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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정책/이슈] 2023 말레이시아 예산안에 드러난 창조산업 육성 의지

2023-03-23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2023년 2월 4일 말레이시아 정부는 3,881억 링깃(약 113조 1,971억 원) 규모의 2023년도 수정 예산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창조산업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며 2023 예산을 할당해 관련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대표적으로는 OTT 특화 콘텐츠 개발을 위해 1억 200만 링깃(약 298억 5,000만 원)을 디지털 콘텐츠 펀드(Digital Contents Fund)에 할당했다. 디지털 콘텐츠 펀드는 말레이시아 영화진흥위원회(Finas), 말레이시아디지털경제협력(MDEC), 마이크리에이티브벤쳐스(My Creative Ventures) 등 3개 기관을 주축으로 운영한다. 창조산업 관계자들은 정부의 진폭적인 지원으로 콘텐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업계 관계자들은 한국이 정부의 지원으로 문화 강국으로 도약한 사례를 들며 말레이시아도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창조산업의 경제 기여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지난 4일 라인 레이플(Iain Raphael) 말레이시아 감독은 현지 매체 《Sarawak Tribune》과의 인터뷰에서 "인도네시아, 한국, 대만 등은 국가의 지원으로 문화 강국이 될 수 있었다."며 "올해 말레이시아 정부는 2023 예산안에서 디지털 콘텐츠와 창조산업의 육성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였다. 이로 인해 창조산업 관계자들에게 새로운 시장의 기회가 열렸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 커뮤니케이션멀티미디어부 파흐미 파드질 장관은 지난 3일 "올해 디지털 콘텐츠 기금에 편성된 예산으로 국내 OTT 콘텐츠의 해외 시장 진출을 적극 지원할 것이다."라며 "말레이시아 콘텐츠 시장의 진출을 다각화하겠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 창조산업 관계자들은 디지털 콘텐츠 펀드가 산업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출처: 'Sarawak Tribune'

<말레이시아 창조산업 관계자들은 디지털 콘텐츠 펀드가 산업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출처: 'Sarawak Tribune'>

이 밖에 정부는 올해 예산안에서 영화진흥위원회(FINAS) 산하 영화 기관을 대상으로 세제 감면 혜택을 제공한다. 또한 스튜디오와 촬영 장비에 대한 수입 및 판매세를 올해부터 2025년까지 3년간 면제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의 세금 감면 및 면제 혜택이 해외 콘텐츠 제작 업체들을 유치하고 국내 상업영화 제작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예산안은 미래 관객을 개발하기 위한 정책도 포함한다. 정부는 개인이 공동체 단위에서 문화와 지속적으로 관계 맺는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금 2,500만 링깃(약 73억 2,000만 원)을 할당했고 교내에서 예술 및 문화와 관련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2,000만 링깃(약 58억 5,000만 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했다. 이에 따라 시민들과 학생들은 말레이시아 어디에서든 능동적으로 문화를 향유할 수 있게 됐다. 이외에는 쿠알라룸푸르에 3,000만 링깃(약 87억 8,000만 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도시인 페낭과 믈라카에 5,000만 링깃(약 146억 3,000만 원)을 편성해 역사와 문화가 있는 도시 이미지 구축을 가속화할 계획을 밝혔다. 이에 영화업계는 예산을 활용해 관광 기틀을 마련하고 도시를 글로벌 OTT 영화, 드라마 촬영지로 전환해 영화 콘텐츠 제작의 중심지로 부상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안와르 이브라힘 총리의 국가 핵심가치 'MADANI' - 출처: 'Daily Express'

<안와르 이브라힘 총리의 국가 핵심가치 'MADANI' - 출처: 'Daily Express'>

이번 예산안에는 2022년 11월 24일 10대 총리에 오른 안와르 이브라힘이 내세운 핵심가치 'MADANI'가 반영됐다. 'MADANI'는 2023년 1월 19일 안와르 이브라힘 총리가 발표한 국가 핵심가치로 지속가능성(keMampanan), 번영(kesejAhteraan), 혁신(Dayacipta), 존중(hormAt), 신뢰(keyakiNan), 사회보장(Ihsan)을 의미하는 말레이어 두문자어이며 아랍어로 문명화를 의미한다. 이브라힘 총리는 "국교가 이슬람이자 말레이계가 다수 민족을 구성하는 말레이시아의 국가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경제 성장과 국가 발전을 이룩하기 위한 목표"라고 밝혔다. 특히 'MADANI' 가운데 신뢰와 사회보장을 위해 창조산업에 지원금을 할당하고 경제 기여도를 높이려는 의지를 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창조산업 예산안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 출처: 'Free Malaysia Today'

<일각에서는 창조산업 예산안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 출처: 'Free Malaysia Today'>

그러나 여전히 다른 산업에 비해 창조산업의 지원이 적다는 지적도 있다. 말레이시아 민주행동당(DAP) 셰리나 압둘 라시드 의원은 지난 2일 "관광산업 활성화에 따라 예술 및 문화산업으로의 파급 효과가 높아졌으나 여전히 창조산업을 위한 예산 규모는 작다."고 말했다. 예컨대 올해 예산안은 관광산업에만 2억 5,000만 링깃(약 731억 8,000만 원)을 투입한 반면 창조산업은 디지털 콘텐츠 펀드에 1억 200만 링깃(약 298억 5,000만 원), 공동체 단위의 문화 활동 지원에 2,500만 링깃(약 73억 2,000만 원), 교내 문화예술 프로그램에 2,000만 링깃(약 58억 5,000만 원)을 할당했다. 셰리나 의원은 "지역사회 통합을 강화하고자 공동체와 교내 문화 활동을 지원하지만 구체적인 계획이 미비하고 집행 효과도 낮을 것으로 보인다."며 "보다 적극적으로 창조산업을 육성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올해 예산안에 비판적인 관점도 있지만 창조산업 육성에 적극 나선다는 점에서 한국 기업들에게 새로운 시장의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20년대 한국 문화산업 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드러내면서 현지에서는 한국을 참고해 창조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10년대만 하더라도 한국 콘텐츠의 일방적인 유통, 한류의 이슬람 가치 훼손 등 부정적 논조의 기사가 많았으나 2020년대에는 대중문화로 대표되는 한류의 경제적 효과에 초점을 맞춰 창조산업에 집중 투자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이에 말레이시아 정부는 창조산업 육성 의지를 보이며 한국과의 협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의 조세 지원과 행정적 지원을 활용해 협력 기회를 잡는다면 국내 창조산업도 말레이시아에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Sarawak Tribune》 (2023. 3. 4). Film makers laud Digital Content Fund grant, https://www.newsarawaktribune.com.my/film-makers-laud-digital-content-fund-grant/
- 《Daily Express》 (2023. 2. 3). Malaysia Madani logo launched, https://www.dailyexpress.com.my/news/206871/malaysia-madani-logo-launched/
- 《Free Malaysia Today》 (2023. 3. 2). Develop creative industry policy to drive tourism, govt told, https://www.freemalaysiatoday.com/category/nation/2023/03/02/develop-creative-industry-policy-to-drive-tourism-govt-told/
 

통신원 정보

성명 : 홍성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말레이시아/쿠알라룸푸르 통신원]
약력 : 현) Universiti Sains Malaysia 박사과정(Strategic Human Resource Manag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