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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정책/이슈] 자국 콘텐츠산업 살리려 스크린쿼터제 부활, 다음 목표는 스트리밍 규제?

2024-02-14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2024년 초 개봉한 수자나 가르시아(Susana Garcia) 감독의 신작 코미디 영화 <여동생과 나(Minha Irmãe Eu)>가 새해 첫 150만 관객을 돌파했다. 단비 같은 국산 영화 흥행 소식은 때마침 지난 15일 스크린쿼터제 법안의 대통령 최종 승인과 아울러 경직돼 있던 브라질 극장가에 긍정적인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스크린쿼터제가 가져올 새 바람의 신호일까 현지 문화계는 한껏 기대감에 부푼 모습이다.

브라질 국립영화진흥원(Agência Nacional do Cinema, ANCINE) 자료에 따르면 영화 관람객수는 2020년 가파르게 떨어졌다가 점진적으로 다시 증가해 2023년 1,140만 명(2019년 대비 약 66%)까지 회복했다. 문제는 브라질 영화와 해외 영화의 격차가 크게 벌어진 것이다. 2021년 9월 기존 쿼터제가 만기된 후 브라질 영화는 놀라운 속도로 밀려났다. 2019년 230만 명의 관객이 브라질 영화를 찾았던 데 비해 2022년과 2023년에는 연 40만 명으로 그쳤으며 수익도 10배 이상 떨어졌다. 자국 영화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문화계는 지난 몇 년간 줄곧 스크린쿼터제 부활을 입 모아 주장해왔다.

브라질은 자국 영상산업 촉진을 위해 지속적으로 임시 쿼터제를 실행해 왔다. 이번에 룰라 대통령에 의해 재개된 국내 제작 비율 규제는 2033년 말까지 실행될 예정이다. 쿼터제가 없는 동안 비수기 시간대로 밀려난 브라질 영화를 살리기 위해 보수적이고 전형적인 해결책을 내세운 것이다. 브라질 국립영화진흥원의 감독 하에 이를 어길 시 벌금이 부과된다.

2023년 9월 만료된 유료채널 방송 쿼터제 역시 2038년까지 보장했다. 브라질 문화의 다양성과 독창성을 증진하고, 불법 복제와 저작권 보호, 무단 소비를 방지하기 위해 국내 채널과 외국 채널 모두에 적용한다. 브라질 방송사는 브라질 제작물을 하루 12시간 이상 방영해야 하며, 외국 채널의 경우에도 18시 이후 황금시간대에 일정 시간 이상 브라질 제작물을 방영해야 한다. 채널 수익을 우려하는 일부 사업자들의 반발에도 정부는 브라질 제작 콘텐츠의 증가와 관련 산업 발전의 손을 들어주었다.

< 회복세로 돌아선 총관객수(좌측)와 다르게 브라질 영화 관객수(우측)는 침체를 벗어나지 못했다 - 출처: 브라질 국립영화진흥원 >

문화계 재건과 발전은 일찍이 룰라 대통령이 내세운 공약이었다. 전 정권에서 축소됐던 문화부처를 되살리고 투자와 규제를 통해 적극적인 자국 문화 살리기에 중점을 두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스크린쿼터제 부활은 기조의 일환으로 이미 2023년부터 확정돼 있었다. 정부 웹사이트의 2023년 8월 문화면 사설에는 "자체 제작을 하지 못하는 나라는 문화적 정체성을 위협받고 일자리와 소득 창출에도 영향을 미친다.", "(브라질은) 우리의 이야기를 알고, 국가적 상징을 만들어내 대표성과 다양성을 가질 권리가 있다."며 영화산업의 중요성을 강력히 지지한 바 있다.

마가레치메네지스 문화부 장관은 스크린쿼터제 부활에 대해 "매우 중요하고 뜻깊은 순간"이라며 자축했다. 특히 국민들이 자국 영화를 가까이할 수 있도록 필수 기준을 지정하고 상영권을 보장하는 스크린쿼터제의 필요성을 다시금 강조했다. 《Folha(폴랴)》의 영화 제작자 및 배우 인터뷰에 따르면 스크린쿼터제는 해외 블록버스터 독점을 피해 균형 배분된 상영으로 관객의 선택지를 높여주고, 자국 산업을 굳건히 해 고유한 문화 정체성을 반영할 뿐만 아니라 전문가 양성에도 도움이 된다. 특히 자국 영화가 설자리가 점점 줄어드는 원인으로 해외 영화에 익숙해져 외국 서사에 취향이 길들여진 브라질 관객의 감수성과 상상력을 꼽았다.

