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연꽃 축제(Lotus Festival)' 하이라이트 한복 패션쇼의 주인공, 김은주 디자이너
2025-08-21주요내용
지난 7월 12일과 13일 LA 에코파크(Echo Park)에서 열린 '제44회 LA 연꽃 축제(Lotus Festival)'의 중심 무대에서 우아하면서도 화려한 한복 패션쇼가 펼쳐졌다. 이번 '연꽃 축제'의 주재국은 한국으로 한국문화를 주제로 꾸며진 무대에서 한복의 아름다움을 선보였던 김은주 디자이너(미희한복 대표)를 만났다.

< 미희한복의 김은주 디자이너 - 출처: 통신원 촬영 >
김은주 디자이너님, 그리고 본인의 브랜드인 미희한복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한복 디자이너로 미희한복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미희한복은 전통적인 디자인과 재료를 바탕으로 오늘날에도 지속가능하게 입을 수 있는 코르튀르 한복을 제작하는 브랜드입니다.

< '연꽃 축제'의 하이라이트, 한복 패션쇼 무대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번 '연꽃 축제'에서 한복 패션쇼를 열게 된 계기가 있는지요? 2024년 LA 총영사관저에서 패션쇼를 열었고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한복의 역사를 소개하는 전시회에도 참여했었요. 올해 '연꽃 축제'는 한국이 주재국이었고 한국문화원이 주관하는 행사라 예전의 인연으로 참가하게 됐습니다. '연꽃 축제'에서는 얼마나 다양한 한복을 선보이셨나요? 이번 축제에는 총 22명의 모델이 무대에 섰어요. 예전 패션쇼에서 선보였던 작품도 몇 점 있지만 12벌은 오로지 이번 축제 패션쇼를 위해 새로 디자인한 작품입니다. 한국의 전통 문양을 손으로 그린 한복, 전통 문양을 수로 놓은 한복, 현대적으로 변형한 드레스 스타일의 한복 등 다양한 디자인으로 패션쇼를 구성했습니다.

< 화려한 결혼 예복 - 출처: 통신원 촬영 >
패션쇼를 준비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올해 처음으로 '연꽃 축제'에 참여하게 됐고 아시아 문화를 보여주는 자리였기 때문에 한국적인 요소들을 더 강하게 표현하고자 했어요. 저는 1년에 다섯 차례는 한복 패션쇼를 여는데 항상 전통 문양에서부터 출발합니다. 이번 패션쇼의 오프닝 무대는 민화를 그려 넣은 한복, 신랑·신부의 혼례복 등 전통 한복으로 꾸몄고 패션쇼가 진행됨에 따라 점차 현대적인 스타일로 넘어가도록 기획했습니다. 외국인들에게는 전통 한복이 낯설 수도 있기 때문에 이 시대와 조화를 이루는 실용적인 디자인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진행했습니다.

< 현지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낸 한복 패션쇼 - 출처: 통신원 촬영 >
관객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생각보다 많은 비한인 현지인들이 깊은 관심을 보였어요. 특히 UCLA(University of California, Los Angeles)에서 코스튬 디자인을 가르치는 교수님들이 몇 분 오셔서 제 옷에 대해 "인상적이다(Impressive)"라고 평가하면서 UCLA 강의에도 저를 초청해 주셨어요. 제가 만든 한복은 모두 손으로 작업하는 오트 쿠튀르 스타일입니다. 원단도 제가 직접 염색하고 수를 놓거나 그림을 그리거든요. 그런 세세한 손길이 느껴지는 부분을 높이 평가해 주신 것 같습니다. 비한인 현지인, 또는 해외의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한복 스타일이나 색상이 있을까요? 비한인 고객들은 공이 많이 들어간 작품을 좋아합니다. 손으로 수를 놓거나 그림을 그려 넣은, 즉 예술적인 디테일이 있는 옷에서 깊은 감동을 받는 것 같아요. 우리가 기성복 시대를 살고 있다 보니 오트 쿠튀르 옷을 직접 보는 경험 자체가 신선하게 느껴지는 것이겠죠. 제 작품은 대부분 한복 원단을 가지고 직접 염색하고 수놓아 만든 것들이에요. 전 세계의 셀레브리티들도 많이 입어 소셜미디어를 통한 많은 홍보가 되고 있어요. 한복이 K-패션의 한 장르로 자리 잡고 있다고 보시나요? 네, 확실히 그런 트렌드가 느껴져요. 2017년, LACMA(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s)에서 한복 패션쇼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만 하더라도 뮤지엄에서 한복 패션쇼를 한다는 것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런 기회가 적지 않잖아요. 저는 1년에 한 번은 해외에서 한복 패션쇼를 하고 있는데 그 사실 자체가 한복이 각광받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겠죠. 어디 한복뿐인가요? 한국의 문화 위상이 높아져서 한복 또한 패션과 문화 양면에서 모두 주목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습니다.

< 무대 위에 소개된 중후한 색감의 세련된 한복 - 출처: 통신원 촬영 >
앞으로 전 세계적으로 한복이 더 널리 사랑받기 위해선 어떤 점이 중요할까요? 실용성 또는 지속가능성, 즉 '서스테이너블 패션(Sustainable Fashion)'이에요. 단순히 저렴한 옷을 많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한복의 전통 기법과 재료를 활용해 오래도록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드는 것이죠. 그게 제가 생각하는 '서스테이너블 패션'이에요. 저는 이번에 원단 회사와 협력해 물세탁이 가능한 명주를 개발했습니다. 전통적인 명주로 제작해 보기 좋고 고급스럽고 예쁘면서도 빨래는 세탁기에 돌려서 쉽게 할 수 있는 그런 한복을 만들 수 있게 됐습니다. 멋지게 오래 입을 수 있는 옷, 그것이 제가 추구하는 한복의 미래입니다. 한복의 또 다른 소비 주체는 정체성을 찾는 한인 2세대들이죠? 네, 맞습니다. 한복을 입는 가장 흔한 경우는 돌잔치, 혼례, 환갑과 같은 우리 삶의 통과의례죠. 특히 요즘에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한인 2세대가 결혼식 예복을 한복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요. 미국에서 자라면서도 결국은 자신의 뿌리인 한국문화에 대한 그리움과 향수를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저는 결혼 예복 한복을 제작해 준 후 한 번 입고 끝나는 옷이 아니라 다시 수선해 파티, 아이 돌잔치, 그 외 여러 다른 행사에도 입을 수 있도록 해드리고 있어요. 한복은 넣어두는 옷이 아니라 자주 입고 다니며 즐기는 옷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진출처 - 통신원 촬영
통신원 정보
성명 : 박지윤[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미국(LA)/LA 통신원] 약력 : 『나의 수행일지』 저자, 마인드풀 요가 명상 센터 대표
- 해당장르 :
- 패션
- 해당국가 :
- United Stat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