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LA, 그리고 전 세계로... '2025 서울 페스티벌'
2025-07-09주요내용
LA 필하모닉이 주관한 '2025 서울 페스티벌'이 지난 6월 3일부터 LA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에서 개최돼 10일 막을 내렸다. 이 페스티벌은 LA 필하모닉의 대표 현대음악 시리즈인 그린 엄브렐러(Green Umbrella)의 확장판으로 특정 국가를 중심으로 구성된 첫 번째 시리즈이자 한국 음악을 집중 조명한 최초의 사례였다. 세계적인 작곡가 진은숙이 큐레이터로 참여한 이번 페스티벌은 현대음악, 전통음악, 시각예술, 디지털 설치, 디아스포라 담론까지 아우르며 한국 음악의 현재와 가능성을 다채롭게 풀어냈다.

<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에서 개최된 '2025 서울 페스티벌', 6월 8일 공연 직후 출연진들이 무대로 나와 인사하고 있다 - 출처: 통신원 촬영 >
페스티벌은 6월 3일부터 일주일 동안 개최됐는데, 주요 공연 및 매일 진행된 무료 사전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6월 3일 화요일에는 '한국으로부터의 새로운 소리(New Voices from Korea)'라는 제목 아래 배동진, 서주리, 박예영, 천예은 등 젊은 작곡가들의 세계 초연 작품이 소개됐다. 대금, 플루트, 바이올린 등 한국의 색채가 짙은 악기 편성과 현대적 실험이 어우러졌고, LA 필 뉴 뮤직 그룹(LA Phil New Music Group)과 TIMF앙상블이 연주를 맡았다. 공연에 앞서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의 그랜드 애비뉴 로비에서는 김희천의 비디오 게임 엔진 설치작 '커터(Cutter) III'가 상영됐고, BP 홀에서는 정은영의 오디오 비주얼 설치 작품이 전시돼 관객들이 시각적인 호사도 동시에 누릴 수 있었다.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 내 위치한 BP 홀은 비교적 소규모의 리사이틀, 전시, 강연 등이 열리는 다목적 공간으로 이번 '2025 서울 페스티벌'에서는 전시 및 토크 프로그램의 주요 무대가 됐다. 6월 6일 공연은 김성현, 리혜, 김택수의 초연곡과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협연한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으로 구성됐다. 박류라의 비올라 협주곡 <코오(Ko‑Oh)>는 자장가에서 착안한 제목처럼 부드럽고 정제된 감성으로 시작해 점차 구조적 긴장감을 확장해 나갔다. 리혜의 곡은 재즈, 블루스, 유럽 아방가르드, 한국 민요의 요소를 결합한 실험적 구성이었으며, 김선욱의 브람스 해석은 묵직한 울림과 절제된 감정의 흐름이 돋보였다.


< 박수갈채를 받고 있는 6월 7일 출연진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가장 주목할 만한 공연은 토요일인 6월 7일 저녁에 열렸다. 이날 무대는 두 개의 파트로 구성됐는데 1부에서는 안환리의 <다시 올 봄(Spring Will Come Again)>과 진은숙의 <클라리넷 협주곡>이 세계 초연됐고, 2부에서는 양인모(바이올린)와 한재민(첼로)이 협연한 브람스 <이중 협주곡>이 연주됐다. 이때 지휘는 윤한결이 맡았다. 1부 공연이 끝나자마자 객석은 기립박수를 치며 연주자들에게 뜨거운 환호를 보냈다. 실험성과 서정성이 교차하는 해당 곡들은 한국 작곡가들이 세계 현대음악 무대에서 얼마나 깊고도 넓은 스펙트럼을 형성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었다. 이어진 브람스 <이중 협주곡>은 전통적 구성을 따르되 두 젊은 솔리스트의 감각적이고 정제된 해석과 지휘자의 힘 있는 호흡이 더해져 새로운 생명력을 얻었다. 《LA Times(LA타임즈)》의 음악 평론가 마크 스웨드(Mark Swed)는 이 공연을 "탁월한 그린 엄브렐러 콘서트"라고 표현했고 지휘자의 제스처에 대해서는 "소리를 마법처럼 몰딩하는 투명성과 관능성의 결합"이라 극찬했다. 그는 브람스 <이중 협주곡>에서 "음악적 기쁨과 격정이 교차했다."고 덧붙이며 창작곡과 고전 레퍼토리 모두에 깊은 인상을 받았음을 밝혔다. 흥미로운 점은 객석을 채운 관객의 구성에 있었다. 통신원의 예상을 빗나가게도 공연장 대부분은 미국 현지 관객들이었고 한국인 비율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는 K-클래식이 미국 내에서 더 이상 단순한 민족 음악이 아니라 하나의 보편적 예술 언어로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였다. 미국 현지 클래식 애호가들이 한국 작곡가와 연주자의 창의성과 기술적 완성도를 더 이상 낯설어하지 않고 오히려 환영하는 흐름이 자리 잡았음을 실감하게 했다.

< '2025 서울 페스티벌' 기간 로비에 설치된 작품 - 출처: 통신원 촬영 >
공연 외에도 매일 무료로 진행된 사전 프로그램들은 페스티벌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었다. 로비에 설치된 작품은 물론 6월 7일에는 BP 홀에서 교포(GYOPO) 주관의 심포지엄과 인디 아티스트 노소(NoSo)의 퍼포먼스가 열렸다. '2025 서울 페스티벌'은 음악뿐만 아니라 시각예술, 디지털, 학술적 담론까지 포괄하는 다층적 구조를 통해 하나의 국가가 지닌 예술적 역량과 정체성을 집약적으로 보여준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실험적 창작곡과 고전 명곡이 동일한 무대에서 동일한 청중의 환호를 끌어내며 한국 음악이 단지 '소개'되는 것이 아니라 주류 무대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이번 '2025 서울 페스티벌'은 한국 음악이 더 이상 주변의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세계 클래식 중심에서도 충분히 설득력을 지니고 있음을 증명해낸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적 사건이었다.
사진출처 - 통신원 촬영
통신원 정보
성명 : 박지윤[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미국(LA)/LA 통신원] 약력 : 『나의 수행일지』 저자, 마인드풀 요가 명상 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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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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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nited Stat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