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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지, 케이팝 스타를 꿈꾸는 일본인 연습생 이야기 조명

2019-05-23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도쿄에서 오디션에 참가한 케이팝 아티스트 지망생 – 출처 : ‘가디언’지 공식 웹사이트>

케이팝의 인기가 전 세계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영국의 유력 일간지 《가디언》은 한국과 일본 대중 대략 1백 만여 명의 워너비, 케이팝 스타들의 연예 기획사가 주최하는 오디션에서 치열한 경쟁을 거쳐 케이팝 스타들이 누리는 명성을 누리길 열망하고 있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그런데 관건을 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발되어 살아남는 연습생들은 단지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케이팝 워너비들: 한 편의 포토에세이'(The K-pop wannabes: a photo essay)라는 제목으로 5월 6일 보도, 5월 15일에 수정된 기사는 일본에서 다니던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지난 2월에 케이팝 스타가 되기 위해 대한민국으로 건너왔다는 유카 하스미(Yuuka Hasumi) 등 몇몇 일본 소녀들의 사연을 집중 조명했다.

이들은 장시간 노래와 춤을 연습해야 한다. 사생활이 없고 남자 친구도 사귈 수 없으며 전화 통화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주지하고 있지만 이들은 모두 감내할 준비가 되어있다. 올해 17세인 하스미는 케이팝 스타덤에 오르기 위해 일본에서 온 젊은이들에게 춤 동작과 노래, 언어 등을 가르치는 케이팝 준비 학교인 아코피아 스쿨(Acopia school)에 등록했으며, 현재 서울에서 어학 코스에도 다니고 있다. 그녀는 한국의 대표적인 연예 기획사들이 극소수의 연습생들을 선발하기 위해 여는 경쟁률이 치열한 오디션에 합격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가디언》지는 역시 일본에서 건너온 15세의 친구 유호 와카마추(Yuho Wakamatsu)와 함께 다니고 있는 댄스 레슨에서 흠뻑 땀에 젖은 채로 돌아와 '아주 힘들다'고 말한 하스미와의 인터뷰를 인용했다. 이어 하스미는 “엄격한 훈련이지만, 이를 통해 실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데뷔 이후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유카 하스미와 이부키 이또(Ibuki Ito)가 서울 소재의 아코피아 스쿨 파티에서 춤을 추고 있다>

<방과 후 쇼핑 중인 하스미>

<유호 와카마추와 하스미>

《가디언》지에 따르면 한 달에 $3,000(한화 약 358만 원)을 지불하며 약 500여 명 정도의 일본 젊은이들이 해마다 아코피아 스쿨에 등록하고 있다. 이 학교는 학생들을 위해 연예 기획사들과 오디션 날짜를 잡아주기도 한다. 이 연예 기획사들은 '한류'를 성공적으로 이끈 팝 문화의 숨은 동력이 되어 왔고 지난 10여 년 동안 방탄소년단과 같은 보이 밴드들을 세계 무대로 등장시켜왔다.

《가디언》지는 일본 연예인들의 유입이 한일간의 정치적 긴장이 점점 악화되어 외교 관계까지 피해를 보고 있는 시기에, 케이팝 산업계는 정세를 재편성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20세기 초반에 한국이 36년 동안 일제의 식민지였다는 과거에 뿌리를 두고 있는 양국 간 긴장 관계는 대한민국 대법원이 일본 기업들로 하여금 당시 징용되었던 강제 이주 노동자들에게 손해 배상을 하라는 판결이 내린 이후 더욱 악화되었고, 한국에서는 일본의 지도자들이 식민 시대 과거에 대해 적절한 속죄를 하지 못해왔다는 정서가 확산, 팽배해 있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껄끄러운 상황에서도 한국 문화와 케이팝의 인기는 일본에서 여전히 상승하고 있으며, 수많은 팬들과 아티스트들은 양국의 외교적 긴장 관계를 전혀 개의치 않는다고 한다. 오랫동안 케이팝 산업계에서 일해온 한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의 연예 기획사들은 오히려 양국의 관계를 돈독히 하고자 일본 연예인들을 영입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케이팝 그룹들과 베테랑 한국 음악인들은 일본 전역에 걸쳐 콘서트를 개최하고 있으며, 콘서트 티켓은 줄곧 매진되고 있다. 일본은 케이팝 관련 학교들과 기획사들에게는 미국 다음으로 큰 음악 시장을 가지고 있어 이들에게 큰 기회를 제공하므로 다수 기획사들은 일본 연예인들을 발굴 유치하려는 캠페인을 벌여왔다고 한다. 하스미는 “일본과 한국이 음악을 통해 함께 갈 수 있으면 좋을 것”이라고 한국어 수업 중 가졌던 휴식 시간 중 《로이터(Reuters)》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고 한다.

몇몇 일본 연예인들은 이미 큰 성공을 거두었다. 최근 일본에서 큰 인기를 구가하는 걸그룹 트와이스에도 일본인 멤버가 3명이 포함돼있다. 이들의 성공 뒤에는 JYP 엔터테인먼트가 있따. 이들이 오로지 일본 여성들로만 구성된 그룹을 데뷔시킬 예정이라 한다. 한편, 일본인 멤버 영입과 일본에서의 성공은 종종 논란의 여지를 남긴다. 앞서 언급한 민족적 정서 때문이다. 그럼에도 기획사 담당자들의 ‘감시’까지 받고 혹독한 훈련을 받으려는 일본인 케이팝 스타 지망생의 숫자는 결코 적지 않다.

<도쿄의 한인타운 신 오쿠보 구역을 걷는 나오 니추(Nao Niitsu). 도쿄 출신으로, 대학교 1학년 학생이자 케이팝 스타 지망생이다.>

미유 타코이지(Miyu Takeuchi)는 케이팝 기획사 미스틱 엔터테인먼트의 연습생이 되기 위해 지난 3월 일본의 탑 아이돌 밴드인 'AKB48'과 10년간 쌓은 커리어를 떠나는 것이 어려운 결정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쌓은 경력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하루에 7시간의 보컬 트레이닝을 하고 1주일에 두 번씩 두 시간 걸리는 레슨을 받고 아침 일찍 한국어 레슨 또한 받고 있다. 남자 친구를 사귀는 것도 허락되지 않지만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사실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내 연습은 내 코치들과 기획사들이 '미유, 너는 프로야'라고 말하는 지점에 도달할 때까지 계속돼야 한다는 미유 타코이지는 일본에서 성공하기 위해 갖은 고생을 해야 했다는 한국의 대중 가수 김 연자와 계은숙을 떠올리게 한다.

수십 년에 걸쳐 고생하며 일본 대중음악계에서 인정받기 위해 노력했던 한국 가수들의 스토리와 더불어, 한국 음악계에서 인정받고자 노력하는 일본 가수 지망생들의 사연은 고통으로 얼룩졌던 일본에 대한 한국인들의 역사, 이로 인해 상처받은 마음들에 조금이라도 위로가 될지 모른다. 한국 문화와 예술을 인정하고 사랑해주는 일본 신세대들은 과거 세대들과는 다른 눈으로 한국을 볼 것이고 평화를 원할 것이기 때문이다. 케이팝의 위력이 새삼스럽게 느껴지고 감회가 새로워지는 대목이다.
※ 사진 출처 및 참고자료
《The Guardian》 (19. 5. 6. ) 〈 The K-pop wannabes-a photo essay 〉, https://www.theguardian.com/music/2019/may/06/the-k-pop-wannabes-a-photo-essay

통신원 정보

성명 : 이현선[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영국/런던 통신원]
약력 : 현)SOAS, University of London 재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