브라질 최대 미디어 기업 글로보(Globo)의 자회사 글로보 필름(Globo Filmes)은 2023년도 매출은 전년대비 10% 증가했으며 2024년에는 약 30여 편에 이르는 역대 최다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극장 뉴스는 새롭게 개봉하는 브라질 영화 소식들로 빼곡하다. 스크린쿼터제라는 새해 순풍을 맞고 다음 흥행 영화가 되겠다는 포부가 전반에 깔려 있다. 또한 브라질 문화부와 국립영화진흥원은 장편 작품에 대한 투자와 해외 공동 제작 프로젝트 공모 소식을 발표했다. 상업영화,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와 같은 상업성 있는 장편 작품으로 극장 활성화 및 자국 영화 수익 창출을 도모하고, 해외 공동 제작으로 현 문화계가 표방하는 문화 다양성을 장려해 자국 영화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총 예산은 3억 2,000만 BRL(약 870억 원)이다.

물론 모두가 만족하는 것은 아니다. 2023년 스크린쿼터제가 의회 안건에 오르자 영화 배급사들은 영화관 수익 감소와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며 불만을 표출했다. 이외에도 스크린쿼터제의 실질적 효과, 자국 영화의 더 많은 노출이 정말 극장의 활성화를 이끌고 티켓 수익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가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사람도 없지 않다. 그러나 현 문화계 전체가 입 모아 만세를 부르는 들뜬 분위기에 당장 재 뿌릴 일은 없어 보인다.

룰라 정부는 다음 단계로 브라질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스트리밍 플랫폼에 대한 규제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각 플랫폼에 요구할 브라질 제작물 할당량, 자국 영화산업의 발전을 위해 부과할 기여금에 대해 논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프랑스, 이탈리아 등 소수의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는 정책인 만큼 난항과 시행착오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몇 년간 리우와 상파울루에서 열렸던 한국 영화 행사를 찾을 때마다 관계자 스피치에서 빠지지 않고 강조된 것은 한류의 성공을 있게 한 정부 차원의 투자와 자국 문화 보호 정책의 필요성이었다. 한류의 성공 줄거리는 브라질 영화계가 현재 상황을 돌아보게 하는 거울이자 표본 예시였다. 영화제는 작품 소개와 감상이라는 명목도 있지만, 실은 자국의 영상산업 발전에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과 지원을 외치는 각각의 시위였다. 정부의 손을 잡고 돌아온 스크린쿼터제가 앞으로 브라질 영화계에 어떤 효과를 가져올지 지켜볼 일이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G1》 (2024. 1. 15). Lula sanciona leis que retomam cotas para produções nacionais no cinema e TV paga, diz Planalto, https://g1.globo.com/politica/noticia/2024/01/15/lula-sanciona-leis-que-retomam-cotas-para-producoes-nacionais-no-cinema-e-tv-paga-diz-planalto.ghtml
- 브라질 국립영화진흥원 홈페이지, https://www.gov.br/ancine/pt-br/oca/Paineis%20Interativos/painel-indicadores
- 브라질 문화부 (2023. 8. 21). As cotas de tela, positivas para o cinema brasileiro, precisam ser retomadas, https://www.gov.br/cultura/pt-br/assuntos/noticias/as-cotas-de-tela-positivas-para-o-cinema-brasileiro-precisam-ser-retomadas
- 《TELAVIVA》 (2023. 10. 3). Globo Filmes anuncia 30 estreias para 2024 e mais de 30 projetos em desenvolvimento, https://telaviva.com.br/03/10/2023/globo-filmes-anuncia-30-estreias-para-2024-e-mais-de-30-projetos-em-desenvolvimento/
- 《Folha》 (2024. 1. 15). Lula sanciona cota de tela para filmes brasileiros nos cinemas até 2033, https://www1.folha.uol.com.br/ilustrada/2024/01/lula-sanciona-cota-de-tela-para-filmes-brasileiros-nos-cinemas-ate-2033.shtml
- 《Cartacapital》 (2024. 1. 2). Filmes brasileiros perderam público e renda entre 2022 e 2023, registra Ancine, https://www.cartacapital.com.br/cultura/filmes-brasileiros-perderam-publico-e-renda-entre-2022-e-2023-registra-ancine/

통신원 정보

성명 : 서효정[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브라질/리우데자네이루 통신원]
약력 : 전) 서울여자대학교 의류학과 졸업  현) 리우데자네이루 YÁZIGI TIJUCA 한국어 강사 재직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