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젊은 세대를 대변하고 있는 한국 캐릭터, '잔망루피(ZANMANG LOOPY)'

한국의 MZ세대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캐릭터 잔망루피(ZANMANG LOOPY)가 카카오톡 이모티콘 시장을 점령하나 싶더니, 중국에서는 위챗 이모티콘으로도 인기다. 뜨거운 인기에 힘입어 2023년 12월 8일부터 2024년 1월 21일까지 중국 상하이의 징안 조이시티(静安 大悦城) 백화점 광장에서 잔망루피의 첫 번째 중국 공식 팝업스토어가 열렸다. 사실 팝업스토어까지 가지 않아도 백화점에서 잔망루피를 찾는 것이 식은 죽 먹기가 됐다. 중국 젊은 세대는 위챗 등 SNS로 잔망루피를 주고받으며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 한국, 중국 할 것 없이 주인공 뽀로로가 아닌 잔망루피에 열광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과연 다를까?

현지 언론은 "'루피(loppy, 露比)'라는 이름은 생소할지 몰라도, 중국에서 학교에 다니거나 직장을 다니는 젊은 세대라면 아마도 위챗 채팅창에서 그 모습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천진난만한 걸음걸이와 귀여운 외모를 가졌지만, 적나라한 표정으로 반전 매력을 선사하는 루피는 많은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수많은 젊은이에게 대신 말해주는 '입 대역'이 됐다."고 보도했다. 입 밖으로 차마 꺼낼 수 없는 마음의 소리와 그 심리를 루피 이모티콘이 대변한다는 것이다. 주인공 뽀로로가 아닌 투덜이 루피가 각광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실 뽀로로는 중국 성인들도 어디선가 한 번쯤은 본 적 있는 익숙한 캐릭터일 것이다. 중국 기성품이나 아동 장난감뿐만 아니라 아동 간식이나 과자에 뽀로로가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젊은 소비자들이 루피를 처음 접했을 때 반응은 "얘가 뽀로로 친구 중 하나라고?"였다. 루피가 큰 사랑을 받기 시작한 요인은 IP 마케팅에 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1.    적재적소에 빠르게 침투한 마케팅

2022년 4월 잔망루피라는 이름으로 루피는 정식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일 년 만에 구독자가 100만 명을 돌파했다. 젊은 소비자가 좋아할 만한 브이로그(Vlog)와 아이돌 생방송에 등장하기도 하면서 팬들과의 소통을 강화했다. 그 후 루피는 2023년 5월 중국판 인스타그램 샤오홍슈(小红书) 공식 계정을 만들어 현재 40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2. MZ세대의 젊은 심리를 간파한 서사

"누구나 루피가 될 수 있다." MZ세대가 한 말이다. 공식 계정에서 보이는 루피는 출근 전에는 힘들어하고, 밥 먹을 때에는 행복해하며, 퇴근 후에는 춤을 추는 청년들의 인생과 닮아있다. 일 많은 직장인, 시험기간이 시작된 대학생들은 루피에 자신의 자아를 투영하고 있다. 

< 잔망루피가 중국에서 유행하는 춤을 추고 있는 모습 - 출처: 잔망루피 샤오홍슈 계정(ZANMANGLOOPY) >

루피는 애니메이션 속 수줍고 내성적인 모습과는 반대로 브이로그를 자주 업로드하고 팬들과 일상을 공유하며, 때로는 인기 스타와 함께 생방송을 진행한다. 중국 네티즌들은 이러한 루피의 모습을 보며 "MBTI가 I(내향형)여도, 돈을 벌 땐 E(외향형)가 되기도 한다."며 루피의 모습을 자신에 빗대어 자조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중국에서는 한국과 달리 기존의 이모티콘이나 사진을 직접 편집해 자막을 넣거나, 표정을 변형시키고는 한다. 그러다 보니 루피 관련 이모티콘이 나날이 다양해지고 많아지고 있다. 애니메이션 < 뽀롱뽀롱 뽀로로 > 속 루피에서 자체 진화한 잔망루피에 그치지 않고, 중국의 많은 학생 및 젊은 직장인만큼이나 갖가지 모습으로 변형되고 있다. 자신을 투영한 자체적인 이모티콘으로 활용하다 보니 한국에서 잔망루피가 유행했을 당시보다도 그 인기가 훨씬 더 뜨겁다. SNS의 네트워크 확산성에 편승하고 사용자들에 의해 IP가 확장되고 있다.

3. 국경을 초월한 IP 제휴로 상업 가치 확대

최근 중국 백화점에서 루피 찾기는 말 그대로 식은 죽 먹기다. 백화점 내 잡화점이나 중국 화장품 브랜드와 협업한 루피 관련 상품이 가득 진열돼 있기 때문이다. 중국 잡화점 직원은 "10대는 쿠로미를, 2030세대는 루피를 많이 찾으세요."라고 전했다. 통신원이 방문한 상하이 루피 팝업스토어의 직원은 "20대 여성분들이 정말 많이 오셔서 제품을 구매합니다. 어린 어린이 손님들이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이 없을 정도입니다."라고 전했다. 중국에서 루피와 협업해 내놓는 상품을 판매하는 장소는 20대 소비자들의 성지가 되고 있다. 초기에는 중국 커피 브랜드나 밀크티 브랜드가 대부분이었다면, 점차 문구점과 잡화점과도 협업해 사무용품, 열쇠고리, 인형 등 잡화로 확장했다. 그러더니 현재는 중국 화장품 브랜드와 위생용품 브랜드까지 협업에 나서 20대 소비자를 겨냥한 루피 상품을 계속해서 선보이고 있다. 치약이나 칫솔과 같은 생필품뿐만 아니라 립스틱, 퍼프 등 화장품까지 인기다. 

< 루피 관련 상품을 인증하는 SNS 게시물 - 출처: 샤오홍슈 >

이 같은 인기 현상에 대해 중국 언론은 루피가 젊은 세대에게 사랑받는 매력 요인에 대해 고찰했다. 먼저 "사회적 기대 속에서 '안정적 어른'이 이상적인 이미지가 되자 많은 청년들은 감정 표현을 자제하는 쪽으로 기울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잔망루피 이모티콘 덕분에 생활 속 부담은 오락적이고 유쾌한 분위기에 녹아내린다."며 "잔망루피 앞에서 우리는 소위 체면을 유지할 필요가 없으며, 잔망루피가 마치 거울처럼 적나라하게 우리를 그려내도 그 관계가 어떻게 변화할지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분석했다. 모두들 루피의 입을 빌려 털어놓고 있는 속마음이 우리 사회에 보내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샤오홍슈 게시물 해시태그 #Loopy

- 샤오홍슈 계정(@Zanmong Loopy)

통신원 정보

성명 : 김근희[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중국(상해)/상해 통신원]
약력 : 복단대학교 신문학원 매스커뮤니케이션학 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