대해 살펴보고자 동서대학교 서규원 말레이시아 학습센터 총괄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동서대학교 말레이시아 학습센터 서규원 총괄 교수

 < 동서대학교 말레이시아 학습센터 서규원 총괄 교수 - 출처: 통신원 촬영 >

안녕하세요, 교수님. 'K-Start 프로그램'을 소개해 주세요.
전 세계적으로 케이팝, K-푸드, K-컬처는 이미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교육 분야에서는 아직 'K-에듀'라는 개념이 명확하게 자리 잡지 못한 상황입니다. 현재 고등교육 시장에서는 중국, 일본, 한국 간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데요. 특히 한국과 일본은 인구 증가율 둔화로 인해 국제 학생 유치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학생들이 한국 유학을 준비할 때 부딪히는 여러 현실적인 장벽이 있습니다. 우선 고등학교를 졸업한 직후 어린 자녀를 외국으로 보내야 한다는 부모의 걱정이 큽니다. 또 말레이시아는 아포스티유(Apostille) 협약국이 아니기 때문에 입학 시 필요한 서류 인증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소요됩니다. 말레이시아는 4명 이상의 다자녀 가정이 많아 재정 증명 역시 큰 부담입니다. 특히 개발도상국 출신 학생들에게는 학비와 생활비, 한국어 학습 비용까지 고려하면 접근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무엇보다 한국 대학 입학을 위해 일정 수준 이상의 한국어 실력이 필요한데 이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드는 시간과 비용이 부담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 같은 배경에서 동서대학교는 'K-Start 프로그램'을 개발하게 됐습니다. 말레이시아와 한국을 잇는 4년제 학위 과정으로 1년은 말레이시아에서, 이후 3년은 한국에서 공부하는 구조입니다. 1년 차에는 말레이시아 아시아퍼시픽대학교와 게노바시대학교 관리하에 영어로 기초 과정을 이수하게 됩니다. 이 시기에 학생들은 부모와 가까운 곳에서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대학 생활에 적응할 수 있고 가족들도 안심할 수 있습니다. 

프로그램 운영 현황은 어떤가요?
지난 2025년 3월에 1기 학생 8명이 프로그램을 시작했으며, 오는 9월에는 2기 학생 22명이 입학할 예정입니다. 프로그램에 대한 반응이 긍정적이어서 불과 한 학기 만에 거의 세 배 가까이 학생 수가 증가했습니다. 모국에서 1년간의 적응 기간을 거친 후 2년 차에는 동서대학교에서 전공을 심화하고 모든 과정이 영어로 진행되기 때문에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말레이시아 교육 협력 사업 'K-Start'

 < 한국-말레이시아 교육 협력 사업 'K-Start' - 출처: 통신원 촬영 >

동서대학교 수업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나요?
동서대학교에는 전면 영어로 수업이 진행되는 단과대학(International College)이 있습니다. 총 7개 학부 전공과 4개의 대학원 과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 학습센터와 말레이시아 아시아퍼시픽대학교에서는 한국어 비즈니스(Korean Language and Business), 컴퓨터 공학(Computer Science), 영화 및 시각특수효과(Film and Visual Effects), 글로벌 경영학(Global Business Administration), 게임 개발(Game Development), 영상 애니메이션(Animation), 디지털 디자인(Digital Design) 중 하나를 전공할 수 있습니다. 이후 한국에서는 7개 전공 중 다른 하나를 복수 전공으로 선택해 2개의 공동 학위를 취득할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인기가 많은 전공은 어떤 것인가요?
가장 인기가 많은 전공은 영화와 드라마 중심의 영화 및 시각특수효과입니다. 아무래도 한국의 엔터테인먼트산업에 대한 현지 학생들의 관심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다음으로는 컴퓨터 공학과 한국어 비즈니스 전공이 뒤를 잇고 있습니다. 'K-Start 프로그램' 시작 전에는 한국어 전공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더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두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 교육센터와 말레이시아 아시아퍼시픽대학교 캠퍼스에서는 어떤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나요?
말레이시아에서는 동서대학교로 가기 전에 학생들이 필요한 기초 역량을 쌓을 수 있도록 협업 대학에서 제공하는 교수나 강사들이 교육을 담당합니다. 한국어 수업도 의무적으로 1학기에 6학점을 이수해야 하는데 한국인 강사들은 고등학교 담임선생님처럼 학생들의 성향과 적성을 꼼꼼히 살펴 한국에서 자신에게 맞는 부전공을 선택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한국에서의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준비를 도와줍니다.
K-Start 프로그램' 말레이시아 학습센터 K-Start 프로그램' 말레이시아 학습센터

