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문화정책/이슈] 필리핀 K-드라마 팬들은 요즘 사랑의 불시착 앓이(CLOY fever) 중

2020-02-24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인 넷플릭스. 필리핀 K-드라마 팬들에게 한국 드라마를 만날 수 있는 중요한 플랫폼이 된다. 올해 초 넷플릭스에서는 2019년에 필리핀 사람들이 가장 많이 시청한 드라마 목록을 공개한 바 있는데, 당시 한국 드라마 '호텔 델루나'가 전체 2위를 차지했었다. - 출처 : '넷플릭스' 웹사이트>

불과 5년 전만 해도 필리핀 신문에서 한국 연예계 뉴스를 보는 일은 드문 일이었다. 요즘은 한국 연예계 뉴스를 상당히 자주 볼 수 있다. 유명 가수의 콘서트 개최나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과 같은 굵직한 소식이 아니더라도 연예인의 시시콜콜한 개인적 근황까지 필리핀 신문에서 접할 수 있을 정도이다. 지난 2월 13일에는 한국의 예능 프로그램인 <런닝맨>이 필리핀 지상파 TV 채널 《GMA》와 공동제작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런닝맨에 대한 키워드가 트위터 실시간 검색어 2위에 오르기도 했다. 또, 지난 주말에는 마닐라의 영화관에서 <82년생 김지영(Kim Ji-Young, Born 1982)>이 잠깐 상영되기도 했다. 영화는 흥행하지 못했지만, 페미니즘 관련 영화가 필리핀 극장에서 상영되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신선한 화제가 되었다. 하지만 요즘 필리핀의 사람들이 열광하고 있는 한류 문화의 중심은 바로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다.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 필리핀 K-드라마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은 《tvN》에서 2019년 12월 14일부터 2020년 2월 16일까지 방영한 16부작 드라마이다. 패러글라이딩 사고로 북한에 불시착한 재벌 상속녀 윤세리와 그녀를 숨기고 지키다 사랑하게 되는 북한 장교 리정혁의 로맨스 이야기가 주요 내용인 드라마로 현빈, 손예진, 서지혜, 김정현 등의 배우들이 출연하여 열연했다. 한국에서 지난주 종영한 드라마가 실시간으로 필리핀 드라마 팬들에게 화제가 될 수 있었던 까닭은 바로 넷플릭스이다.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은 첫 방영일부터 넷플릭스를 통해 서비스되었다. 매회 정규 방송 종료 후 바로 필리핀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되다 보니 해당 드라마가 한국에서 얼마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는가에 대한 부분까지 큰 화제가 되었다. 《마닐라 불레틴(Manila Bulletin)》이나 《필리핀스타( The Philippine Star)》, 《래플러(Rappler)》 등과 같은 필리핀 주요 신문사에서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 한국에서 드라마 <도깨비(Goblin)>보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을 일제히 기사화했다.
 
요즘 필리핀에서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Crash Landing On You)>에 대한 인기는 그야말로 폭발적이다. 드라마 제목의 앞글자를 따서 'CLOY fever'라는 신조어까지 나오고 있는 판국이다. 매력적인 배우와 결말을 예상하기 어려운 경쾌한 줄거리, 가족이 다 함께 즐길 수 있는 유머러스한 상황 전개, 로맨스와 코미디의 적절한 조화, 멋진 패션, 상황과 어우러지는 멋진 사운드 트랙 등등 'CLOY fever'에 빠지게 되었다는 이유도 다양하다.

드라마가 인기를 끌자 촬영 장소까지 큰 관심을 받게 되었는데, 드라마 팬이 드라마 촬영지였던 태안에 방문하여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 올려 SNS상에서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드라마 속 북한의 모습을 지나치게 미화하여 내용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지만, 필리핀에서는 그런 지적은 보이지 않는다. 배우들의 멋진 모습이나 유쾌한 에피소드에 열광할 뿐이다. 드라마 속 그려진 북한의 낙후된 모습과 현재 필리핀의 모습이 겹쳐지는 부분이 많아서 그런지 데이트 중 갑자기 레스토랑 내부가 갑자기 정전되는 식의 극 중 내용에 공감하기도 한다.

