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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古都) 믈라카에서 열린 첫 한류 축제 성황

2025-07-10

주요내용

말레이시아는 다문화 국가로 잘 알려져 있지만 지역별로도 문화와 민족 구성, 생활양식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연방 국가다. 이러한 특성은 역사적 배경에서 비롯된 것으로 과거 영국 식민지 시기에는 페낭·믈라카·싱가포르가 해협식민지로 분류됐고 말레이반도의 9개 주와 페낭, 믈라카가 말라야 연방으로 구성된 역사를 지닌다. 이후 말라야 연방과 보르네오 섬의 사바, 사라왁, 그리고 싱가포르(1965년 탈퇴)가 합쳐지며 현재의 말레이시아가 형성됐다. 이처럼 각 지역의 역사적 배경과 문화적 차이가 뚜렷하지만 그 속에서도 한류는 전역을 아우르며 사랑받는 공통의 문화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오래된 유적과 문화가 남아 있는 도시 믈라카 오래된 유적과 문화가 남아 있는 도시 믈라카

< 오래된 유적과 문화가 남아 있는 도시 믈라카 - 출처: 통신원 촬영 >

통신원은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자동차로 약 2시간 거리에 위치한 관광 도시 믈라카(Melaka)에서 올해 처음 열린 한류 축제를 찾아 취재했다. 믈라카는 말레이반도 믈라카 해협에 위치해 과거 향신료 무역 중심지였던 지역으로 지리적 위치 때문에 포르투갈과 네덜란드 등 강대국 침략을 받아 지금도 당시 유적이 많이 남아 있다. 이러한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8년 페낭 조지타운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외부인의 시선으로 보면 믈라카는 여전히 과거에 멈춰 있는 듯한 느낌을 주지만 실제로는 젊은 에너지가 넘치는 도시다. 올해 처음 열린 'MP 코리안 페스티벌(MP Korean Festival)'도 그러한 역동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2025년 6월 7일부터 15일까지 믈라카 중심 쇼핑몰인 마코타 퍼레이드(Mahkota Parade)에서 'MP 코리안 페스티벌'이 성황리에 개최됐다. 이번 축제는 한류 장기자랑, 한류 미술 경진대회, 한류 페어 행사 및 CSR 프로그램, K-RISE 2.0 케이팝 댄스 경연대회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13일부터 15일까지 열린 한류 페어 행사에서는 달고나를 비롯해 한국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부스들이 마련됐다. 행사 주최 측인 마코타 퍼레이드 백화점은 인스타그램 계정에 <오징어 게임>을 활용한 홍보 영상을 게시해 많은 현지인들의 관심을 받았다.
축제 홍보 포스터 오징어 게임' 속 요원이 등장하는 홍보 영상

< (좌)축제 홍보 포스터, (우) '오징어 게임' 속 요원이 등장하는 홍보 영상 - 출처: 마코타 퍼레이드 소셜미디어 계정 >

무엇보다도 이번 한류 축제 꽃은 단연 케이팝 댄스 경연대회였다. 이 행사는 믈라카에서 열린 최대 규모 케이팝 댄스 경연대회로 참가자들은 최대 2,888링깃(약 93만 원)에 달하는 우승 상금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했다. 현장에는 많은 믈라카 시민들이 모여 관람했고 현장을 찾은 누르 이라니(Noor Ilani)와 누르 아네사(Nurul Aneesa)도 통신원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음식 순두부찌개나 최근에 본 드라마 <굿보이>처럼 한국적인 것을 좋아한다."며 이번 행사에서 가장 기대했던 프로그램으로 케이팝 댄스 경연대회를 꼽았다.
많은 믈라카 시민들이 모인 케이팝 댄스 경연대회 많은 믈라카 시민들이 모인 케이팝 댄스 경연대회

< 많은 믈라카 시민들이 모인 케이팝 댄스 경연대회 - 출처: 통신원 촬영 >

케이팝 아이돌을 연상케 하는 의상을 입고 열심히 춤 연습에 몰두하는 참가자들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많은 청소년들이 케이팝을 좋아해 댄스 스튜디오에 등록하거나 유튜브를 통해 독학하며 준비한 결과물을 지역 행사에서 선보이는 모습은 케이팝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였다. 한류가 지속되고 확산되는 데에는 한국 콘텐츠의 자체적인 힘도 있지만 이처럼 현지에서 자발적으로 재생산되고 확산되는 다양한 행사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실감할 수 있었다.
한류 미술경진대회 춤 연습에 몰두한 참가자

< (좌)한류 미술경진대회, (우)춤 연습에 몰두한 참가자 - 출처: (좌)다이내믹스 스튜디오 인스타그램 계정(@dynamixstudio.co), (우)통신원 촬영 >

또한 이번 행사에서 눈에 띈 부분은 6월 13일에 열린 CSR 프로그램이었다. 주최 측인 마코타 퍼레이드 쇼핑몰은 기업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R) 활동 일환으로 믈라카 호프헤븐(HOPEHAVEN) 특수지원 돌봄센터와 함께 댄스 워크숍 및 놀이 활동을 진행했다. 호프헤븐 특수지원 돌봄센터는 말레이시아 구세군 산하 기관으로 다운증후군, 자폐 스펙트럼 장애, 뇌성마비,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등을 가진 이들을 지원하는 단체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 모두 함께 로제의  등 케이팝에 맞춰 춤을 추며 신체 활동을 하고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서로 어울릴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번 프로그램을 지켜보며 케이팝이 단순한 팬덤 문화를 넘어 지역 커뮤니티에도 긍정적으로 기여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2023년 페낭주에서 열린 케이팝 경연대회(K-Pop Dance Cover competition 2023) 당시 페낭주의회 셰리나(YB Syerleena) 의원이 언급했듯 케이팝은 청소년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전반에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한 영향을 주고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장을 제공하는 긍정적인 문화임을 새삼 실감하는 시간이었다.
믈라카 호프헤븐 특수지원 돌봄센터와 함께 한 한류 축제 믈라카 호프헤븐 특수지원 돌봄센터와 함께 한 한류 축제

