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을 테마로 한 프리넙 비디오 영상 - 출처 : Keel Films 제공>
필리핀에서 결혼식을 올리려면 돈이 얼마나 필요할까? 결혼식 비용은 지역이나 결혼식 규모 등에 따라 그 비용이 천차만별이라 평균적인 비용을 따지기란 쉽지 않지만, 필리핀에서 민간 혼례식(civil ceremony)을 하려면 대략 30,000페소(한화 약 69만 원)가 필요하다고 알려져 있다. 민간 혼례식은 화려한 혼례식을 치르지 않고 시청에서 하는 혼인 서약을 하는 것으로 필리핀 사람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결혼 형태이다. 하지만 웨딩드레스를 입고 가톨릭 성당에서 결혼하는 것(Church Wedding)을 법원에서 결혼 서약만 하는 것보다 더 선호하는 편이다. 하지만 150명의 하객을 초대하여 교회에서 결혼식을 하려면 최소 100,000페소(한화 약 231만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 비용은 결혼예물이 혼수, 주택 마련 자금 등을 제외한 순수 결혼식 비용만을 계산한 것이지만, 필리핀 서민들에게는 꽤 부담이 되는 돈이다. 한국과 비교하면 대관료가 저렴한 편이지만, 필리핀 중앙은행(BSP)에서 2018년을 기준으로 한 연평균 가족 소득을 313,000페소(한화 약 723만 원)로 파악하고 있음을 떠올려보면 서민들에게 이 비용이 얼마나 큰 부담이 되는지 알 수 있다. 실제 비용에 대한 부담 때문에 결혼식을 올리거나 혼인 신고를 하지 않고 사실혼 관계로 사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최근 많은 사람이 결혼식을 생략하거나 연기하게 된 것을 비용의 문제라고 볼 수는 없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필리핀 정부에서 단체 모임을 금지하였기 때문이다. 레스토랑 내에서의 식사가 금지되고 직계가족 이외 다른 가정집 방문까지 금지되고 있어서 하객을 초대하여 결혼식을 올리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 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결혼식을 올리는 커플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1억 1,104만 명(추산치)의 인구를 가지고 있는 필리핀에서는 연간 43만 건의 결혼이 이루어지고 있다. 통계청(PSA)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2019년 결혼 등록 건수는 총 431,972건으로 2018년보다 17,197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다. 하루 평균 1,183쌍이 넘는 커플이 결혼을 하는 이런 상황에서 수천 명이 필리핀 사람들이 특별히 마크와 마리안 씨의 결혼 소식을 알게 된 것은 결혼 전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을 테마로 웨딩 영상을 찍어 SNS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K-드라마를 콘셉트로 한 영상은 《선스타 세부(SunStar Cebu)》 신문에 기사로 올라올 정도로 사람들에게 큰 화제가 되었다. 몇 년 전부터 필리핀 사람들에게 K-드라마를 테마로 한 웨딩촬영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필리핀에서도 한국처럼 스튜디오를 빌리거나 야외에 나가 스냅사진을 찍기도 하지만, 비디오 촬영도 선호한다. 결혼식을 올리기 전(prenuptial)에 비디오 영상을 찍는 것을 프리넙 비디오(prenup video)라고 하는데 프니넙 비디오 촬영도 대단히 인기이다. 웨딩 영상은 보통 신랑·신부의 추억이 깃든 장소나 공원 등에서 허니문 콘셉트로 많이 촬영되지만, 필리핀 내 한류 드라마가 유행함에 따라 드라마 속 장면을 따라 촬영하는 것이 유행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유행의 시작은 드라마 <도깨비(Goblin)>로 파악된다. 2017년 방영된 드라마 <도깨비>는 필리핀의 KFC에서 드라마를 패러디한 광고를 내고 드라마 주인공인 김고은과 닮은 ‘도깨비 신부’를 찾는 이벤트를 열었을 정도로 대단한 인기를 끌었는데, 당시 마닐라에 사는 한 커플이 거친 파도가 치는 해변을 배경으로 공유가 김고은에게 메밀꽃의 꽃말을 알려주는 장면과 비슷한 모습으로 웨딩사진을 촬영하여 페이스북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후 K-드라마를 테마로 한 웨딩 영상은 꾸준히 촬영되었다. 필리핀 K-드라마의 팬들은 보니파시오 지역의 버스와 한국 상점을 배경으로 응답하라 <1988(Reply 1988)>을 찍기도 하고, 군복을 입고 <태양의 후예 (Descendants of the Sun)>를 모티브로 한 영상을 찍기도 했다. 