주인공인 현빈과 손예진의 열애설에 이르기까지 드라마에 대한 모든 것이 관심사이지만 그중에서도 필리핀 K-드라마 팬들이 특히 주목하는 것은 주인공의 헤어스타일과 의상이다. 드라마 속 패션이 인기를 끄는 일은 흔한 일이지만, 기존의 그 어떤 드라마보다 드라마 속 패션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지 뷰티 관련 잡지에서 극 중 손예진이 사용한 액세서리가 어느 브랜드인지는 물론이고 특정 장면에서 사용한 귀걸이를 사려면 마닐라 어디 쇼핑몰로 가면 되는지와 가격이 얼마인지까지 꼼꼼하게 정리하여 기사화하여 팬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을 정도이다. 《에스콰이어 필리핀(Esquire Philippines)》에서 'Here's What Street Style Looks Like In North Korea'라는 제목으로 2017년도에 올린 북한에 관한 기사도 새삼스럽게 주목을 받았다.

필리핀의 유명 연예인과 정치인도 사랑의 불시착 앓이(CLOY fever)에 동참해서, 여배우 야스미엔 쿠르디(Yasmien Kurdi)와 가수 케이릴(Karylle) 등 유명인들까지 한국 드라마에 빠져버렸다는 글을 SNS에 올리고 있다. 필리핀의 13대 대통령이었던 조지프 에스트라다(Joseph E. Estrada) 전 대통령의 아들이자 상원의원인 조셉 빅토 에헤르시토(JV Ejercito)가 지난주 12일 그의 트위터에 '이 한국 드라마는 떠나기가 너무 어려워(Grabe pala itong mga Korean Novela hirap iwan)'라는 글과 함께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 중독되어 넷플릭스를 시청하고 있다고 하여 큰 화제가 되더니, 지난 토요일에는 현 대통령의 딸이자 다바오시(Davao City)의 시장인 사라 두테르테(Sara Z. Duterte)가 드라마 속 포스터에 자신의 사진을 넣어 만든 합성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기도 했다.

유명 정치인이 특정 드라마나 특정 연예인을 언급하면서 팬임을 밝히는 일은 매우 이례적인 일인 데다가, 드라마 자체가 워낙 인기를 끌고 있는 터라 사라 두테르테가 올린 합성 사진은 순식간에 17,000개가 넘는 '좋아요'를 받았다.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 드라마 <도깨비>만큼이나 사랑받고 있는 요즘 필리핀 사람들의 'CLOY fever'가 얼마나 오래 강력하게 계속될지 기대가 된다.

<현 대통령의 딸인 사라 두테르테가 SNS에 올린 합성 사진. - 출처 : 사라 두테르테의 인스타그램(@indaysaraduterte)>


<정치인까지 'CLOY fever'에 동참하고 있다. - 출처 : 조셉 빅토 에헤르시토의 트위터 (@jvejercito)>

<필리핀 드라마 팬이 페이스북에 드라마 촬영 장소를 방문했다는 글을 올려 수천 개의 댓글과 공유를 받았다. - 출처 : MEE의 페이스북(@MEEinKOREAnew))>

<드라마가 워낙 인기를 끌다 보니 필리핀 현지 신문에 드라마 주인공들의 열애설까지 꼼꼼하게 기사화되었다. - 출처 : 마닐라 불레틴(@manilabulleti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 대한 필리핀 팬들의 반응이 뜨겁다. - 출처 : 인콰이어리 페이스북(@Inquirer)(위), 코스모폴리탄 필리핀 페이스북(@Cosmopolitan.ph)(아래)>


통신원 정보

성명 : 앤 킴(Anne Kim)[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필리핀/마닐라 통신원]
약력 : 프리렌서 작가, 필리핀 정보제공 블로그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