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 독서회 현장에서 만난 한강의 「채식주의자」
2025-06-16주요내용
2024년 한강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받은 이후 한강의 「여수의 사랑(黑夜的狂欢)」 중국어판도 2025년 2월 출간됐다. 중국어로 '어두운 밤의 축제'라고 번역된 해당 소설은 불과 3개월이 되지 않은 5월 중순 기준 중국 콘텐츠 평점 사이트 더우반(豆瓣)에서 평점 7.4점(10점 만점, 574개)을 기록하고 있다. 한강 작가의 꾸준한 인기는 더우반에 있는 여러 통계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더우반에서는 매년 말 '연간 도서 순위: 한국편'을 발표하고 있다. 2024년 올해의 작가로는 단연 한강이 선정됐고 중국 오프라인 서점뿐만 아니라 온라인 서점에서도 한강 작가의 한국어판 및 중국어판 도서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수상 소식이 알려진 후 현재까지도 다양한 도서 관련 미디어에서 한강 작가의 도서를 심층적으로 다루고 있다. 젊은 한국 여성 작가의 책이 출간돼 2023년부터 현지 소셜미디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주목할 점은 2024년에도 여성 인권, 성별 간 혐오와 관련된 내용을 담은 한국의 문학 작품이나 영상 콘텐츠가 중국에서도 비중 있게 다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상해에서는 대형 시립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주최하는 독서회, 작가 강연 등을 흔히 볼 수 있는데 올해는 중국 대표 소셜 미디어 샤오홍슈(小红书) 해시태그 '#오프라인 독서회(线下读书会)', '#영양가 있는 사교활동(有效社交)' 등을 통해 여성을 중심으로 한 오프라인 모임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여성 이용자가 비교적 많은 샤오홍슈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형성된 이 같은 모임은 심리학, 자기계발서뿐만 아니라 한강 작가의 책으로 '여성의 깨달음에 관한 토론(关于女性觉醒的探讨)' 등의 주제로 주최되고 있다.

< 상해 독서회에서 주최자가 책 소개와 더불어 번역된 글자의 의미를 발표하는 모습 - 출처: 통신원 촬영 >
통신원은 다수의 독서회 중에서도 상해 큐브릭(Kubrick) 서점에서 열린 여성 독서회에 참가해 봤다. 주제는 '소설 「채식주의자(素食者)」 속 여성의 고통, 더 나아가 작가가 서술한 고통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여성이 여전히 느끼는 고통인가?'였다. 독서회는 '고통 묘사에 대한 어휘 분석', '남자 주인공이 느끼는 고통', '여성 주인공이 느끼는 고통', '여성이 느끼는 고통, 즐거움에는 어떤 것이 있나?', '여성으로 살아가는 당신은 그런 고통을 어떻게 견디는가?'의 순으로 진행됐다. 가장 먼저 소설 속에 등장한 '고통(痛)'이라는 글자가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토론했다. 참가자들은 "한글 원서로 읽어도 어려운 책이라고 들었다."며 "마치 해시태그처럼 '痛'이라는 한 글자가 반복되지만 독자로 하여금 매번 여러 감정이 들도록 하는 것은 번역가의 재량"이라며 번역의 중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채식주의자」 중국어판은 필명 후추통(胡椒筒)이 번역했다.

< 한 명씩 나와 발표하는 모습을 경청하는 독서회 참가자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독서회 참가자 다수는 "고통으로부터 몸부림치는 주인공의 상태를 서술한 내용을 읽었을 때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경험해 보지 못한 주인공의 고통이지만 여성으로서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가정 속 고통이며, 현실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전했다. 소설을 읽으면 알 수 있듯 남성이 느끼는 고통과 여성이 느끼는 고통은 다를 것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참가자 중에는 본인에 대해 퇴근 후 온 직장인 여성, 혹은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고 밝히며 소설 속의 인상 깊었던 남성과 여성의 고통 차이를 자신의 실생활 속 예를 들어 설명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 참가자는 "여성의 고통은 생각보다 작게 쪼개져 있어서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최근 일대일로 진행하는 필라테스를 다니고 있는데 어느 날 남자 코치 밖에 시간이 되지 않아 1인실에서 수업을 받게 됐다. 코치가 문을 닫고 수업을 진행하는 것에 약간의 두려움이 있었지만 이에 대해 언급하는 것조차 머뭇거리다가 결국에는 그대로 수업을 받았다."며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기도 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여성만이 느낄 수 있는 즐거움에 대해 "고통을 수반하지만 가장 즐거운 일은 아이를 출산하고 아이가 자신에게 절대적인 애착을 보일 때"라며 아빠도 느낄 수 없는 아이와의 특별한 감정 교류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각자의 발언을 끝으로 독서회 주최자는 "소설 속에 등장하는 한국의 역사적 배경과 정서를 온전히 이해하기는 어렵고 멀게 느껴지지만 중국 독자들이 깊은 울림과 연민을 느끼는 것은 동아시아 권역에서 사는 여성이라는 점에서 결국은 가깝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몇 년 전부터 중국 젊은 여성 독자를 중심으로 시작된 여성 작가 소설에 대한 관심이 한강 작가의 작품과 맞물려 더 넓은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있다. 문학 작품을 이해하는 것은 주인공의 인생을 생각하며 읽는 것, 그리고 작가가 쓴 주제를 생각해 보며 읽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지만 그보다 훨씬 다양한 방법으로도 파생될 수 있다. 더 나아가 그것이 국가 불문, 불특정한 사람들을 묶는 힘을 가졌다는 것을 시사한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文艺理论与批评》 (2025. 5. 19). 王艳丽 | 翻译社会学视域下韩国文学在中国的译介与传播研究——以“韩女文学”为中心, https://mp.weixin.qq.com/s/NXeglbv99ugDEejIAPS--w - 위챗 계정(@Freud的女性崇拜), https://mp.weixin.qq.com/s/RKMKxrJg26fSeWYBMQGEqw - 위챗 계정(@雨蘑菇), https://mp.weixin.qq.com/s/K4lpE0p8OlgaZc8G24_b6A - 위챗 계정(@澎湃思想市场), https://mp.weixin.qq.com/s/2KjfcBySdAKcpt3YwtB7Zw
통신원 정보
성명 : 김근희[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중국(상해)/상해 통신원] 약력 : 복단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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