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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사는 공간'에서 '경험하는 문화'로: 마드리드 도서 박람회 현장에서 본 독서 문화의 확장

등록일
2026-06-19
수집기관
  • 해당 국가

    Spain

  • 해당 장르

    출판

주요내용

스페인 마드리드 인근 도시 트레스 칸토스(Tres Cantos)에서 열린 제32회 <페리아 델 리브로(Feria del Libro, 도서 박람회)> 현장은 예상보다 훨씬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5월 초의 따뜻한 햇살 아래, 거리 양옆으로 늘어선 서점과 출판사 부스 사이를 시민들이 자유롭게 오가며 책을 펼쳐보고 작가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이 행사가 단순한 도서 판매를 넘어선 문화적 경험의 장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마드리드 주 뜨레스 칸토스 시에서 열린 도서 박람회
< 마드리드 주 뜨레스 칸토스 시에서 열린 도서 박람회 - 출처: 통신원 촬영 >
스페인에서 열리는 도서 박람회의 인상적인 점은 행사 공간의 구성 방식이었다. 별도의 실내 전시장 대신 도시의 일상적인 거리 위에 그대로 펼쳐진 '거리형 박람회'는 시민들의 접근성을 자연스럽게 높였다. 실제로 산책 하던 주민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책을 살펴보거나 행사에 참여하는 모습이 이어졌으며, 이는 독서가 특정한 목적을 가진 활동이 아니라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소비되는 문화임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현장에서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이 활발히 운영되고 있었다. 바닥에 앉아 동화책을 함께 읽는 아이들, 창작 워크숍에서 직접 이야기를 만들어보는 학생들의 모습은 독서가 개인적인 행위를 넘어 체험형 문화로 확장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한 방문객은 "아이에게 책을 사주기 위해 왔지만,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경험이 더 기억에 남을 것 같다"라고 말하며, 도서 박람회가 가족 간의 소통을 촉진하는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작가와 독자의 만남 역시 중요한 축이었다. 사인회가 시작되자 부스 앞에는 긴 줄이 형성됐고, 독자들은 작가와 짧은 대화를 나누며 책에 사인 받았다. 작가가 독자와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건네는 이 장면은 온라인 중심의 콘텐츠 소비 환경에서는 쉽게 경험할 수 없는 '물리적 만남의 가치'를 다시금 환기했다.

또한 지역 작가들의 참여 확대는 이 행사의 또 다른 특징으로 꼽힌다. 대형 출판사 중심이 아닌, 지역 기반 창작자들이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고 독자와 직접 소통하는 구조는 문화 생산의 다양성과 지역성을 동시에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이는 문화 소비가 특정 중심에 집중되지 않고 지역으로 확산되는 스페인 독서 문화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이러한 지역 단위의 도서 박람회는 마드리드 전역에서 단계적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트레스 칸토스와 같은 소규모 지역 박람회가 5월 초부터 시작되는 반면, 마드리드의 대표적인 대형 행사인 <마드리드 도서 박람회(Feria del Libro de Madrid)>는 5월 29일부터 6월 14일까지 레티로 공원(Parque del Retiro)에서 개최된다. 이 행사는 80회를 넘는 역사를 지닌 스페인 최대 규모의 도서 축제 중 하나로, 수백 개의 출판사와 서점, 그리고 다양한 국적의 작가들이 참여하는 국제적 문화 행사로 자리 잡고 있다.
어린이를 위한 도서 박람회의 다양한 행사들 - 출처: 마드리드365(Madrid365)
< 어린이를 위한 도서 박람회의 다양한 행사들 - 출처: 마드리드365(Madrid365) >
이처럼 지역에서 시작된 독서 문화가 대도시의 대형 행사로 확장되는 구조는 스페인 도서 문화의 중요한 특징이다. 5월 한 달 동안 이어지는 다양한 도서 관련 행사들은 일종의 ‘책의 시즌’을 형성하며 시민들의 문화 참여를 자연스럽게 유도한다. 이는 독서를 특정 계층이나 취미로 한정하지 않고, 일상적인 문화 활동으로 정착시키는 데 이바지하고 있다. 

디지털 콘텐츠 소비가 일상화된 오늘날, 이러한 오프라인 도서 박람회의 존재는 더욱 의미가 있다. 현장에서는 책을 넘기며 동시에 사진을 찍고 소셜미디어(SNS)에 공유하는 젊은 세대의 모습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감각적으로 디자인된 독립 출판물과 개성 있는 표지는 시각적 콘텐츠로서도 소비되며, 독서 경험이 점차 복합적인 문화 체험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흐름은 한국의 도서전과 비교해 볼 때도 흥미로운 시사점을 제공한다. <서울국제도서전>과 같은 대형 행사가 산업적 교류와 글로벌 출판 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스페인의 도서 박람회는 보다 생활 밀착형 구조를 통해 시민 참여를 확대하는 데 강점을 보인다. 이는 독서 문화의 저변을 넓히는 데 있어 중요한 접근 방식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번 <트레스 칸토스 도서 박람회>는 도시 설립 기념행사와 맞물려 진행되며 지역 공동체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역할도 수행했다. 책을 매개로 사람들이 모이고, 머무르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이 공간은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공동체적 경험'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이들 현지 도서 박람회에서는 '책을 둘러싼 분위기'였다. 아이들의 웃음소리, 책장을 넘기는 소리, 작가와 독자가 나누는 짧은 대화가 어우러진 이 공간은 디지털 환경에서는 대체하기 어려운 감각적 경험을 제공하고 있었다. 이들은 여전히 유효한 방식으로 사람들을 연결하고 있으며, 그 연결의 힘이야말로 이 행사가 지속되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마드리드365(Madrid365)≫, https://madrid365.es/cultura/tres-cantos-celebra-la-32a-edicion-de-la-feria-del-libro-20260506-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