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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의 절반이 이직 고민, 헝가리 과학계의 위기

2025-12-22

주요내용

 
저임금·불안정한 연구 환경에 미래를 저당 잡힌 헝가리의 젊은 두뇌들
헝가리 과학계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최근 헝가리 과학 아카데미(MTA)와 젊은 연구자 아카데미(FKA)가 올해 11월 공동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지 연구자의 절반 이상(53%)이 이직을 고민한 적 있으며, 일부 젊은 과학자들은 법정 최저 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월급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순한 처우 개선의 문제를 넘어 국가의 미래 경쟁력과 직결되는 '두뇌 유출'과 '기초 과학 붕괴'의 신호탄이라는 점에서 헝가리 사회에 큰 경종을 울리고 있다. 

최저 임금보다 낮은 박봉
MTA와 FKA가 5,167명의 연구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설문 조사는 헝가리 연구자들의 암울한 현실을 구체적인 수치로 증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30세 미만 연구원의 월 총 수입 중간 값은 45만 포린트(약 198만원)에 불과했으며, 심지어 총수입이 22만 5천 포린트(약 99만 원)에 그치는 사례도 있었다. 이는 2025년 헝가리의 보장 최저임금인 326,000 포린트보다도 약 30%나 적은 금액으로, 대형마트 시간제 근로자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젊은 연구자들은 하나의 직장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워, 장학금이나 외부 전문가 활동 등 여러 수입원에 의존하고 있었다. 특히 보고서는 외부 재정 지원 기회가 적은 인문학 및 사회과학 분야 연구자들의 소득이 가장 낮다고 지적하며 안정적인 연구 환경의 가장 기본 조건인 '경제적 안정'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음을 보여줬다.
헝가리 연구 기관별 전임 연구원 월 소득 중간값 비교 그래프 사진

< 헝가리 연구 기관별 전임 연구원 월 소득 중간값 비교 그래프(단위: 포린트). 국립대학(állami egyetem) 소속 연구원의 소득이 가장 낮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출처: 헝가리 과학 아카데미(MTA) >

정부 주도 개편이 낳은 '고용 불안'과 '정신건강 위기'
낮은 임금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정부 주도의 잦은 조직 개편으로 인한 극심한 고용 불안이다. 2019년, 정부는 MTA 산하의 연구소들을 '헝가리 연구 네트워크(HUN-REN)'라는 별도의 기관으로 분리하며 통제권을 강화했다. 특히 2025년 6월, 인문학·사회 과학 등 4개 연구센터를 극심한 재정난에 시달리는 국립 엘테 대학교(ELTE)로 이관하려는 계획이 갑작스럽게 발표되면서 연구자들의 불안은 극에 달했다. 현지 언론 ≪아틀라초(Átlátszó)≫에 따르면, 한 연구원은 이 상황을 '단순한 재편이 아니라 처형(kivégzés)'이라고 비판했으며, 연구소 노동자 단체들은 즉각 반대 성명을 발표하고 시위를 벌였다. 이러한 불안정한 환경은 연구자들의 정신 건강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MTA 보고서는 30세 이하 연구자들의 심리적 안녕 점수가 WHO 권장 기준치 이하로 나타나 정신 건강이 매우 취약함을 경고했다. 또한 높은 업무량과 교육 부담은 높은 번아웃 수준과 직결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가속화되는 두뇌 유출과 뒤늦은 대책
결국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연구 환경은 '두뇌 유출'이라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MTA 보고서에 따르면 헝가리 연구자의 38%가 지난 3년간 해외 이직을 고려했으며, 그 이유로 '더 높은 급여', '더 나은 근무 조건', '연구자에 대한 더 큰 존중'을 꼽았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정부와 기관들도 뒤늦게나마 대책을 내놓고 있다. ≪텔렉스(Telex.hu)≫에 따르면 헝가리 연구 네트워크(HUN-REN)는 연구원 임금을 2년 내 평균 100만 포린트(약 440만 원)까지 인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며, 부다페스트 공과 경제대학교(BME)는 자체적으로 최저 임금제를 도입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해외로 떠난 연구자 중 64.6%가 귀국할 계획이 없다고 답한 상황에서 팽배해진 불신과 해외 연구 환경과의 현격한 격차를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헝가리 젊은 연구자들의 위기는 한국 사회에도 결코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기초 과학 및 순수 학문 분야 기피 현상, 기초 과학 분야에 대한 투자 부족, 연구자들의 불안정한 처우 등은 한국 역시 오랫동안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다. 헝가리의 사례는 과학 연구 분야의 인재 유출이 단순히 개인의 선택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정책으로 인한 장기적인 비전 부재가 낳은 사회적 문제임을 보여준다. 한 국가의 미래는 결국 '사람'에 달려있다. 오늘의 젊은 과학자들이 내일의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한다면, 그 미래는 결코 밝을 수 없다는 교훈을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Telex.hu》(2025. 11. 25).
A hazai kutatók nagyjából fele gondolkozott már a pályaelhagyáson, 
vannak olyan fiatal tudósok, akik alig keresnek többet 200 ezer forintnál,
https://telex.hu/techtud/2025/11/24/magyar-tudomanyos-akademia-fiatal-kutatok-akademiaja-kutatok-helyzete-magyarorszag-mtmt
-《Telex.hu》(2025. 09. 04). Két év múlva már bruttó egymilliós fizetést ígérnek a HUN-REN kutatóinak. 
https://telex.hu/techtud/2025/09/04/hun-ren-kutatasi-halozat-beremeles-100-milliard-forint
-《Átlátszó》(2025. 06. 26). Egy hét alatt szabdalták újra szét a legnagyobb magyar kutatóhálózatot. 
https://atlatszo.hu/oktatas/2025/06/26/egy-het-alatt-szabdaltak-ujra-szet-a-legnagyobb-magyar-kutatohalozatot/
-《Népszava》(2025. 06. 25). 
Lemondott három tag a HUN-REN Irányító Testületében kutatóközpontok leválasztásáról szóló döntés után. 
https://nepszava.hu/3284457_hun-ren-iranyito-testulet-lemondasok-kutatokozpontok-elte-elcsatolas
-《Budapesti Műszaki és Gazdaságtudományi Egyetem (BME)》(2025. 01. 21). 
Új oktató-kutatói minimumbértáblát vezetett be a Műegyetem. 
https://www.bme.hu/hirek/250121/bme-minimum-bertabla-fizetesemeles
-《Magyar Tudományos Akadémia (MTA)》(2025. 11.). 
A magyarországi és az országhoz kötődő kutatók helyzete.
https://mta.hu/data/dokumentumok/egyeb_dokumentumok/2025/kutatok_helyzete_osszefoglalo_2025_11.pdf
-《Telex.hu》
https://telex.hu/techtud/2025/11/24/magyar-tudomanyos-akademia-fiatal-kutatok-akademiaja-kutatok-helyzete-magyarorszag-mtmt

통신원 정보

성명 : 유희정[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헝가리/부다페스트 통신원]
약력 : 『한국 영화 속 주변부 여성과 미시 권력』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