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 복권: 문화유산의 문화유산 보존 정책과 참여형 재정 모델
2026-05-13주요내용
문화유산 복권: 프랑스의 문화유산 보존 정책과 참여형 재정 모델
2026년 4월 14일, 프랑스 문화유산재단(La Fondation du patrimoine)은 제 9회 문화유산 복권(Le loto du patrimoine)의 판매 수익금 지원 대상이 될 총 18곳의 문화유산을 발표했다.
해당 사업에 선정된 문화유산과 기금 모집 상황
- 출처: 프랑스 문화유산 재단(Fondation Patrimoine) 홈페이지
문화유산 복권은 2017년 유럽 문화유산의 날(Les Journées européennes du patrimoine)을 계기로 시작된 '위험에 처한 문화유산 프로젝트(La mission 'Patrimoine en péril')'의 일환으로, 프랑스 전역에 산재한 보수 및 복원이 필요한 문화유산의 보존과 조사를 위한 기금 마련을 목적으로 도입됐다. 이 복권 사업은 단순히 재원을 확보하는 수단을 넘어 문화유산을 대중적인 콘텐츠로 전환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문화 행정 정책의 핵심적인 성공 모델로 자리 잡았다.
이 과정에서 프랑스 정부는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고, 평소 문화유산에 관심이 많았던 방송인 스테판 베른(Stéphane Bern)에게 해당 사업의 문화유산 선정과 전반적인 운영을 맡겼으며, 이를 통해 사업을 대중적인 눈높이에 맞춰 사회적인 관심을 끌어내도록 유도했다. 스테판 베른은 프랑스 공영방송인 ≪프랑스 2(France 2)≫의 장수 프로그램 <역사의 비밀(Secrets d’Histoire)>을 진행하며, 딱딱한 역사를 흥미진진한 인물 중심의 이야기로 풀어내며 큰 인기를 얻었다. 그의 참여는 이 사업을 정부 주도의 행정 영역에서 끌어내 일상으로 가져왔다.
이 사업의 핵심은 문화유산의 보존을 단순한 공공 행정의 영역에 머물게 하지 않고, 국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일종의 문화콘텐츠로 전환했다는 점이다. 이는 문화 정책이 대중 참여를 기반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스테판 베른이 주도하는 온라인 플랫폼 '미션 스테판 베른(Mission Stephane Bern)'은 예산 부족으로 방치되어 있던 지역 문화유산들을 주민들의 직접적인 제보와 참여를 통해 발굴됐다. 지금까지 프랑스 전역에서 약 7,000건 이상의 지원 신청이 접수됐으며, 2026년 기준 약 1,000 개의 장소가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고, 현재 70%가 복원 또는 보수 공사를 마쳤다.
문화유산 복권 판매의 수익금 지원 대상이 될 문화유산의 선정 기준 또한 단순히 문화유산의 역사적인 가치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훼손의 시급성과 복원 후 관광 자원으로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가와 같은 실질적인 가능성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지원 대상을 선정한다.
또한 이 사업에서 주목할 점은 '복권'이라는 유희 형식의 재원 확보 수단을 활용했다는 점이다. 프랑스의 문화유산 복권은 소비를 매개로 하되, 그 목적을 '소유'가 아닌 '기여'에 두고 있다. 본래 복권은 개인의 사행심을 자극하는 소비재지만, 프랑스 정부는 여기에 '문화유산 보존'이라는 강력한 대의명분을 결합했다. 이를 통해 대중들은 당첨 여부와 상관없이 '공익적 기부'라는 심리적인 보상을 얻으며, 복권을 구매하기 위한 지출은 '문화유산 보존'이라는 죄책감 없는 소비를 이끌어 냈다.
