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한국과 필리핀을 빛낸 8월의 영웅들을 추모하며

2025-09-10

주요내용

  
지난 8월 15일 이재명 대통령은 광복 80주년 경축사를 통해 독립운동가들의 희생과 헌신에 깊은 감사를 표했다. 대통령은 '광복'이라는 단어를 단순한 독립이라는 의미를 넘어 국민이 스스로 미래를 선택하고 삶을 결정할 수 있는 자유와 권리를 되찾은 날로 규정했다. 경축사에는 '빛'이 19회, '독립' 14회, '평화' 12회 반복적으로 언급됐으며 '함께 찾은 빛, 대한민국을 비추다'라는 주제 아래 민주주의와 국민주권 중요성이 강조됐다. 

한국의 8월이 역사적 의미를 지닌 날로 자리 잡고 있는 것처럼 필리핀에서도 8월에 민주주의와 독립을 기리는 기념일들이 자리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니노이 아키노 데이(Ninoy Aquino Day)와 국가 영웅의 날(National Heroes Day)이다. 

니노이 아키노 데이는 매년 8월 21일에 기념되는 국가 공휴일로 전 상원의원 베니그노 니노이 아키노 주니어 희생을 추모하는 날이다. 아키노는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에 맞서 싸운 민주화 운동 지도자였다. 그는 22세에 시장, 그리고 35세에 최연소 상원의원이 됐다. 하지만 1972년에 정부 전복 혐의로 체포돼 투옥됐다가 이후 석방돼 미국 망명 생활을 이어갔다. 

니노이 아키노 데이는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에 맞서 싸운 민주화 운동 지도자 베니그노 니노이 아키노 주니어 상원의원의 희생을 추모하는 날이다. 1983년 8월 21일 아키노가 필리핀으로 귀국하던 중 마닐라 공항에서 암살된 사건으로 인해 마르코스 독재 저항하는 대규모 국민 저항이 촉발됐으며 이후 피플 파워 혁명으로 민주주의 회복을 이끌었다. 

올해 8월 21일에 열린 제42회 공식 추모 행사에 노란 셔츠를 입은 시민들과 꽃이 공항에 모였고 아키노의 조카이자 현 상원의원인 파올로 아키노 4세와 필리핀 국립역사위원회 의장 등이 참석해 아키노가 보여준 민주주의와 자유를 위한 헌신을 기렸다. 아키노 4세 의원은 "아키노 의원은 가장 어두운 시기에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다."며 "국민도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필리핀 대통령인 마르코스 주니어는 그의 아버지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이 20년간 독재 정치를 하며 니노이 아키노를 핍박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은 니노이 아키노 데이 중요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면서 개인적 감정을 공개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있다. 

니노이 아키노 데이와 더불어 8월 마지막 월요일에는 국가 영웅의 날이 전국적으로 기념된다. 올해에도 필리핀 전역에서 다양한 역사적 영웅과 독립운동가를 기리는 행사가 열렸다. 마닐라를 포함한 주요 도시에서 행진과 추모식, 문화 공연, 역사 교육 세미나 등이 개최돼 필리핀 독립 영웅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렸다.
고 아키노 의원 제42회 추모행사에 모인 사람들 고 아키노 의원 제42회 추모행사에 모인 사람들

< 고 아키노 의원 제42회 추모행사에 모인 사람들 - 출처: 'Philippine Daily Inquirer' >

국가 영웅의 날은 필리핀 독립 혁명 도화선인 1896년 푸가드 라윈 사건(Cry of Pugad Lawin)을 기리는 날이다. 당시 비밀결사단체인 카티푸난(Katipunan) 단원들은 스페인 식민 통치에 저항하며 세금 납부 증서인 세둘라(Cedula)를 찢어 항거했고 이 사건은 이후 독립운동 기폭제가 됐다. 국가 영웅의 날은 처음에는 1931년 10월 28일로 지정됐으나 2007년에 8월 마지막 월요일로 변경됐다. 

올해 8월 25일에도 국가 영웅의 날을 맞아 기념식이 열렸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은 타기그 시 영웅들의 묘지(Libingan ng mga Bayani) 헌화식에 참석해 명예로운 희생과 애국정신을 기리는 연설을 했다. 그는 "자유와 미래를 위협하는 부패와 권력 남용을 반드시 척결하겠다."며 과거와 현재 필리핀 영웅들에게 경의를 표했다. 

올해 국가 영웅의 날 주제는 '단일 정신, 단일 민족, 단일 협력(Isang Diwa, Isang Lahi, Isang Bayanihan)'으로 국민 연대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통령은 이름 없는 평범한 필리핀 국민들을 '오늘의 영웅'이라 정의하며 교사·의료인·농민·청년 등 각계에서 헌신하는 모든 이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필리핀 언론들은 올해 기념식에 대해 "전통적 영웅을 추모함과 동시에 부패, 비리 등 오늘날 필리핀 사회의 주요 현안에 대한 정부 의지를 드러냈다."고 평가했으며 공동체 정신(bayanihan)과 용기를 일상에서 실천하는 것이 진정한 영웅이 되는 것임을 부각시켰다. 이를 통해 자유와 정의, 연대는 결코 저절로 얻어진 것이 아니며 기억하고 계승해야 할 가치임을 다시 한번 되새겼다. 

한국과 필리핀은 모두 8월을 자유와 독립, 민주주의 가치와 역사를 깊이 되새기는 시기로 삼고 있다. 과거 피를 흘린 많은 이들 덕분에 우리는 스스로 운명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와 함께 평화로운 삶을 누릴 수 있게 됐다. 이 역사적 기념일들은 우리 모두가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는 데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할 책임과 다짐의 시간이자, 미래를 밝히는 빛임을 상기시켜준다. 한국과 필리핀 국민 모두 민주주의와 국민주권 가치를 되새기고 평화롭고 자유로운 세상을 만들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Philippine Daily Inquirer》 (2025. 7. 9). Marcos not moving ‘Ninoy Aquino Day’ observance this year, https://newsinfo.inquirer.net/2098519/marcos-not-moving-ninoy-aquino-day-observance-this-year
- 《Philippine Daily Inquirer》 (2025. 7. 9). LOOK: Ninoy Aquino Day celebrated at Naia, https://globalnation.inquirer.net/288832/look-ninoy-aquino-day-celebrated-at-naia-2
- 《ABS-CBN News》 (2025. 8. 25). On National Heroes' Day, Marcos says nation-building a 'constant, unrelenting endeavor', https://www.abs-cbn.com/news/nation/2025/8/24/on-national-heroes-day-marcos-says-nation-building-a-constant-unrelenting-endeavor-0741
- 《Philippine Daily Inquirer》 (2025. 8. 25). Marcos condemns corruption, abuse as nation marks National Heroes Day, https://newsinfo.inquirer.net/2099926/pbbm-leads-natl-heroes-day-commemoration
- 《Philstar》 (2025. 8. 25). Marcos on National Heroes’ Day: Corruption, rights abuses have no place in 'Bagong Pilipinas', https://www.philstar.com/headlines/2025/08/25/2467949/marcos-national-heroes-day-corruption-rights-abuses-have-no-place-bagong-pilipinas

통신원 정보

성명 : 조상우[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필리핀/앙헬레스 통신원]
약력 : 필리핀 중부루손 한인회 부회장/미디어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