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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정책/이슈] 동방 고판화의 세계, 북경에서 만난 동아시아 시각문화 교류의 장

2025-12-16

주요내용

 
11월 6일 베이징 칭화대학교 미술대학에서 '동방 고판화의 세계(东方古版画的世界)' 특별전과 강연이 열렸다. 한·중 수교 33주년을 기념해 기획된 이번 행사는 원주 명주사 고판화 박물관이 소장한 동아시아 고판화 자료를 중심으로 구성되었으며, 한국 전통 민화 '까치호랑이', 일본 우키요에 미인도, 중국 전통 희곡 삽화, 베트남 지장왕보살도 등 7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되었다. 관람객들은 다양한 국가의 판화를 비교하며 동아시아 시각문화의 공통성과 독자성을 동시에 살펴볼 수 있었다. 이번 전시에서 특히 눈길을 끈 것은 한국 고판화가 가진 대중성과 상징성이다. 그중에서도 까치호랑이 판화는 길상·벽사의 의미를 담은 민화로, 강렬한 선과 해학적 표정이 중국 관람객들에게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관람객들은 그림 속 친근한 동물 캐릭터를 통해 한국 민중 미술의 독특한 정서를 체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동방 고판화의 세계 강연 포스터

< 동방 고판화의 세계 강연 포스터 - 출처: 청화대학교 도서관 >

베이징 칭화대에서 선보인 한국 민화의 미학

< 베이징 칭화대에서 선보인 한국 민화의 미학 - 출처: 청화대학교 도서관>

이번 행사는 전시를 넘어 학술적·교육적 교류를 강화한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선학 관장은 지난 30여 년간 수집해 온 목판화 자료를 바탕으로, 민중의 삶과 시대 감정을 담아낸 시각 기록물임을 강조했다. 그는 현장에서 직접 판화를 펼쳐 보이며 제작 방식과 인쇄 기술을 설명하여 학생들과 연구자들의 높은 관심을 이끌어냈다. 이러한 체험형 강연은 고판화의 공예적·예술적 가치를 생생하게 전달하는 계기가 됐다. 또한 이번 행사에서 한국 고판화 작품 일부가 칭화대 미술 도서관에 기증됐다. 이는 한국 문화유산이 중국 학계에서 장기적으로 연구되고 활용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중요한 사례로 평가된다. 향후 동아시아 판화 비교 연구뿐 아니라, 현대 시각문화 교육에서도 효과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열었다. 

전시 작품들은 각 지역 특유의 미학과 사회적 배경을 반영한다. 한국 민화는 소망과 풍요의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일본 우키요에는 도시 문화와 여가생활을 이상화한다. 중국 희곡 삽화는 극적 서사와 인물의 성격 표현에 탁월하고, 베트남 불교 판화는 종교적 성찰과 공동체적 가치를 시각화한다. 소재와 표현은 다르지만, 종이·목판이라는 동일한 매체를 통해 동아시아 문화가 긴 시간 동안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목판화는 반복 인쇄가 가능하다는 기술적 특성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보급될 수 있었고, 이는 곧 당시 사회의 미감과 신념이 넓게 확산되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점에서 고판화는 역사·민속·종교·디자인 연구가 융합된 중요한 학술 자료다. 

이번 행사는 동아시아 시각 문화의 뿌리를 함께 공유한다는 인식을 확산시키고, 미래 지향적 연구와 문화 교류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목판 하나에 담긴 민중의 생각과 시대의 공기가 오늘 베이징에서 다시 펼쳐지며,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이 문화적 연결을 이어가는 여정의 현재를 보여주었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청화대학교 도서관 홈페이지, 
https://oaportal.lib.tsinghua.edu.cn/sy_login/showinfo.do?id=26eff8919a744aec019a774d74fe04db&type=gnkx

통신원 정보

성명 : 최현정[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중국(북경)/북경 통신원]
약력 : 북경어언대학교 문학박사, Chengdu Yudi Technology Co., Ltd. 근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