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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을 내린 제28회 상하이국제영화제(SIFF)를 채운 한국 영화 4편

등록일
2026-07-14
수집기관
  • 해당 국가

    China

  • 해당 장르

    영화

주요내용

6월 12일 개막해 21일 막을 내린 제28회 상하이국제영화제(SIFF)는 전 세계 125개 국가, 지역에서 약 4,100편이 출품되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420편이 넘는 상영작과 1,500회 이상의 상영 회차로 채워진 이번 영화제에서, 적지 않은 중국 영화 팬과 현지 매체가 주목한 흐름 가운데 하나가 한국 영화의 존재감이었다. 올해 상하이국제영화제 상영 명단에 이름을 올린 한국 신작은 모두 네 편이다. 흥행 정점을 찍은 사극부터 국제영화제를 순회한 작가영화, 거장의 신작까지 결을 달리하는 작품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중국 관객들이 한국 영화 '왕과 사는 남자' 관람을 위해 영화관을 찾은 모습
< 중국 관객들이 한국 영화 '왕과 사는 남자' 관람을 위해 영화관을 찾은 모습 – 출처: 통신원 촬영 >
티켓 판매가 시작된 6월 5일 정오, 인기작들의 매진 속도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판매 개시 직후 1분여 만에 <왕과 사는 남자>, <세계의 주인>, <어쩔 수가 없다> 세 편의 한국 영화 좌석이 잇따라 '초읽기 매진(秒空)'됐다. 큰 화제작이 없다는 사전 평가가 무색하게, 한국 영화를 대형 스크린으로 보려는 관객의 수요가 분명히 확인된 셈이다.
중국 관객들이 한국 영화 '어쩔 수가 없다' 포스터 앞에서 인증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 중국 관객들이 한국 영화 '어쩔 수가 없다' 포스터 앞에서 인증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 출처: 통신원 촬영 >
어떤 작품들이 상하이를 찾았을까? 공개된 4편은 '연도 아시아 영화(Asian Collection)'와 '거장 신작(名导新作)' 부문에 배치됐다. 

<왕과 사는 남자>(장항준 감독)는 이번 출품작 중 흥행 성적이 가장 두드러진 작품이다. 중국 언론과 상하이국제영화제 측은 이 영화가 한국에서 1,688만 관객을 동원해 한국 영화 역대 흥행 2위에 올랐다고 전하며, "올해 한국에서 가장 좋은 흥행 성적을 거둔 작품"으로 소개했다. 1457년 단종이 강원도 영월 청령포로 유배된 실제 역사를 배경으로, 유배지의 호장 엄흥도와 폐위된 어린 임금 사이에 싹트는 정을 그린다. 궁중 권력 다툼이 아니라 유배지의 평범한 사람과 실각한 군왕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 '민초 사극'으로, 유해진의 묵직한 연기와 <프로듀스 101> 출신 박지훈의 단종 연기가 함께 화제를 모았다. '연도 아시아 영화' 부문에서 상영됐다.

<세계의 주인>(윤가은 감독)은 작품성과 국제영화제 이력으로 주목받은 사회 리얼리즘 독립 영화다. 어린 시절 친족에 의한 성폭력 피해를 안고 있으면서도 '피해자'라는 규정에 갇히기를 거부하는 17세 소녀의 성장을 그린다. 제9회 핑야오(平遙) 국제영화제에서 로베르토 로셀리니상 심사위원상과 관객상을 동시 수상했고, 이후 제50회 토론토국제영화제 '플랫폼(Platform)' 경쟁 부문, 제41회 바르샤바국제영화제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 제47회 낭트 삼대륙영화제 대상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제62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감독상과 신인여우상을 안았다. 상하이국제영화제 측은 이 작품을 "올해 가장 호평받은 한국 영화 중 하나"로 평가했다. 더우반(豆瓣) 평점 9.1을 기록했으며, 올 초 베이징국제영화제에서는 상영이 확정됐다가 취소되는 우여곡절을 겪은 바 있어 이번 상하이 상영에 더욱 시선이 모였다. 역시 '연도 아시아 영화' 부문에 선정됐다. 

<어쩔 수가 없다>(박찬욱 감독)는 '거장 신작' 부문에 초청됐다. 이병헌, 손예진, 박희순이 출연하며, 미국 작가 도널드 웨스트레이크의 소설 <도끼(The Ax)>를 원작으로 한다. 25년간 한 회사에 몸담은 중년 가장이 정리해고를 당한 뒤, 가족과 어렵게 마련한 집을 지키기 위해 경쟁자들을 하나씩 제거하기로 결심한다는 블랙코미디다. 제82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하며 일찌감치 국제적 주목을 받았다. 

<그녀가 돌아온 날>(홍상수 감독)은 네 번째 한국 영화로 '거장 신작(名导新作)' 편성에 더해졌다. 2026년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된 신작으로, 홍상수 특유의 '반복' 구조와 절제된 화법이 이어진다. 현지 영화 매체들은 이 작품을 올해 상하이국제영화제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작품 중 하나로 꼽았다. 올해 영화제에서 눈에 띈 변화는, 예년에 자주 마련되던 '일본 영화 주간'이 이번 편성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지 영화 매체와 관객들은 일본 영화의 빈자리와 대비되며 한국 신작들의 존재가 한층 도드라졌다고 짚었고, 일부는 이를 한국 영화 상영을 둘러싼 분위기 변화의 신호로 읽기도 했다.