< 2024년 발행된 제 7회 문화유산 복권- 출처: 'FDJ 유나이티드(FDJ United)' >
또한 복권 지면에 인쇄된 문화유산의 사진과 그에 대한 간단한 설명은 구매자들이 복권을 긁는 짧은 순간 동안이라도 프랑스 전역에 숨겨진 유산을 여행하는 경험을 공유하며, 그로 인한 감성적인 몰입을 끌어낸다. 실제로 이 사업에서 복권 수익금은 문화부의 예산, 재단 기금, 기업 및 개인의 기부금과 함께 전체 프로젝트 예산의 25%를 차지하고 있으며, 문화유산 보존 재정 구조의 중요한 축으로 기능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대중의 자발적인 소비와 참여를 기반으로 확산되어 문화 자체를 '소비 가능한 콘텐츠'로 전환했다는 점에서 한류의 확산 전략과도 구조적으로 유사한 측면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한류 팬덤 역시 콘텐츠를 수동적으로 소비하는데 그치지 않고, 스스로 콘텐츠의 생산과 확산을 수행하는 주체가 되고 있다. 하지만 한류가 주로 개인의 취향에 따른 소유와 즐거움에 기반한다면, 프랑스의 이번 문화 사업은 여기서 더 나아가 공동체의 가치인 기여와 문화유산의 보존으로 성공적으로 전환했다.
전 세계적으로 문화유산을 활용한 콘텐츠화는 가속화되고 있으며,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참여형 콘텐츠의 경우, 그 목적이 문화 향유의 확장에 있는지, 혹은 문화유산 보존을 위한 재정 구조의 보완에 직접적으로 연결되는지에 따라 서로 다른 방식으로 설계된다. 그러므로 한류와 프랑스의 문화유산 사업처럼 동일하게 사람들의 '참여'를 활용하더라도, 문화 정책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에 따라 그 기능과 의미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프랑스의 문화유산 복권은 소비를 매개로 하되, 그 목적을 '소유'가 아닌 '기여'에 둠으로써 대중적인 만족과 재정적인 지속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이는 향후 한류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함에 있어 중요한 참고 지점이 될 수 있다. 대중의 참여를 기반으로 하되, 정책적인 설계에 따라 그 에너지가 사회적인 가치나 문화 보존으로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대중의 에너지는 강력하지만 한편으로는 일시적일 수도 있다. 이제 한류도 단순한 콘텐츠 소비 단계를 넘어, 팬덤의 거대한 에너지를 사회적인 가치나 문화적인 보존으로 연결하는 제도적인 설계를 고민해야 할 때다. 그렇다면 프랑스의 문화유산 복권처럼 단순한 콘텐츠 소비를 넘어 제도적인 기금이나 프로젝트로 정착시켜 '공익적인 기여'로 전환하는 모델 구축이 한류의 다음 단계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FDJ 유나이티드(FDJ United)》 (2024. 09. 02). Lancement du septième jeu de grattage Mission Patrimoine,
https://www.fdjunited.com/fr/presse/lancement-du-septieme-jeu-de-grattage-mission-patrimoine/
- 미션 스테판 베른(Mission Stephane Bern) 공식 홈페이지, https://www.missionbern.fr/
- 프랑스 문화유산재단(Fondation patrimoine), https://www.fondation-patrimoine.org/
- «프랑스 문화부(Ministère de la culture)» (2026.04.15). Loto du patrimoine : 18 sites régionaux « emblématiques » choisis,
https://www.culture.gouv.fr/actualites/loto-du-patrimoine-18-sites-regionaux-emblematiques-choisis
- «악튀.프랑스(actu.fr)» (2026.04.14).
Loto du patrimoine 2026 : découvrez les 18 sites en péril qui vont bénéficier des fonds de la Mission Bern,
https://actu.fr/histoire-patrimoine/loto-du-patrimoine-2026-decouvrez-les-18-sites-en-peril-qui-vont-beneficier-des-fonds-de-la-mission-bern_64138025.html
- 해당장르 :
- 일반
- 해당국가 :
- Franc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