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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적 한파 녹이는 달콤한 위로, 헝가리 '파르샹'과 겨울 미식

2026-02-11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올해 헝가리 겨울은 유독 혹독하다. 기록적 폭설과 영하권을 맴도는 한파가 연일 이어지며 부다페스트 거리는 온통 은빛 설국으로 변했다. 현지 매체들은 한파 사고 소식과 지자체별 방지 대책을 보도하느라 분주하고, 시민들 역시 쉼 없이 눈을 치우며 긴 겨울을 버텨내고 있다. 이런 고단함 때문인지 1월 말 시작된 축제 시즌 '파르샹(Farsang)'은 올해 유독 따스한 위안처럼 다가온다. 매서운 눈보라를 뚫고 도심 곳곳에서 피어오르는 달콤한 도넛 향기가 얼어붙은 겨울 공기를 정겹게 녹여주는 듯하다.

파르샹 : ‘사육제’의 시작과 봄을 부르는 도넛 '폰크'
우리말로 ‘카니발’ 혹은 ‘사육제(謝肉祭)’를 의미하는 '파르샹'은 독일어 ‘파싱(Fasching)’에서 유래했다. 매년 1월 6일 주현절부터 ‘재의 수요일(2026년은 2월 18일)’까지 이어지는 이 기간은, 가톨릭 전통과 헝가리 민속 신앙이 결합해 긴 겨울 끝자락 악령을 쫓고 풍요를 기원하는 장이다. 이 시기 헝가리인 식탁에 빠지지 않는 음식이 전통 도넛 '폰크(Fánk)'다. 독일어 ‘판쿠헨(Pfannkuchen)’에서 이름이 유래한 이 도넛은 헝가리어로 ‘튀긴 빵’을 뜻하며 우리네 찹쌀 도넛과 비슷하다
파르샹’ 기간 즐겨 먹는 헝가리 전통 도넛 '폰크

< ‘파르샹’ 기간 즐겨 먹는 헝가리 전통 도넛 '폰크' - 출처: 부다페스트 바이 로컬스(Budapest by Locals) >

과거 냉장 시설이 없고 식량이 귀하던 시절, 기름에 튀긴 폰크는 헝가리인들이 혹독한 겨울 추위를 견디게 해준 든든한 양식이었다. 요즘에는 살구 잼이나 누텔라를 듬뿍 채운 달콤한 간식으로 겨울 우울감을 털어내는 축제 음식으로 사랑받는다. 동그랗고 황금빛인 폰크 모양은 태양을 상징하며, 이를 나누어 먹는 행위는 다가올 봄의 따스함을 미리 체득한다는 주술적 의미도 담고 있다. 이는 한국 동짓날 팥죽을 나누며 액운을 쫓는 풍습과 일맥상통하는 지점이다. 

만갈리차와 실내 축제 : 추위 이기는 헝가리식 ‘휘게’
달콤한 도넛 폰크로 입맛을 돋운 '파르샹' 축제 열기는 2월로 접어들며 짭짤한 만갈리차 소시지와 시원한 맥주 한 잔으로 이어진다. 2월 초 부다페스트에서 열릴 예정인 '만갈리차 페스티벌(Mangalica Fesztivál)'은 이 시기 미식가들이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행사다. ‘돼지 탈을 쓴 양’이라 불리는 헝가리 국보급 토종 돼지 '만갈리차'는 일반 돼지보다 불포화 지방산이 풍부해 ‘걸어 다니는 올리브유’라는 별칭을 얻을 만큼 고급스러운 풍미를 자랑한다.
양처럼 보슬보슬한 털이 특징인 헝가리 토종 품종 '만갈리차

< 양처럼 보슬보슬한 털이 특징인 헝가리 토종 품종 '만갈리차' - 출처: 마자르 투더트(Magyar Tudat) >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만갈리차 소시지에 진한 수제 맥주 한 잔을 곁들이다 보면, 매서운 창밖 눈보라는 어느새 남의 일처럼 멀어진다. 특히 올해는 기록적 한파를 고려해 대형 텐트와 실내 공간을 활용한 '실내 맥주 페스티벌'이 연계 운영될 계획이라 시민들에게 더욱 안락한 휴식처가 될 전망이다. 흔히 덴마크 사람들이 즐기는 ‘휘게(Hygge)’가 따뜻한 차 한 잔과 달콤한 빵이 주는 소박한 안락함을 뜻한다면, 헝가리판 휘게는 한결 역동적이고 풍성하다. 화려한 코스튬을 입고 전통 민속 무용 '탄츠하즈(táncház)' 선율에 몸을 맡기며, 짭조름한 만갈리차 소시지를 안주 삼아 시원한 헝가리 생맥주를 들이켜는 것. 이것이야말로 헝가리 사람들이 기나긴 겨울 추위를 유쾌하게 잠재우며 일상을 축제로 바꾸는 그들 만의 특별한 비결이다.

로컬 식재료 기반 축제 모델... 한국 지자체에 주는 시사점
헝가리 겨울 미식 축제들이 보여주는 가장 큰 특징은 ‘지역 특산물 브랜드화’와 ‘시의적절한 축제 기획’이다. 만갈리차라는 특정 식재료를 단순 먹거리에서 국가적 문화 자산으로 격상시킨 과정은, 한국 횡성 한우나 보성 녹차 등 지역 거점 식재료를 활용한 축제 브랜딩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겨울철 비수기를 미식이라는 테마로 정면 돌파하는 방식은 주목할 만하다. 한국 역시 겨울철 붕어빵, 호떡 등 계절성이 뚜렷한 미식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단순 길거리 음식을 넘어, 헝가리 '파르샹'처럼 역사적 맥락과 결합한 정기적 문화 행사로 발전시킨다면 지역 경제 활성화와 관광객 유치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헝가리 사례처럼 실내 공간을 적극 활용해 기후 변화에 구애받지 않는 미식 경험을 제공하는 전략 또한 국내 겨울 축제 기획 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요소다. 

헝가리 '파르샹' 시즌 미식 트렌드는 오래된 민속 의례를 현대인 일상 속에 생동감 있게 이식한 결과물이다. 태양을 닮은 도넛 하나에 봄기운을 담고, 멸종 위기 토종 품종을 축제 주인공으로 세워 그 가치를 보존하는 헝가리인들 태도는 인상적이다. 한겨울을 관통하는 만갈리차 고소한 향기와 달콤한 폰크 풍미는, 기록적인 눈보라 속에서도 헝가리 겨울이 여전히 따뜻하게 느껴지는 이유일 것이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부다페스트 바이 로컬스(Budapest by Locals), 
https://www.budapestbylocals.com/carnival-season-in-budapest/
- ≪마자르 투더트(Magyar Tudat)≫ Bemutatjuk a magyar mangalicát, 
https://magyartudat.com/bemutatjuk-a-magyar-mangalicat/
- ≪헝가리 언락드(Hungary Unlocked)≫ (2026. 01. 28). 
Best Things to Do in Budapest in February 2026 (Complete Events Guide), 
https://hungaryunlocked.com/budapest-february-2026-events-gui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