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는 전통적으로 한국 게임의 인기가 남다른 곳이다. 인도네시아에 컴퓨터 온라인 게임을 처음으로 소개하여 대중화시킨 것도 <포인트블랭크>, <라그나로크>, <씰 온라인>과 같은 한국 PC 게임이고, 그 뒤를 이어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현지의 게임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때 함께 했던 주요 게임들도 한국의 <모두의 마블>, <세븐나이츠>, <써머너즈워> 등의 게임이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전국의 PC방을 강타한 PC방 관리 프로그램이나, 한국 게임 퍼블리셔, 게임 마케팅 운영대행사 등 한국 게임의 산업 생태계가 고스란히 현지로 이식되었다고 할 만큼 그 뿌리도 깊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는 초창기 1세대 한국 게임의 인기를 넘어 한국 게임 2.0, 3.0 등으로 진화하면서 그 인기는 확대되고 있는데, 최근에는 한국 게임 개발사 크래프톤이 만든 배틀그라운드의 모바일 버전이 현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현지의 게임 인구도 훨씬 더 커지고 있는 느낌이다. 배틀그라운드는 100명으로 시작한 게이머가 서로 승부를 겨루면서 살아남아 최후의 승자가 되는 게임인데, PC의 사양이 매우 높은 편이어서 컴퓨터 버전이 유행할 때는 현지에서 큰 반향을 얻지 못하다가 스마트폰 버전이 출시되면서 현지 유저들이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게 되면서 배틀로얄류 게임의 인기가 완전히 확대되었다. 배틀로얄 장르 게임의 인기에 힘입어서 중국 게임 개발사들도 다수 유사 장르를 출시했고, 이런 게임들이 서로 대규모 마케팅 경쟁을 벌이면서 기존에는 게임을 즐기지 않던 사람들에게도 노출되어 게임 시장이 점차 커지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배틀그라운드는 현지에서 가장 활발한 마케팅 활동을 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최근 10~20대 사이에서 가장 인기와 영향력이 높다는 e스포츠 분야에 집중하고 있어 예전보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노출되는 빈도가 더 커진 느낌이다. e스포츠를 하기 위해서는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을 통하여 전국의 주요 도시 등에서 예선전을 거치게 되고 관객들의 주목도가 남다른 결승전의 경우에는 주요 대형 이벤트홀을 빌려 대회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이 여러 가지 마케팅 및 홍보 활동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지난 7월 13일에서 14일 사이에 열린 PINC(PUBG Mobile Indonesia Championship)만 하더라도 아시안 게임의 주요 종목이 열렸던 자카르타 스나얀 실내 테니스장에서 결승전이 개최되었는데, 10~20대에게 가장 인기 있는 모바일 게임의 결승전답게 교통이 편리한 대형 스타디움에서 개최되어 많은 관객들을 수용할 수 있는 곳에서 열려 그 열기를 제대로 담아낸 듯한 느낌이었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네시아 챔피언쉽 대회가 열리는 스나얀 실내 테니스장 주변 광경>
기존 e스포츠 대회의 경우 굳이 게임 유저들이 아니더라도 일반인들이 흥미를 가지고 관람할 수 있게끔 기본 유동인구가 많은 쇼핑몰에서 개최되는 경우가 더 많았지만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결승전은 오롯이 e스포츠만 즐길 수 있도록 스포츠 시설에서 개최를 하였음에도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는 점에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과 e스포츠에 대한 현지인들의 높은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결승전이 열리는 스나얀 일대는 이미 대회 관계 포스터나 현수막으로 도배되다시피 되어 있어 입장하기도 전에 배틀그라운드 게임의 열기를 느낄 수 있게 되어 있고, 설령 개인 취향에 따라 배틀그라운드 게임을 플레이하지는 않더라도 어떤 게임인지는 알고 있는 대세 게임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느낌이었다. 배틀그라운드 인도네시아 결승전은 사전에 등록이나 표를 받은 관객들만 참석이 가능하도록 엄격하게 통제를 하고 있었으며, 이 또한 누구나 와서 경기를 시청할 수 있었던 예전과는 크게 달리진 모습으로 보였다. 게다가 여성 관객들이 경기장을 찾아 열정적으로 자기가 좋아하는 팀을 응원하는 모습도 남녀를 가리지 않고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1등 게임이기에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네시아 챔피언쉽 대회 경기 장면>
현지인들이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대회를 즐기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좋아하는 팀이 나올 때 열정적으로 소리치거나 조직적으로 응원하고, 잘 짜인 무대를 배경으로 멋진 경기 장면을 즐기는 것이 마치 한류 콘서트를 즐기는 모습과 비슷하다. 한국에서는 이미 좋아하는 게임들을 대상으로 e스포츠가 산업화된 지 오래되었는데, 인도네시아에서는 그동안 관련 산업의 생태계가 조금씩 발전해왔고, 모두의 관심을 얻는 1등 게임인 배틀그라운드라는 게임 종목이 나오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이 느껴진다. 인도네시아 젊은이들과 함께 하는 e스포츠 발전의 한가운데 한국 게임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 있어 한류 게임이 가져다주는 영향력이 더욱 돋보이고 있고, 앞으로 다른 한국 게임들도 e스포츠라는 보다 결집된 모습으로 현지인들이 소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이어온 한류 게임의 모습이 1.0, 2.0을 넘어 3.0, 4.0은 어떤 모습으로 현지인 유저들과 함께 할지가 더욱 기대가 된다.
※ 사진 출처 : 통신원 촬영
성명 : 신진세[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인도네시아/자카르타 통신원] 약력 : 현재) 인도네시아 온라인 게임 퍼블리셔 근무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