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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서점가를 사로잡은 K-문학

2025-07-10

주요내용

필리핀 내 한국 대중문화의 인기는 특수한 현상이 아니라 일반적인 현상이 됐다. 케이팝과 K-드라마를 즐기는 사람들은 수도권인 메트로 마닐라는 물론 섬과 지방 도시까지 두루 퍼져 있어 일일이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한국 식당 역시 수도권뿐만 아니라 지방 도시 어디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을 만큼 한식은 필리핀인들이 즐기는 외식 선택지 중 하나가 됐다. 한국 대중문화의 영향력은 요식업을 넘어 패션, 뷰티, 언어 습득, 교육 등 다양한 분야로 빠르게 확산됐다. 

이러한 영향은 문학 분야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특히 2024년 10월 10일 스웨덴 한림원이 한강 작가를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하면서 K-문학에 대한 관심이 더욱 뜨거워졌다. 한강 작가는 2000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이래 한국 역사상 두 번째 노벨상 수상자이자 아시아 여성 작가로는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한강 작가는 1993년 계간지 《문학과 사회》에 『서울의 겨울』 등 시 4편을 발표하며 등단했고, 2016년 『채식주의자』를 출간해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로 평가받는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에서 수상한 바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필리핀에서는 『82년생 김지영』, 『저주토끼』, 『대도시의 사랑법』 등 다양한 K-문학이 인기를 끌고 있다. 백세희 작가의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처럼 정신 건강 문제를 친근하게 다루는 책이나, 김려령 작가의 『트렁크』 등 현대 사회 결혼과 사랑 그리고 욕망 속에서 느끼는 불안과 도시 생활 외로움을 날카롭게 그려낸 작품들이 인기가 있다. K-문학은 우울, 불안, 일상 속 고민 등 현대인들이 겪는 심리적 문제를 따뜻하고 위로하는 시선으로 바라보며 필리핀 독자들에게도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내셔널 북스토어 내셔널 북스토어에 자리한 한국 소설 트렁크와 대도시의 사랑법

< (좌)내셔널 북스토어, (우)내셔널 북스토어에 자리한 한국 소설 '트렁크'와 '대도시의 사랑법' - 출처: 통신원 촬영 >

필리핀 독자들은 내셔널 북스토어(National Bookstore), 풀리 북트(Fully Booked)와 같은 대형 서점은 물론 아마존(Amazon) 같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한국 서적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서점에서 만난 필리핀 사람들에게 한국 문학을 처음 접하게 된 계기와 어떤 점이 공감되는지 물었다. 자신을 마리아라고 소개한 한 필리핀 여성은 "처음에는 한국 드라마와 케이팝을 좋아해서 자연스럽게 한국문화에 관심을 갖게 됐고, 서점에서 우연히 손원평 작가의 『아몬드』를 재미있게 읽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필리핀인 그레이스 씨는 "한국과 필리핀의 전통, 가족 관계, 사회적 기대 등이 놀랍도록 비슷하다는 걸 느꼈고, 두 나라 모두 가족과 사회에 대한 존중 등 한국 소설을 읽으면서 필리핀 문화 장점에 대해서 더 깊게 이해하고 동시에 다른 관점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필리핀인들은 가족 관계, 사회적 기대, 세대 간 갈등 등 중요한 가치에서 한국과 유사점이 많다고 자주 언급한다. 이러한 문화적 공통점 덕분에 필리핀 독자들은 한국 문학 속 등장인물들이 느끼는 감정과 고민에 더 쉽게 공감할 수 있다. 실제로 필리핀국립대학교 한국학연구소와 같은 기관에서는 한국 수필과 소설을 영어로 번역해 출간하며, 필리핀 젊은이들이 한국문화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에이팝북스(Apop Books)와 같은 출판사는 자기계발 및 개인 성장 관련 한국 도서를 집중적으로 번역 출간하며 한국 문학에 대한 접근성과 다양성을 크게 높이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K-문학이 필리핀에 소개되고 있으며 그 저변이 점점 확장되고 있다.
연소민 작가의 소설 '공방의 계절 손원평 작가의 신간 서른의 반격

< (좌)연소민 작가의 소설 '공방의 계절', (우)손원평 작가의 신간 '서른의 반격' - 출처: 통신원 촬영 >

주필리핀한국문화원은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2023년 10월 13일부터 11월 18일까지 '한국 문학을 읽다'라는 현대 한국 문학 팝업 전시회를 개최했다. 이 전시에서는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 『종의 기원』, 손원평 작가의 『아몬드』, 천명관 작가의 『고래』 등 다양한 한국 작가 작품을 소개해 인간 본성, 정체성, 사회적 압박 등 보편적 주제를 통해 필리핀 독자들에게도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2024년 12월 7일에는 '한 카페(Han Cafe)'를 열어 한국 문학을 사랑하는 필리핀인들이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한 카페'에서는 책을 읽으며 책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북클럽, 작가와의 만남, 다양한 문화 행사 등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필리핀 독자들은 K-문학을 단순한 즐길 거리로 여기기보다 자신과 세상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수단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들은 K-문학을 통해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통찰을 얻고, 서로 다른 경험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다. K-문학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또한 독서 모임, 북클럽 등 다양한 모임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 한국 문학 저변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K-문학에 대한 관심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선 더 깊은 이해와 교류를 촉진하며 양국 화합과 상생을 이끌어낼 것이다. 

필리핀에서 K-문학의 인기는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고 사회 전반에 걸쳐 문화적 교류와 상호 이해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 필리핀 독자들은 한국의 문학을 통해 현대 사회 복잡한 문제와 인간 본성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그 과정에서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K-문학을 통해 지리적 경계와 언어 장벽을 넘어 더 넓은 세계와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한국과 필리핀은 문학을 통해 서로 만날 것이며, 이는 양국 사이 깊은 우정과 협력의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출처    
- 통신원 촬영
- 《adobo Magazine》 (2023. 11. 10). Get to know the authors spearheading the Korean wave in literature at this KCC exhibit until November 18, https://www.adobomagazine.com/events/get-to-know-the-authors-spearheading-the-korean-wave-in-literature-at-this-kcc-exhibit-until-november-18/
- 《코리아넷》 (2025. 1. 13). KCC in Philippines opens Han Cafe for Korean literature fans, https://www.korea.net/NewsFocus/HonoraryReporters/view?articleId=264162&pageIndex=1

통신원 정보

성명 : 조상우[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필리핀/앙헬레스 통신원]
약력 : 필리핀 중부루손 한인회 부회장/미디어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