< 믈라카 호프헤븐 특수지원 돌봄센터와 함께 한 한류 축제 – 출처: 마코타 퍼레이드 인스타그램 계정(@mymahkotaparade) >

행사 담당자인 르네(Renee) 마케팅 매니저에 따르면 이번 축제는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처음 기획된 것이다. 기존에도 믈라카에서는 다이나믹스 스튜디오와 함께 케이팝 경연대회와 댄스 아카데미가 꾸준히 열려왔지만 남녀노소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결합한 행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오징어 게임>의 흥행으로  남녀노소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게임과 체험 프로그램 구성이 가능해졌고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한류 축제를 열게 됐다는 것이 담당자의 설명이었다. 한편 아쉬운 점으로 믈라카에 거주하는 한인이 많지 않고 한인이 직접 운영하는 상점이나 기관도 적어 행사에 진짜 한국적인(authentic) 요소가 부족하다는 점을 꼽았다. 실제로 행사장 부스 대부분은 현지 업체가 운영했으며 판매되는 한국 상품들도 현지화된 경우가 많아 일부 관람객들에게는 아쉬움을 남길 수 있었다. 행사 주최 측은 "믈라카 대표 쇼핑몰인 마코타 퍼레이드가 관광청과 지방정부와 긴밀히 협업해왔던 경험을 바탕으로 향후 한국과도 다양한 형태로 협업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한국 댄서와 현지 댄서가 함께 무대를 꾸미거나 공동 워크숍을 열어 한류 행사를 확장해 나가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다.
한류 행사 운영 부스 한류 행사 운영 부스

< 한류 행사 운영 부스 - 출처: 통신원 촬영 >

사이몬(Samon) 다이나믹스 스튜디오 대표는 "믈라카에서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특히 댄스를 좋아한다."고 강조하며 "젊은 인구가 많고 이들이 성장 후 쿠알라룸푸르나 싱가포르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역적 특성을 설명했다. 르네 마케팅 매니저 역시 "마코타 퍼레이드 쇼핑몰에는 환경보호, 자선사업 등을 함께 구성할 수 있는 다양한 인프라와 인재가 있어 한국과 함께 새로운 형태의 협력 기회를 열고 싶다."고 밝혔다.
국과 다양한 협력 기회를 갖고 싶다고 밝힌 사이몬 다이나믹스 스튜디오 대표와 르네 마케팅 매니저

< 한국과 다양한 협력 기회를 갖고 싶다고 밝힌 사이몬 다이나믹스 스튜디오 대표와 르네 마케팅 매니저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번 축제는 일방적인 한류 전파가 아닌 현지 문화와 커뮤니티 속에서 재해석되고 재생산되는 '쌍방향 문화교류'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지방 최대 댄스 스튜디오와 협력해 청소년과 어린이들을 위한 미술대회, 댄스대회, <오징어 게임> 속 어린이 놀이까지 아우르는 프로그램을 구성했으며 자폐 아동 등 지원이 필요한 시민들과 함께 케이팝을 즐기는 등 선한 영향력이 확산되는 장으로도 기능했다. 특히 수도권에 비해 한국적 요소가 부족한 현지 주최 측이 한국적인 행사를 함께 만들고 싶어 하는 모습에서 앞으로 말레이시아 지방 도시들과 한류 협업이 더욱 활성화될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2024년 주말레이시아 대한민국 대사관이 말레이시아 동부지역인 트렝가누(Terengganu)에서 한류 행사를 열어 큰 호응을 얻은 것처럼 앞으로 다양한 지방 도시들과 협업해 지역의 특색을 반영한 새로운 한류 무대를 만들어갈 가능성이 열려있다. 믈라카는 과거 말레이시아 반도에서 가장 번성했던 동서 교역의 중심지로 페르시아, 인도, 중국, 아랍, 유럽 등 다양한 지역에서 온 상인들이 모여 여러 문화가 뒤섞인 역사와 문화가 깊은 도시다. 이러한 말레이시아의 고도(古都)에서 한류가 더해지며 어떤 새로운 문화적 다양성이 펼쳐질지 기대해 본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마코타 퍼레이드(Mahkota Parade) 페이스북 계정(@MYmahkotaparade), https://www.facebook.com/MYmahkotaparade
- 마코타 퍼레이드(Mahkota Parade) 인스타그램 계정(@mymahkotaparade), https://www.instagram.com/mymahkotaparade
- 다이내믹스 스튜디오(Dynamix Studio) 인스타그램 계정(@dynamixstudio.co), https://www.instagram.com/dynamixstudio.co
- 인스타그램 계정(@project5_official), https://www.instagram.com/project5_official

통신원 정보

성명 : 홍성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말레이시아/쿠알라룸푸르 통신원]
약력 : USM(Universiti Sains Malaysia) 전략적 인적자원관리(SHRM)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