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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 베끼기 급급한 페북... 실적 부진에 '핵심가치' 포기?
  • 2022-07-28 | 기타


틱톡 베끼기 급급한 페북...
실적 부진에 '핵심가치' 포기?

입력 2022.07.26 15:00 수정 2022.07.26 15:41
 

핸드폰 : SNS 기능들, 좋아요, 공감 등

 

"틱톡이 되려고 하는 걸 멈춰줘. 제발요오오오오오(PLEASEEEEEEE)."

구독자(팔로워)가 3억6,000만 명에 달하는 미국 모델 카일리 제너(25)는 25일(현지시간) 인스타그램에 이런 호소를 남겼다. 제너는 축구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4억6,800만 명)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스타그램 구독자를 보유한 인플루언서다. 그의 이런 호소에, 구독자 수 7위인 모델 킴 카다시안(42)도 "진짜 제발"이라 호응했다.

둘이 합쳐 7억 명에 육박하는 구독자를 둔 이들이 한목소리를 낸 건 메타가 최근 내놓은 페이스북 개편안 때문이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는 21일 첫 화면(홈) 개편안을 발표했는데, 팔로우하거나 친구를 맺지 않은 사람의 콘텐츠가 페이스북 홈에 나타나도록 하는 것이다. 특히 15초 안팎 길이의 짧은 동영상(숏폼)인 '릴스' 노출을 늘렸다. 원래 첫 화면에 떴던 친구 등의 콘텐츠는 별도 탭(피즈)으로 옮겨졌다.

한마디로 '중독성 강한 콘텐츠'가 지인들의 일상 소식을 밀어내고 페이스북의 중심으로 들어온 것. 페이스북이 시작부터 지켜온 핵심 가치가 '관계'라는 점에서 볼 때, 메타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운영 철학을 완전히 바꾼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런 변화는 최근 급성장한 중국 소유 숏폼 앱 '틱톡'을 따라한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페이스북이 틱톡과 경쟁하기 위해서 한 가장 큰 조치"라며 "온라인상에서 이용자를 친구 및 지인과 연결하고자 했던 원래 페이스북의 방향과는 완전히 달라진 것"이라고 평했다.

SNS 절대강자였던 페이스북이 후발주자 틱톡을 베낀 것은 그만큼 최근 입지가 위태롭다는 방증이다. 메타는 27일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데, 증권가에선 사상 처음으로 매출이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작년까지 매 분기 평균 20%씩 매출 성장세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4분기 2004년 이후 처음으로 이용자 감소를 목격했다.

성장성이 한계에 달했다는 평가가 퍼지면서 메타 주가는 올해 들어 45%나 빠졌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직원들에게 "우리가 본 것 중 최악의 침체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신규 고용 축소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메타의 전례 없는 부진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광고시장 성장 둔화 △달러화 강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러시아 서비스 종료 등이 두루 겹친 탓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광고시장 성장이 멈춘 상황에서 틱톡과의 경쟁은 날로 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데이터 분석업체 데이터아이에 따르면, 1분기 틱톡의 이용자당 월평균 이용시간은 23.6시간으로, 19.4시간을 기록한 페이스북보다 길었다. 작년 1분기만 해도 19.4시간으로 동일했지만, 틱톡이 저 멀리 치고나간 상황이다.

숏폼이 대세가 된 만큼 틱톡 따라하기 전략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페이스북만의 차별성이 사라져 이용자 이탈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틱톡에 맞선 페이스북의 변화는 우리가 알고 있던 SNS의 종말을 뜻하는 것일 수 있다"고 했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 shle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