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전통과 한국 감성을 잇는 '맨디사 스테이(Mandisa Stay)' - '더 디자인 쇼(The Design Show)' 현장
2025-06-16주요내용
지난 5월 15일부터 17일까지 카이로 인터내셔널 컨벤션 센터에서 제10회 '더 디자인 쇼(The Design Show)'가 개최됐다. '더 디자인 쇼'는 건축, 인테리어, 제품 디자인을 아우르는 북아프리카 및 중동 지역(MENA) 최대 규모의 디자인 전시회로 인테리어 자재부터 조명, 텍스타일, 가구, 조경 디자인까지 폭넓은 분야를 포괄해 지역 산업의 흐름을 가늠할 수 있다.


< 카이로에서 열린 제10회 '더 디자인 쇼'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번 전시에서 단연 이목을 끈 부스 중 하나는 이집트의 대형 가구 회사 모비카(Mobica)와 협업해 선보인 '맨디사 스테이(Mandisa Stay)' 쇼케이스였다. '맨디사 스테이'는 천연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맨디사(Mandisa Naturals)가 기획한 콘셉트로 이집트 전통 생활문화와 웰니스 감성을 숙박 공간에 녹여낼 맨디사의 장기적인 전략 방향이다.



< 맨디사 스테이 쇼케이스 - 출처: 통신원 촬영 >
맨디사는 이집트 천연 티, 이집트 전통 샤워타월인 루파, 시드르 꿀, 에센셜 오일, 이집트 코튼 수건 등 전통적인 소재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제품을 선보여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모비카의 공간 디자인 역량과 결합해 '스테이' 콘셉트를 새로운 디자인 공간으로 구현해 관람객들에게 소개한 것이다. 맨디사의 루파와 이집트 코튼 제품군은 한국 시장에서 상업적 가능성을 입증한 바 있었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에서 '클레오파트라의 피부 비결- 천연 루파 샤워타올'이라는 콘셉트로 제품을 선보인 결과 초기 목표 금액을 초과 달성하며 주목을 받았고 이집트 면으로 만든 수건까지 흥행을 일으켰다. 한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이집트 전통에 대한 호기심과 이집트 코튼에 대한 천연 소재에 대한 신뢰를 잘 공략했던 마케팅이라고 생각된다.

< '맨디사 스테이' 내 제품 디스플레이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러한 시장 반응은 올해 초 맨디사가 이집트판 <샤크 탱크(Shark Tank)> 프로그램에 출연해 1,000만 이집트 파운드(약 3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배경이 되기도 했다. <샤크 탱크>는 스타트업들이 참가해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투자를 유치하는 리얼리티쇼다. '샤크'로 불리는 5명의 투자자들이 사업성을 평가하며 현장에서 투자 제안을 하는 형식이다. 이집트는 아랍 및 아프리카 지역 최초의 <샤크 탱크> 참여국으로 주목받았다. 심사위원 중 3명에게 투자 제안을 받은 맨디사는 그중 한 명인 모비카의 회장 모하메드 파룩(Mohamed Farouk)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며 그 연장선상에서 '맨디사 스테이'의 쇼케이스를 '더 디자인 쇼'에서 선보인 것이다.

< 공동창업자 박가은 씨가 모비카 회장과 VIP에게 제품과 브랜드를 설명하는 모습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번 전시 부스는 단순히 제품을 나열하는 전시가 아니라 공간 자체가 메시지를 전하는 방식으로 기획됐다. 허브의 향기와 천연 오일향이 나는 공간에 천연 침구류와 욕실용품이 자연스럽게 배치돼 있었고 '웰니스'라는 키워드가 감각적으로 구현됐다. 가구 회사인 모비카의 상품 전시를 넘어 감각과 분위기 자체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이 같은 접근은 관람객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갔다. 특히 아시아 감성으로 연출된 이 공간은 현지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방식이었기에 현장에서 큰 호응이 느껴졌다. 일부 전시장을 찾은 VIP 관람객들도 "우리는 한국 화장품도 필요해요!", "아시아 여성들은 어떻게 동안을 유지하나요?"와 같은 질문을 던지며 한국의 건강 관리와 뷰티 문화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동시에 아시아 문화에 대한 인식은 다소 상징적이고 단편적인 이미지로 수렴되는 면도 있었다. 동양적이라고 여겨지는 젠스타일의 인테리어 연출은 현지인들에게 이국적인 느낌을 강하게 주지만 아시아 문화에 대한 다양한 이해를 가로막는 장애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된다. 맨디사의 공동창업자인 박가은 씨도 이러한 점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디자인 초기 단계에서 조금 더 긴밀하게 협업할 수 있었더라면 이집트 제품의 정체성과 한국적 감수성을 보다 설득력 있게 제안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빠듯한 일정에 업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문화적 방식의 차이로 인해 타이밍을 놓친 점이 아쉽다."고 밝혔다. 맨디사는 이집트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다. 그러나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전략과 언어는 한국적인 감수성과 깊은 관련이 있다. 맨디사의 한국인 직원들은 그들이 가진 한국적 미감, 품질에 대한 기준, 라이프스타일을 브랜드 전반에 자연스럽게 녹여낸다. 이러한 전략은 한국문화나 감성이 케이팝이나 한국 드라마 같은 명확한 문화 콘텐츠에만 국한되지 않고 이집트 소비자의 일상 속에 감각과 경험의 형태로 스며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집트 소비자들도 더 이상 개별 제품 자체만이 아니라 그 제품이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과 정신적 배경에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전혀 다른 두 나라의 문화와 전통이 만났을 때 때론 신선한 익숙함, 내지는 익숙한 신선함이 보이기도 한다. 그 지점에서 새로운 해석과 창의적인 접근이 가능해질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여러 디자인, 아이디어, 심미적 요소들이 이집트의 일상 곳곳에서 더 자주 발견되는 날을 기대해 본다.
사진출처 - 통신원 촬영
통신원 정보
성명 : 손은옥[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이집트/카이로 통신원] 약력 : ANE(Artist Network of Egypt) 대표, 한국문화공간 The NAMU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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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gyp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