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벽 앞에서 연설 중인 카자흐스탄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수도 이전 20주년 기념 및 카자흐스탄 헌법 공식 정제의 날을 앞두고, 악토베(Aktobe) 도청이 이를 기념하기 위해 기증한 평화의 벽(Peace Wall)이 공식 공개됐다. 평화의 벽은 아스타나 내 독립 광장(Tauelsizdik)의 카자흐 엘리(Kazakh Eli) 기념비 옆에 설치됐다. 장벽은 강철을 비롯한 여러 자재로 지어졌으며, 세 부분의 벽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 벽은 불일치와 고립을 의미한다. 두 번째는 카자흐 국민의 희망, 자유와 독립을, 세 번째는 평화와 인종 간 조화를 유지하는 방법을 상징한다. 이러한 깊은 의미가 담긴 평화의 벽은 세계의 평화를 염원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장벽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에 따르면, 장벽은 나뭇잎이나 꽃잎의 모양을 본땄다. 지붕은 모든 민족의 보호와 인류의 단결을 상징한다. 한마디로 말하면 카자흐스탄의 옛 역사에 존재하는 튀르크족의 ‘쿠를타이’(모임, 회의라는 뜻)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기념비의 총 길이는 약 111 미터, 너비는 최대 18.4 미터, 높이는 17.5 미터에 달한다.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
예술 작품인 평화의 벽은 카자흐스탄 내 예술대학교인 쌰브트(Shabyt) 대학교 근처 독립 광장에 세워졌다. 나뭇잎 모양의 벽은 밤에 특히 아름답다. 지붕은 투명한 패널이며, LED 스크린으로 제작됐다. 깜깜한 밤에는 스크린에 여러 사진을 띄우고, 화려한 빛을 뿜어내기 때문에 관람객들은 사진 찍기에 바쁘다. 이 프로젝트는 이른바 ‘세계 XXI 세기’라는 카자흐 대통령의 반핵 선언에 기반을 두고 있어서 8월 29일, ‘세계 평화의 날’을 기념하며 공개됐다.
<행사 시작 전, 시민들과 악수를 나누는 카자흐스탄 대통령>
기념비 공개 및 세계 평화의 날 공식행사에 참석한 카자흐스탄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는 평화의 벽을 공개하면서 “모든 인간, 모든 국가, 모든 정부는 비핵화를 이뤄내는 방안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핵은 우리의 행성에서 인류의 존재를 없애고자 위협한다. 카자흐스탄은 반핵 활동의 선두주자며, 우리는 핵무기를 포기하고 반대하는 국가다. 또한 오늘은 유엔이 지정한 세계 평화의 날로, 핵무기의 폐기와 비핵화를 상징하는 국제적인 날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 기념비는 카자흐스탄에 방문하는 모든 사람이 볼 수 있을 것이다. 평화의 벽에는 세미팔라틴스크 핵실험장의 역사가 전시돼 있으며, 핵무기를 폐기와 관련된 투쟁의 기록이 쓰여있다. 그날부터 우리는 핵무기 실험장을 폐쇄했다. 카자흐스탄은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은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였지만, 완전히 핵을 폐기했다. 아스타나에 건립된 이 기념비는 우리가 우리 땅에서 만든 평화와 번영을 존중하고, 지난 역사의 교훈을 기억하며, 이를 표현하는 외침이다. 평화의 벽은 현시대 평화의 가치를 수호하고, 과거의 비극적인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라 덧붙였다.
공식행사 이후, 평화의 벽 근처에 마련된 무대에서 아스타나 어린이 합창단 ‘악 고게르씬(Ak kogershin)’ 및 ‘자만아이(Zaman-ai) 합창단이 공연을 진행했다. 행사가 진행하는 동안, 평화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 백 마리를 하늘로 날려 보내는 퍼포먼스 또한 선보여졌다.
<백 마리의 비둘기를 하늘로 날려 보내는 퍼포먼스>
평화의 벽 LED 스크린에는 세미팔라틴스크 실험장 폐쇄 장면, 카자흐스탄, 일본 및 기타 국가의 반핵 시위, 비핵화 관련 여러 영상들이 띄워진다. 또한, 벽에는 세계 여러 나라의 언어로 ‘평화’라는 말이 새겨졌다. 통신원은 평화의 벽을 관람하니, 도종환 시인의 ‘담쟁이’란 시가 떠오른다. 아래는 시 ‘담쟁이’의 전문이다.
<밤에 바라본 나뭇잎 모양의 평화의 벽>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 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
과거 동독과 서독 사이에도 벽이 있었다. 아직도 몇 개 지역 및 나라 사이에는, 그리고 민족 사이에는 허물어지지 않은 벽이 존재한다. 분단된 한반도의 경우, 통일의 미래는 멀리 있지 않다. 정치적인 의미를 떠나, 평화와 문화가 모든 벽을 넘어서고 있다. 지금, 세계는 하나다. 현재 K-Pop도 많은 장벽을 넘어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다. 현재 카자흐스탄은 시리아 내전 상황을 해결하는 방안을 논의하고자 국제 정상회담을 진행했으며, 중재국으로서 역할을 담당해왔다. 올해에도 ‘아스타나 3차 평화 회담’을 주최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아스타나에 위치한 평화의 벽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세계적인 기념비라 평가할 수 있다. 앞으로 평화의 벽의 아래에서 문화 행사들이 많이 열릴 것이다. 한국과 카자흐스탄의 간에 평화와 문화 행사도 그 기념비 앞에서 진행되기를 기대한다.
※ 참고 자료 : 도종환, <밀물의 시간>
※ 사진 출처 : https://ca-news.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