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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셀을 뜨겁게 불태운 <제(祭), 타오르는 삶>

2025-12-30

주요내용

    
99아트컴퍼니가 선보인 <제(祭), 타오르는 삶>이 11월 28일과 29일 이틀동안 주벨기에유럽연합 한국문화원을 뜨겁게 채웠다. 99아트컴퍼니의 대표작이자 2023년 제2회 서울예술상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예술성을 인정받은 이 작품은 반복되는 노동 속에서도 묵묵히 삶의 의미를 만들어가는 모든 이들의 숭고한 모습을 무대 위에 그려낸다. 한국적 미학과 현대적 감성이 조화된 무대 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평가와 함께 현지 관객들의 찬사를 받으며 화려하게 막을 내렸다. 이번 유럽 순회 공연은 '2025 투어링 케이-아츠(Touring K-Arts)' 사업 일환으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KOFICE)의 후원을 받아 각 국가(이탈리아, 프랑스, 벨기에, 체코) 한국문화원(문화홍보관)과 협력해 진행됐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주관하는 '2025 투어링 케이-아츠(Touring K-Arts)' 사업은 재외 한국문화원(홍보관)과 협력해 한국의 우수 문화예술 프로그램(단체)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이를 통해 한국 문화예술의 국제교류를 활성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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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의 도입부 장면 - 출처: 통신원 촬영 >

공연은 두 무용수가 서로를 의지하며 하얀 종이 바닥에 목탄으로 원을 그리는 것으로 시작된다. 두 사람의 숨결, 반복되는 동작과 화합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종이 바닥에 그려진 거대하고 아름다운 수묵화를 볼 수 있다. 그 위에 펼쳐지는 장면은 강렬한 에너지로 전환된다. 네 명의 무용수는 완성된 수묵화 위에서 거문고와 가야금의 음악과 함께 휘몰아치듯 춤을 추며 절정을 향해 나아간다. 매 순간 진지하고 절제된 호흡을 보여줬던 무용수들은 이 부분에서는 환하게 웃으며 거친 호흡, 굵직한 추임새와 함께 혼신의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인간의 노동이 고통으로 시작된다면 그 절정에는 완성 또는 성과에 대한 기쁨과 삶의 의미가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공연의 마지막은 제의적 분위기로 깊이를 더한다. 정주와 제사 초를 활용해 번제를 의미하는 의식을 표현한 뒤, 안전모의 조명이 하나씩 꺼지며 공연은 고요한 여운 속에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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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 장면 - 출처: 통신원 촬영 >

공연은 마지막 무대 인사까지 특별했다. 단순한 인사가 아닌, 무용수 한 명 한 명이 안전모나 악기를 조용히 바닥에 내려놓는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마지막까지 작품 세계를 유지했다. 한국 전통악기인 거문고, 가야금, 징, 양금, 정주의 깊은 울림과 무용수들의 숨결과 동작으로 무대 전체를 물들인 공연에 숨을 고르는 순간조차 잊은 것처럼 집중했던 관객들은 공연 후 힘찬 박수와 환호로 끊이지 않는 찬사를 보냈다.
공연 마지막 인사 장면

< 공연 마지막 인사 장면 - 출처: 통신원 촬영 >

한국문화에 관심이 많은 어머니가 예약해 공연을 보러 왔다는 젊은 커플은 "어머니는 어제 공연을 보셨고, 우리는 오늘 공연을 보러 왔다. 먼저 공연을 본 어머니가 정말 멋진 공연이라고 하셔서 기대가 컸다. 기대만큼이나 훌륭했고 왜 어머니가 한국문화를 높게 평가하는지 조금 알게 됐다."면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브뤼셀 근교에 살며 자주 한국 공연을 보러 온다는 한 여성은 "한국문화 팬이다. 스페인에 여행 갔을 때에도 한국 클래식 연주회를 찾아봤을 정도로 한국문화를 좋아한다. 한국인 공연은 수준이 높으며 항상 대단하다. 이번 공연 역시 정말 환상적이었다. 무용수들이 동작으로 만들어 낸 그림과 춤은 아름다움 그 이상이었다."며 꽤 오랜 시간 공연에 대한 감상을 전했다. 

공연 중간에 인간의 노동과 관련된 한국어 내레이션이 나오는데, 통역 없이 진행됐다. 이에 대해 관객들은 "이미 내용을 숙지하고 있어서 상관없었다. 오히려 한국어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을 담당했던 한국문화원 윤혜신 실무관은 "해당 공연은 하루에 약 100명 정도의 관객들이 함께했는데, 사전에 레퍼런스를 제공해 공연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안내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조명은 긴장과 이완, 생명성과 소멸을 오가는 장면들을 완벽하게 표현해 내며 공연 전체에서 핵심 역할을 했다. 이에 대해 윤혜신 실무관은 "공연에서 조명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은 인식하고 있었으며 한국문화원은 공연팀이 요구한 무대 시설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다. 실질적인 역할은 99아트컴퍼니 내 조명팀이 담당했다. 조명팀의 훌륭한 기술력으로 더 멋진 공연을 선보일 수 있었다."고 밝혔다. 공연팀 역시 "관객들의 몰입도가 높아서 좋았다."며 공연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2014년에 설립된 99아트컴퍼니는 '영혼에 울림을 주는 춤'을 철학으로 삼아 한국의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동시대적 확장 가능성을 탐구하며 예술적 진화를 지속해온 무용 단체다. 예술감독이자 안무가 장혜림은 전통적 수행성과 보편적 정서를 현대 무대에서 새롭게 구현해 왔으며, 그 과정에서 국제적 성과 또한 꾸준히 축적해왔다. 대표 작품으로는 <제(祭), 타오르는 삶>, <심연>, <침묵>, <이야기의 탄생>, <피안의 여행자들> 등이 있으며 영국, 스웨덴, 이탈리아, 싱가포르, 브라질, 러시아 등 다양한 국가에서 공연하며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단체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99아트컴퍼니의 공연은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한국 전통음악과 춤의 조화가 유럽인들에게도 감동을 선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또한 준비된 관객층의 높은 수준은 작품의 메시지를 더욱 선명하게 전달하는 데 기여했다. 이렇게 호흡과 춤, 음악, 조명이 하나로 어우러진 <제, 타오르는 삶>은 벨기에 무대에서 영혼을 울리는 강렬한 여운을 남겼다. 한국 공연의 명성은 이미 잘 알려져 있으며 수준 높은 벨기에 관객들은 이를 충분히 감상할 준비가 되어 있다. 이러한 기대에 힘입어 앞으로 더욱 많은 한국 현대무용 공연이 벨기에에서 펼쳐지길 바란다.
사진출처    
- 통신원 촬영

통신원 정보

성명 : 고소영[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벨기에/겐트 통신원]
약력 : K-Heart 대표, 겐트대학교 African Languages and Cultures 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