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공개된 <오징어 게임> 시즌 3이 말레이시아에서 변함없는 인기를 과시하고 있다. 6월 27일 공개 이후 7월 11일까지 약 2주간 말레이시아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부문 1위를 유지했으며, 7월 16일 기준으로도 여전히 2위를 기록 중이다. 이번 시즌에서는 단순한 예고편 공개를 넘어 말레이시아 문화를 접목한 다양한 홍보 콘텐츠가 현지 팬들의 눈길을 끌었다. 대표적인 예로 7월 11일 넷플릭스 말레이시아가 공식 소셜미디어에 공개한 영상에서는 주요 출연진들이 말레이시아 음식을 직접 맛보는 장면이 소개됐다. 영상에는 강애심(장금자 역), 박성훈(조현주 역), 임시완(이명기 역), 조유리(김준희 역) 등 출연 배우들이 등장해 '극중 결승 만찬에 어울릴 음식'을 주제로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11개국의 대표 음식을 시식했다. 말레이시아 음식으로는 1978년 출시된 치즈 맛 과자이며 현지 국민 과자로 불리는 '슈퍼링(Super Ring)', 남인도 전통 간식으로 말레이시아 인도계 사회에서 대중적인 '무루꾸(Muruku)', 생선과 채소, 허브에 아쌈(타마린드)을 더한 새콤한 국물 요리 '아쌈 락사(Asam Laksa)'가 제공됐다. 배우들은 "국물이 깊고 맛있다.", "전체적으로 말레이시아 음식이 가장 입맛에 맞았다."는 호평을 남기며 현지 팬들과의 문화적 공감대를 넓혔다.
< (좌)주연배우가 맛본 말레이시아 음식, (우)말레이시아 음식을 호평한 배우 박성훈 - 출처: 넷플릭스 말레이시아 틱톡 계정(@netflixmy) >
지난 27일 쿠알라룸푸르 대형 쇼핑몰 라라포트 부킷 빈땅 시티센터(LaLaport Bukit Bintang City Centre)에서 열린 <오징어 게임> 시즌 3 공개 행사에서도 말레이시아 문화를 살펴볼 수 있었다. 행사장에는 야외 줄넘기 무대와 거대 달고나 체험장이 설치됐으며 분홍색과 검은색 의상을 입은 진행요원들로 몰입감을 높였다. 이 행사에서 주목할 점은 단순히 드라마 속 게임을 재현하는 것을 넘어 말레이시아 전통문화를 접목한 행사 기획이었다. 예를 들어 말레이시아 전통 연 '와우(Wau)' 문양이 새겨진 거대 달고나 모형이 설치됐다. '와우'는 과거 말레이시아 농민들이 수확 후 여가 활동으로 즐기던 전통 연날리기로 1989년부터 2011년까지 발행된 50센 동전 뒷면에도 등장할 정도로 말레이시아의 상징적인 전통문화 중 하나다. 현지 팬들도 "달고나에 와우가 그려져 있다.(@smashpop)"며 흥미로운 반응을 보였다.
< '와우'가 그려진 거대 달고나 모형 - 출처: 인스타그램 계정(@smashpop) >
또한 넷플릭스 말레이시아는 오징어 게임의 세계관에 말레이시아 문화를 녹여낸 '말레이시아판 오징어 게임' 프로모션 영상도 별도로 제작해 주목을 받았다. 영상 속 말레이시아 참가자들에게는 말레이시아 대표 음식인 '나시 르막(Nasi Lemak)'이 제공됐으며 달고나 게임에는 두리안 모양이 등장했다. 뾰족뾰족한 외형 때문에 실제 우산 달고나만큼이나 성공이 어려워 보이면서도 말레이시아를 상징하는 과일이 등장해 웃음과 창의성에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었다. 또한 '총칵(Congkak)', '랏 탈리 랏 탐쁠롬(Lat Tali Lat Tamplom)' 등 말레이시아 고유의 놀이문화도 등장해 말레이시아 전통과 K-콘텐츠의 색다른 융합을 선보였다. 말레이시아 소셜미디어 이용자 사이에서는 "진짜 웃기다.(@zyensempic)", "우리 음악과 우리 놀이로 말레이시아 오징어 게임을 만들자.(@pesantren20)" 등 유쾌하고 열광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 왼쪽부터 '나시 르막', 두리안 모양의 달고나, '총칵', '랏 탈리 랏 탐쁠롬' - 출처: 넷플릭스 말레이시아 틱톡 계정(@netflixmy) >
말레이시아 문화를 접목한 <오징어 게임>의 이번 프로모션을 보면서 한국 콘텐츠가 세계적인 문화현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실감했다. 그동안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들은 상품을 판매할 때 세계 각지의 문화와 결합한 로컬라이제이션(localization)을 주도해 왔다. 예를 들어 아디다스는 기존 제품군을 넘어 말레이시아 전통놀이인 '가싱(Gasing)'과 '총칵(Congkak)' 리미티드 에디션 티셔츠를 선보였고, 스타벅스나 맥도날드와 같은 글로벌 브랜드들도 '판단', '망고스틴' 등 현지 식재료를 활용한 제품을 출시해 왔다.
< 말레이시아 전통놀이를 결합한 아디다스의 로컬라이제이션 상품 - 출처: 통신원 촬영 >
한류 콘텐츠가 과거 다국적 기업의 로컬라이제이션 방식과 유사한 전략으로 현지 문화를 적극 수용하고 반영하며 새롭게 진화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는 곧 한류가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글로벌 브랜드와 나란히 설 수 있는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그만큼의 전략적 노력과 문화적 감수성을 기반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플릭스패트롤(Flixpatrol), https://flixpatrol.com/top10/streaming/malaysia/ - 넷플릭스 말레이시아 틱톡 계정(@netflixmy), https://www.tiktok.com/@netflixmy - 인스타그램 계정(@smashpop), https://www.instagram.com/smashpop/ - 틱톡 계정(@zyensempic), https://www.tiktok.com/@zyensempic - 틱톡 계정(@pesantren20), https://www.tiktok.com/@pesantren20
성명 : 홍성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말레이시아/쿠알라룸푸르 통신원] 약력 : USM(Universiti Sains Malaysia) 전략적 인적자원관리(SHRM)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