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디지털만화 시장 5조원 육박…
이젠 웹툰 소비 넘어 생산까지
송고시간 : 2025-02-13 09:00
일본 웹툰 제작사 스튜디오 넘버나인에서 웹툰 작업 중인 창작자
[네이버웹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5년 만에 두 배로 성장…현지 제작사 "아직 2번 더 '점프'할 수 있어"
(도쿄=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편의점에 만화책이 진열돼 있고, 매주 월요일 잡지로 최신 만화를 보는 것이 일상이었던 일본의 풍경에 변화가 일고 있다.
독자들 손에는 만화잡지 대신에 스마트폰이 자리하고, 가로로 넘겨보던 흑백만화뿐만 아니라 세로로 내려보는 컬러 웹툰에 익숙해진 모습이다. 이는 수치로 확인된다.
13일 일본 전국출판협회·출판과학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출판지표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디지털 만화 시장 규모는 5천122억엔(약 4조8천300억원)으로, 전년보다 6.0% 증가했다.
2019년 시장 규모가 2천593억엔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5년 만에 두 배로 성장한 셈이다.
또 디지털 만화 시장 규모가 2020년 3천억엔, 2021년 4천억엔의 벽을 넘은 이후 이번에는 5천억엔을 돌파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일본의 출판 시장 규모
[출판지표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최근 몇 년 새 일본에서 디지털 만화 산업이 커지면서 현지 기업은 물론 미국 기업들도 우후죽순 일본 웹툰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2023년 아마존이 플립툰이란 웹툰 서비스를 시작했고, 애플의 전자책 플랫폼 애플북스는 '다테요미만가'(縦読みマンガ)라는 세로로 보는 웹툰 형식의 만화를 내놓았다.
지난해에는 미국 사모펀드 블랙스톤이 디지털 만화 플랫폼 메차코믹을 운영하는 인포컴을 인수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일찌감치 2013년 라인망가 서비스를 통해 일본에 자리잡은 네이버웹툰도 현지 시장에 꾸준히 공을 들이고 있다.
김신배 라인디지털프론티어 대표는 "일본 만화의 글로벌 영향력은 모두 알 것"이라며 "일본 시장은 웹툰엔터테인먼트의 현재 매출은 물론 향후 업사이드(상승)에서도 가장 중요한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2024년 라인망가 5위, 9위 웹툰
[넘버나인 자료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지금까지는 일본이 웹툰을 소비하는 시장으로만 여겨졌다면, 이제는 생산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그간 일본에서 인기 있는 웹툰은 '나 혼자만 레벨업', '입학용병', '재혼황후' 등 주로 한국 작품들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라인망가 인기 순위를 살펴보면 현지 웹툰 제작사 넘버나인이 만든 '신혈의 구세주'와 '나만 최강 초월자'가 각각 5위, 9위를 차지했다.
넘버나인은 2021년부터 웹툰을 제작한 신생 회사지만, 현지 독자 입맛에 맞는 인기작을 연달아 내놓으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고바야시 다쿠마(41) 넘버나인 대표는 "일본 만화 시장에서 웹툰은 아직 성숙기가 아니라 성장기"라며 "2022년보다는 2023년, 또 그보다는 2024년에 더 크게 성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화로 치면 '드래곤볼'에서 프리저에게 두 번의 변신이 남은 상황, 두 번 더 점프가 가능한 상황인 것"이라고 비유했다.
이처럼 일본 현지에서 웹툰 제작이 활발해지고, 성공 사례가 추가로 나온다면 웹툰업계가 출판만화 작가들을 흡수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웹툰 '나만 최강 초월자'와 '신혈의 구세주'의 스토리 작가 에토 슌지는 "경력 있는 작가들이 웹툰을 언제 시작하면 좋을지 안테나를 세우고 있다"며 "3~5년 안에 유명한 작가들도 웹툰을 많이 그리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