 < 'K-Start 프로그램' 말레이시아 학습센터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곳에서는 한국어 교육과 관련해 여러 계획이 진행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네, 맞습니다. 현재 한국의 비상교육에서 제공하는 한국어 교육 플랫폼 '마스터 케이(Master K)'를 함께 운영하고 있어요. 말레이시아 현지 학생들이 AI를 활용한 체계적이고 접근성 높은 한국어 학습 환경을 경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존의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대통령상이 수여되는 '세계 한국어 웅변대회'에 출전할 말레이시아 대표를 선발하는 예선 대회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이와 함께 한국어 웅변 수업도 정규 프로그램으로 새롭게 도입할 계획입니다. 더불어 부산디지털대학교(BDU) 등 한국의 온라인 대학들과 협력해 말레이시아 학생들이 현지에서 한국어 교양 선택 과목을 온라인으로 수강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하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 수업 현장

 < 말레이시아 수업 현장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곳은 전통적인 대학과는 다른 방향을 지향한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점이 차별화돼 있나요?
먼저 교과서를 없애고 태블릿 기반 수업을 도입했으며, 수료증이나 졸업장도 종이 대신 오픈 배지(Open Badge) 형태로 발급합니다. 특히 지방 출신 학생들이 가족 사정으로 고향을 오가야 하는 경우 등교에 제약이 생기기 쉽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물리적 공간과 가상 학습 공간을 연계한 하이브리드 교육 체계를 구축해 이러한 상황에서도 학습이 중단되지 않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수업을 완전히 비대면으로만 진행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면 수업을 병행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장점을 통합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비대면 수업을 위해 제작된 한국어 학습 콘텐츠의 언어 한계를 보완하고자 AI 자동 번역 기능을 적극 활용해 학습 성취도를 높이고자 노력 중입니다. 예를 들면 동서대학교와 부산 디지털대학교는 약 2년 전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과 함께 ACU 플랫폼 기반 교육과정 프로그램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당시 이 프로그램에서는 말레이시아 교육 공무원 약 160명을 대상으로 자동 통번역 기능이 적용된 빅데이터 수업을 제공했는데 수업의 이해도가 80%에 달했습니다. 그 결과 총 128명이 우수한 성적으로 수료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현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AI 기반의 말레이어, 중국어 등 다국어 자막을 한국어로 진행된 온라인 수업에 자동으로 입히는 기술도 시험 중입니다. 이러한 시도들은 학습자의 언어 장벽을 낮추고 말레이시아만이 아니라 태국, 인도네시아, 미얀마 등 다양한 아시아 국가의 학생들이 보다 쉽게 한국 교육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학습의 문턱을 낮추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지금까지의 성과를 바탕으로 앞으로는 다른 국가의 대학들과도 학점 인정 및 원격 교육 협력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현재 동서대학교에서 운영 중인 영어 수업은 7개 전공 중심으로 구성돼 있지만 향후에는 공학 계열 공립 전문대학들과의 협정을 통해 국제적으로 공학교육 품질 인증인 워싱턴 어코드(Washington Accord) 기준에 부합하는 공학 전문 학부 편입 프로그램도 운영할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학생 개개인의 진로와 관심, 역량에 맞춘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K-Start 프로그램'은 한국에서 인생의 성공을 시작할 수 있는 발판을 제공하자는 취지로 시작됐습니다. 말레이시아 학생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학생들에게 보다 현실적인 한국 유학 경로를 제시함으로써 단순한 학위 취득이 아니라 글로벌한 경력의 시작점이 될 수 있도록 돕고자 합니다.


또한 영어권인 말레이시아를 아시아 태평양 교육 허브로 삼아 입시용 한국어라는 진입 장벽을 낮추고, 장기적으로는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우고자 하는 글로벌 학습자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기반을 마련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 아시아 태평양 지역 내 한국형 교육 서비스 수출 확대는 물론 교육 허브로서의 한국 입지 강화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페이스북 계정(@K-Start-Degree-Programme), https://www.facebook.com/profile.php?id=61572889057392&sk=grid
- 동서대학교 홈페이지, https://www.studykorea.com.my/

통신원 정보

성명 : 홍성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말레이시아/쿠알라룸푸르 통신원]
약력 : USM(Universiti Sains Malaysia) 전략적 인적자원관리(SHRM)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