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부터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을 찾는 한국 순례자들은 익숙한 목소리와 함께 성당 곳곳을 돌아볼 수 있게 됐다. 배우 차승원이 재능기부로 참여해 녹음한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가 8월 1일부터 정식 서비스되기 때문이다. 한국과 바티칸을 잇는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안내를 넘어 신앙과 문화, 예술이 만나는 새로운 형태의 교류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 지난 7월 29일 바티칸에서 열린 새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 전달식 - 출처: 천주교 서울대교구 >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지난 7월 29일(현지 시각) 교황청에서 열린 전달식을 통해 새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를 공식적으로 교황청에 전달했다. 위 사진 좌측부터 로마한인신학원장 정연정 몬시뇰, 주교황청한국대사관 이정우 대사대리, 마우로 감베티 추기경, 서울대교구 이경상 주교, 최광희 주교, 홍보위원회 이재협 신부다. 이번 사업은 주교황청 한국대사관과 서울대교구의 협력으로 추진됐으며 배우 차승원이 약 1시간 27분 분량의 설명을 직접 녹음했다. 차승원은 잘 알려진 천주교 신자로 세례명은 '요한'이다. 기존에도 성 베드로 대성전에는 한국어 안내가 제공됐지만 내부 구조와 전시 콘텐츠가 일부 개편되면서 설명과 실제 동선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교황청은 보다 정확하고 깊이 있는 정보를 담기 위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개정 작업을 시작했고 올해 4월부터 6월까지 새롭게 녹음을 진행해 최신 정보로 업데이트했다. 감베티 추기경은 "이번 오디오 가이드를 통해 한국인 신자들과 순례자들이 성 베드로 대성전을 더욱 풍부하게 체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경상 주교 역시 "서울대교구가 이번 사업에 협력하게 돼 기쁘며 많은 한국 순례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교황청 주한국대사관의 이정우 대사대리는 "차승원 배우가 기꺼이 재능기부로 참여해 주셔서 감사하다. 또한 이번 프로젝트를 주선 및 조율한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에게도 깊이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이번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는 총 1시간 27분 분량으로 구성돼 있으며 성 베드로 대성전의 역사적 배경과 주요 예술 작품, 성인들의 흔적과 신앙의 상징 등을 차분하고 명료하게 설명한다. 배우 차승원의 특유의 중저음 목소리가 더해져 청취자들은 마치 성당 안에서 직접 안내를 받는 듯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다. 배우 차승원의 참여는 단순한 안내 음성을 넘어 특별한 상징성을 가진다. 그는 오랜 연기 활동으로 대중에게 친숙할 뿐만 아니라 신앙인으로서의 면모도 잘 알려져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배우 개인의 이미지와 성 베드로 대성전이라는 신앙의 중심지가 만난 드문 사례다. 특히 바티칸을 찾는 외국인들이 한국 배우의 목소리를 통해 성 베드로 대성전을 경험한다는 점에서 한류의 영향력과 한국문화의 위상도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한국 순례자들에게는 실질적인 편의가 제공된다. 대성전의 방대한 역사와 작품을 한국어로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은 단순한 안내를 넘어 신앙 체험의 깊이를 더한다. 또한 이번 사업은 문화·종교 교류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오디오 가이드를 매개로 신앙적 유산과 한국 대중문화가 조화롭게 만나는 장면이 연출된 셈이다. 성 베드로 대성전은 전 세계 가톨릭 신자와 관광객이 찾는 가장 중요한 성지 중 하나다. 연간 수백만 명의 방문객이 몰려드는 이곳에서 한국어 안내가 새롭게 제공된다는 것은 한국 순례자들이 보다 편안하고 풍부하게 성지를 경험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동시에 세계 어디서든 한국어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이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차승원의 재능기부는 한국 사회에서도 따뜻한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단순히 '유명 배우의 참여'에 그치지 않고 한국 신자와 순례자들을 위한 헌신적 나눔의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 프로젝트가 한국과 바티칸의 협력 속에서 실현됐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서울대교구와 주교황청 한국대사관의 긴밀한 협력이 없었다면 이번 오디오 가이드 출시는 더 늦어졌을지도 모른다. 이제 바티칸에서 울려 퍼지는 차승원의 목소리는 한국 순례자들에게 길잡이가 되고, 한류의 또 다른 얼굴로 세계에 소개될 것이다. 신앙과 예술, 그리고 문화적 자긍심이 어우러진 이번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가 바티칸을 찾는 모든 이에게 새로운 감동을 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출처 - 천주교 서울대교구
성명 : 백현주[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이탈리아/피사 통신원] 약력 : 이탈리아 씨어터 노 씨어터(Theatre No Theatre) 창립 멤버, 단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