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약속과 비즈니스 미팅
아르헨티나 사람들과 사전 약속을 잡고난 후 하루나 이틀 전 다시 전화를 해서 약속장소, 시간, 변동사항 등을 재확인하는 것이 좋다. 아르헨티나 기업인은 1년 정도의 출장일정을 미리 계획하기 때문에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면담 가능 일정을 확인해야 한다. 약속을 잡기 위해서는 최소한 2주 전에 레터 또는 이메일로 방문 신청을 하고, 방문 며칠 전에 약속을 재확인해야 한다(1, 2월과 크리스마스 전후는 여름휴가 기간이고, 7월 중순은 스키를 타러 가는 사람들이 많으므로 이 시기는 피하는 것이 좋다).
2) 인사
일반적으로 아르헨티나는 제3자가 소개해주는 것을 선호하며, 모임에서는 주최자가 소개해 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다. 제3자가 없는 경우에는 양측이 직접 인사를 한다. 아르헨티나 사회에서는 타인의 눈에 비치는 모습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무엇을 말했는가"뿐만 아니라 어떤 식으로 소개했는지를 판단한다.
초면에 하는 인사는 정중해야 하며, 연장자 또는 가장 높은 직위의 사람에게 가장 먼저 인사해야 한다. 악수는 눈을 맞추고 환하게 웃으면서 해야 한다. 눈을 계속 맞추는 것은 호감의 표시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인사는 악수지만 머리를 살짝 숙이기도 하는데, 이럴 때는 정확히 눈을 바라보며 신뢰감을 주는 것이 좋다.
3) 명함과 호칭
초면에는 당신(우스뗏: Usted)이라는 호칭을 사용하고, 주최 측에서 먼저 이름을 부르면 그때부터 이름으로 호칭을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 잘못된 이름으로 남을 부르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므로 소개를 들을 때 스페인어로 된 이름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경우, 그냥 넘어가지 말고 다시 반복해줄 것을 요청해야 한다.
직위는 회사에 따라 달라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프레지덴떼(Presidente)는 사장, 디렉또르 헤네랄(Director General)은 사장 또는 이사, 디렉또르(Director)는 이사 또는 부장, 헤렌떼(Gerente)는 과장 정도이다. 남성에게 세뇨르(Señor), 기혼여성에게 세뇨라(Señora), 미혼여성에게 세뇨리따(Señorita)를 성(姓) 앞에 붙인다. 명함을 보면 성(姓) 앞에 학력을 기재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 경우 이름 앞에 학력을 붙이면 훌륭한 존칭이 된다. 박사는 독또르(Dr.; doctor), 석사는 리센시아도(Lic.; licenciado), 공학석사는 인헤니에로(Ing.; ingeniero)로 표기한다. (예: 리센시아도 로페스 Licenciado Lopez)
물론 아주 친해지면 호칭을 부르지 않고 이름을 부르는 경우도 많다. 호칭을 부를 때 성명을 보고 성(姓)과 이름(名)을 잘 구분해야 한다.
명함은 공식적인 자리 외에서도 주고받을 수 있으며, 상대방이 이름을 바로 읽을 수 있는 쪽으로 명함을 건네야 한다. 가능하다면 스페인어로 번역한 명함을 준비하는 것이 좋으나, 영문으로도 충분하다.
4) 선물
아르헨티나인은 비즈니스 상담에서 초면에 선물을 교환하지 않는다. 단, 정부 인사 방문의 경우 통상 선물을 기대하는 경우가 있다. 선물을 할 경우는 한국적 이미지가 있는 열쇠고리, 봉투 등 가벼운 선물이 좋다. 바이어 관리를 위해서는 크리스마스, 생일 등에 카드를 보내는 것이 좋고, 연말에는 주요 거래선에 와인, 종합 선물세트 등을 선물하면 좋다. 7월 20일은 ‘친구의 날’로, 이때 아르헨티나 기업인에게 e-메일로 안부를 묻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면담을 신청한 쪽이나 방문을 하는 쪽에서 예의상 선물을 준비하는 것이 관례이며, 보통 아르헨티나에서 흔한 물건인 가죽, 포도주 등을 선물한다. 칼, 가위 등과 같은 관계 단절을 의미하는 물건은 선택하지 않는 것이 좋다.