카비테의 Forest Barn에서 촬영된 <사이코지만 괜찮아(It's Okay to Not Be Okay)> 테마의 영상이나 바탕가스 지역에서 촬영된 <화유기(A Korean Odyssey)> 테마의 영상은 영상의 퀄리티도 높고 드라마 원작과의 유사성도 많아서 SNS에서 상당히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작년에는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Crash Landing on You)> 이 선풍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해당 드라마를 주제로 웨딩촬영을 하는 것이 유행했는데, 그중에서도 민다나오 지역의 커플이 찍은 영상은 여러 신문에 기사화될 정도로 큰 화제가 되었었다. 민다나오는 마닐라에서 거리가 멀고 치안이 불안정하여 필리핀 내에서 인기 여행지는 아니지만, 이 영상을 찍은 커플이 드라마 주인공처럼 필리핀의 남부와 북부 출신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영상 촬영의 배경이 된 사우스 코타바토, 제너럴 산토스 시티, 사랑가니 등의 장소까지 여행 장소로 주목을 받았다. 최근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을 테마로 프니넙 비디오를 촬영하여 화제가 된 웨딩촬영 영상 제작자인 Maki Keel 씨를 온라인으로 만나 비디오 촬영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1. 인터뷰 요청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필리핀 세부주(Province of Cebu)에 있는 보고 시티(Bogo City)에 사는 Maki Keel 입니다. 서른 살이고, 비디오 그래퍼이자 영상 제작자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2. K-드라마를 테마로 한 웨딩(Pre-Wedding) 영상 제작은 언제 시작하게 되었나요? 한지난 3월에 고객이 드라마 <더 킹 : 영원의 군주(The King: Eternal Monarch)>를 주제로 한 프리 웨딩(Pre-Wedding) 촬영을 요청했을 때 처음으로 K-드라마를 주제로 한 영상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푸른 바다의 전설(Legend of the Blue Sea)>과 <사랑비(Love Rain)>까지 지금까지 총 3편을 제작했습니다.
3. 영상 제작자로서 가장 좋아하는 에피소드는 무엇입니까?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상은 <사랑비(Love Rain)>를 테마로 한 영상입니다.
4. K-드라마 콘셉트 영상 촬영을 요청하는 고객은 주로 어떤 분인가요? 특별히 기억나는 고객이나 촬영 에피소드가 있나요?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셨던 고객님들이 요청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기억나는 고객은 없습니다. 제게는 모든 고객이 특별합니다.
5. 촬영의 테마로 삼을 드라마는 누가, 혹은 어떤 기준으로 결정되나요? 비디오 촬영을 요청하신 커플이 직접 테마를 결정하게 됩니다.
6. 촬영이나 편집에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요? 테마가 얼마나 복잡하냐에 따라 달라지지만, 일반적으로 사전 촬영에 하루 정도 걸립니다. 그리고 영상 편집에 보통 하루나 이틀 정도가 걸립니다.
7. 이런 영상을 제작하는 것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촬영에 있어서 가장 힘든 점은 주제로 삼은 드라마 속 배경과 비슷한 장소를 찾는 일입니다 * 푸른 바다의 전설 영상의 경우 필리핀 카모테스 섬(Camotes Islands)에서 촬영되었다. Maki Keel 씨가 거주하는 보고 시티에서 카모테스까지는 왕복 6시간 이상 걸리는 먼 거리이다.
8. 영상 제작자가 아닌 개인적으로 혹 좋아하는 한류 스타가 있으신가요? 한국 드라마에 열광하는 편이 아니라서 특별히 좋아하는 한류 스타는 없지만, 드라마 <꽃보다 남자(Boys Over Flowers)>에 나왔던 이민호를 기억합니다.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을 테마로 한 웨딩촬영 사진 - 출처 : Keel Films 제공>
<드라마 '사랑비'을 테마로 한 웨딩촬영 사진 - 출처 : Keel Films 제공>
<드라마 '더 킹 : 영원의 군주'을 테마로 한 웨딩촬영 사진 - 출처 : Keel Films 제공>
<드라마 '도깨비'을 테마로 한 웨딩 사진은 2017년 당시 엄청난 화제가 되었다. - 출처 : Krizka Del Rosario 페이스북(@krizkadanielle)>
<유튜브에서 볼 수 있는 필리핀 사람들의 웨딩 동영상. Prenup videos K-DRAMA로 검색하면 상당히 많은 영상을 볼 수 있다. - 출처 : 유튜브 갈무리>
성명 : 앤 킴(Anne Kim)[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필리핀/마닐라 통신원] 약력 : 프리렌서 작가, 필리핀 정보제공 블로그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