수입규제가 심한 아르헨티나 사람들에게는 한국적인 선물(한지 명함 통, 한지 보석함 등)의 반응이 좋으며, 유명 메이커인 위스키, 프랑스산 샴페인, 수입 초콜릿이나 꽃도 선물로 무난하다. 선물은 받는 즉시 앞에서 열어보고 감사의 의사를 표시하는 것이 관행이다.
5) 식사
아르헨티나인을 식사에 초대할 경우 금기시되는 음식은 없으나 한국음식 중 냄새가 심한 김치, 된장, 마늘, 고추장, 매운 음식, 생선 류(회 포함), 국물 있는 음식 등은 대부분 기피하는 경향이 있어 주의를 요한다. 스테이크,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음식이 무난하고, 식사 시 포도주는 한국의 김치와 같은 역할을 하므로 주문하는 것이 좋다. 최근 일본 스시가 중상류층을 중심으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레스토랑에서의 점심이나 저녁식사가 일반적이며 대체로 집으로 초대를 하지는 않는다. 주로 오후 8~10시에 저녁식사 약속을 잡고 주말에는 더욱 늦게 식사 약속을 잡는다. 오후 4~6시 사이에는 커피와 빵이나 케이크를 먹는다.
ㅇ 유의해야 할 식사 예절은 다음과 같다.
- 모임의 주최자가 자리를 지정해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고, 주최자가 먹으라고 권할 때까지 식사를 시작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 종업원을 부를 시에는 손가락을 세우며 ‘mozo(모쏘)’라고 부르면 된다.
- 식사 시 입으로 소리를 내며 먹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 포크는 왼손에, 나이프는 오른손에 쥐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아르헨티나는 대부분 고기를 주식으로 하기 때문에 고기를 자를 때 접시를 칼로 그어 불쾌한 소리를 내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 와인을 왼쪽으로 따르는 것은 큰 실례이며, 식사는 즐기는 것이라 여겨 식사 중에는 사업에 대해 얘기하지 않으니 아르헨티나 측에서 먼저 주제를 꺼내도록 기다리는 것이 좋다. 아르헨티나는 와인을 식사와 함께 섭취하는 음식문화가 있는 만큼, 와인에 관해서는 많은 금기와 예절이 있다. 이를 잘 알지 못한다면 와인 따르기를 최대한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아르헨티나의 평균 식사시간은 한 시간 이상이며, 식사를 서로 소통하는 기회로 삼는다. 따라서 식사시간 동안 끊임없이 대화를 나눈다. 배를 불리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라 즐기는 것 또한 식사의 목적이다. 음식이나 와인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담론을 즐기는 것이다. 비즈니스 만찬에서는 직설적인 표현 대신 가벼운 식담 속에 협상과 거래의 메시지를 은근히 깔아 주고받는다. 음식에 집중하기보다는 식사를 함께하는 사람과의 대화에 집중해야 한다.
- 한국에서 아르헨티나인을 초대할 때는 의자가 있는 식당이 좋다.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양반다리를 해야 하는 식당을 매우 불편해하며, 무릎을 꿇고 식사하는 경우가 많다.
- 모임 주최측에서 아르헨티나 전통차인 마테차를 제공하는 경우 매우 쓴맛에 당황하지 말아야 한다. 아르헨티나인에게 마테차를 마시는 것은 하나의 관습이자 의식과 같다. 마테차의 경우, 하나의 빨대(Bombilla)를 여러 명이 나눠 마시는 방법이 통상적이다. 한국과는 다른 문화이기에 약간의 거부감이 생길 수도 있으나, 너무 강한 거절을 하기보다는 ‘노 그라시아스(No gracias)’라고 말하며 정중하게 사양하는 것이 좋다. 또한 아르헨티나인들은 호감이 있는 상대에게만 마테차를 권하는 것이므로, 거부감이 심하게 들지 않는다면 같이 마시는 것도 좋은 비즈니스 관계 형성에 도움이 될 수 있다.
6) 복장
아르헨티나 기업인과의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정장 착용이 바람직하다. 비즈니스 업계가 매우 보수적이기 때문에 화려한 것보다는 보수적이고 평범한 의상을 택하는 것이 좋으며, 남성은 정장에 어두운 색깔의 타이를 착용하고, 여성은 짧은 바지보다는 여성복이나 블라우스를 입는 것이 좋다. 아르헨티나 기업인 중 상담 시 노타이로 오는 경우도 있으나, 양복에 넥타이를 착용하는 것이 무난하다. 넥타이는 원색보다는 부드러운 중간색을 추천한다. 또한, 양복 착용 시 와이셔츠는 밝은 색으로 하는 것이 좋으며, 너무 눈에 띄는 색이나 패턴이 들어간 것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 복장뿐만 아니라 단정한 머리스타일과 정돈된 모습은 신뢰감을 높여줄 수 있다. 향수의 경우, 너무 강하지 않은 은은한 향을 추천한다.
점심, 특히 한식을 먹은 후에 현지인을 만날 때는 반드시 향수를 뿌려서 옷에 밴 음식냄새를 없애야 한다. 가능하면 옷을 바꿔 입고 샤워와 양치질을 하는 것이 좋으나, 여건이 여의치 않으면 향수만이라도 뿌려 불쾌한 냄새를 아르헨티나인에게 풍기지 않는 것이 좋다. 아르헨티나인은 김치, 마늘, 된장, 생선튀김 냄새를 매우 싫어한다.
7) 기타 에티켓
회의 시 모든 참가자의 출석을 기다리고, 모두 모인 후 회의를 실시해야 하며, 회의가 끝난 후에는 모두에게 일대일로 작별인사를 하는 것이 예의이다. 말할 때 손을 허리에 얹는 것은 피하고, 식탁이나 상자 등에 기대서 앉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바디랭귀지는 아르헨티나에서 매우 중요하므로 눈을 지속적으로 마주치고 말할 때는 손을 허리나 엉덩이에 두지 않아야 하며, 하품이나 재채기를 할 때는 입을 손으로 가려야 한다.
또한, 바이어와 상담에서 서로 의견이 다르다고 목소리를 높이거나, 화를 내거나 돈을꺼내서 흔드는 행위는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 일례로 한국의 출장업체가 바이어와 상담 시 고함을 지르고 돈다발을 흔들면서 결제조건을 협의한 적이 있는데, 이 바이어가 해당 행위를 인격 모독 행위라고 무역관에 항의 서한을 보낸 사례가 있다.
8) 첫 대면에 자연스러운 주제의 이야기 하기
비즈니스 상담은 먼저 축구, 날씨 등을 화제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아르헨티나인은 축구에 대한 자부심이 매우 강하다. 따라서 한국에서도 아르헨티나 축구에 대한 명성이 자자하다고 은근히 추켜세워주는 화법이 필요하다.
9) 역사적·문화적 금기사항, 불쾌감을 주는 언행 삼가하기
아르헨티나는 영국에 대해서 1982년 포클랜드 전쟁의 앙금이 남아있어 국민적 감정이 아직까지 좋지 않은 상태이다. 반(反) 영국 감정을 고려하여 영국을 긍정적 측면에서 묘사하는 것은 삼가고, 특히 포클랜드는 ‘말비나스(Malvinas)’라고 표현해야 한다. 아르헨티나 지도에는 포클랜드를 아르헨티나 영토로 표시하고 있다. 또한, 옆나라 칠레에 대한 반감도 매우 높아서 칠레에 관한 좋은 이야기는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