본고는 이 변화를 둘러싼 외교적·정치적 해석은 논외로 한다. 다만 결과적으로 형성된 '문화적 공간'에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 축의 콘텐츠가 차지하던 자리가 비면 관객의 관심과 상영 기회는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마련이다. 올해 그 관심이 한국 영화로 향했고, 마침 한국 출품작들이 그 관심을 받아낼 만한 작품성과 화제성을 갖추고 있었다는 점이 핵심이다. 다시 말해 이번 '주목'은 외부 환경이 열어준 통로와, 그 통로를 채울 준비가 되어 있던 콘텐츠의 힘이 맞물린 결과다.

이 대목에서 한 가지는 분명히 짚어둘 만하다. 이런 통로는 특정 해의 편성 사정에 좌우되는 우연적이고 불안정한 변수라는 점이다. 올해처럼 빈자리가 생길 수도, 내년에는 다시 좁아질 수도 있다. 통제할 수 있는 것은 환경이 아니라, 언제 어떤 통로가 열리든 그 안에 들어갈 만한 작품을 꾸준히 준비해 두는 일이다.



이번 네 편을 한자리에 놓고 보면, 중국 시장에서 한국 영화가 작동하는 방식이 두 갈래로 드러난다. 

하나는 상업적 흥행 이력을 앞세운 경로다. <왕과 사는 남자>가 대표적이다. 자국에서 검증된 흥행 성적 자체가 초청의 명분이 되고, "올해 가장 흥행한 한국 영화"라는 수식이 관객을 부른다. 다른 하나는 국제영화제 이력을 통과의례로 삼는 경로다. <세계의 주인>이 가장 선명한 사례로, 국제적 평판이 중국 영화제 매진 행렬에 불을 붙였다. <어쩔 수가 없다>의 박찬욱이라는 작가 브랜드와 베네치아 경쟁 부문 이력, <그녀가 돌아온 날>의 홍상수와 베를린 이력도 같은 논리 위에 있다. 

후자의 경로는 필자가 그간 중국 내 K-일러스트레이션의 확산을 분석하며 주목해 온 '글로벌-투-로컬(global-to-local)' 패턴과 정확히 겹친다. 먼저 국제 무대에서 작품성을 공인받고, 그 공인된 평판을 자격증 삼아 중국 시장으로 진입하는 방식이다. <세계의 주인>이 유럽 영화제를 거쳐 홍콩 개봉 이후 상하이영화제에서 개봉한 경로가 이를 교과서적으로 보여준다. 국제영화제의 인증이 작품에 대한 '검증된 안전성'을 부여하고, 그것이 중국 측 선정과 관객의 신뢰를 동시에 끌어내는 구조다. 

더 주목할 점은 중국 측 수용의 성격이다. 더우반 9.1이라는 평점, 1분 만의 매진, 상영 후 평론과 댓글로 이어지는 토론은 이번 한국 영화의 수용이 스타 화제성이 아니라 작품성과 시네필 수요에 기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과거 아이돌·스타 중심으로 과열됐던 한류 소비와 결이 다른, 보다 견고하고 지속 가능한 토대다. 

작품들이 공유하는 정서도 시사적이다. 정리해고와 중산층의 불안을 다룬 <어쩔 수가 없다>, 약자를 지키려는 평범한 사람의 분투를 그린 <왕과 사는 남자>, 상처를 안고도 자기 삶의 주도권을 놓지 않는 성장을 담은 <세계의 주인>은 한국적 소재이면서 동시에 중국 관객 자신의 현실과 맞닿는 보편적 주제다. 국경을 넘어 통한 것은 '한국적 스펙터클'이 아니라 '보편적 감정'이었다.



앞으로 한국 콘텐츠는 중국에 어떻게 가닿을 것인가.

첫째, 영화제라는 통로를 전략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정식 극장 개봉 환경이 여전히 제한적인 조건에서, 공식 상영(官方展映)은 한국 영화가 중국 관객을 대형 스크린에서 만나는 가장 현실적인 채널이다. <세계의 주인>이 베이징에서 상영이 무산됐다가 상하이에서 자리를 잡은 과정은, 통로가 단일하지 않고 또한 늘 안정적이지도 않다는 점을 동시에 보여준다. 

둘째, 보편적 주제로 승부해야 한다. 이번에 통한 작품들은 모두 해고 불안, 세대 간 돌봄, 약자 보호처럼 중국 관객의 삶과 직접 공명하는 주제를 품고 있었다. 한국 고유의 소재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국경을 넘는 보편적 감정과 사회적 질문을 앞세우는 편이 진입 장벽을 낮춘다. 

셋째, 우연적 호기에 기대지 말아야 한다. 올해의 주목에는 특정 해의 편성이라는 우연적 요인이 작용했다. 지속 가능한 전략은 이런 빈자리에 의존할 수 없으며, 작품 본연의 완성도와 꾸준한 영화제·산업 네트워크 위에서 한국 영화의 중국 내 존재를 '구조화'하는 데 있다. 

요컨대 한국 영화의 이번 상하이 행보는 '귀환'이라기보다, 작품성을 매개로 한 꾸준한 통로 만들기의 한 장면으로 읽는 편이 정확하다. 환경은 해마다 바뀌지만, 국제적으로 검증된 좋은 작품과 보편적 정서라는 자산은 어떤 통로가 열리든 그 안을 채울 수 있다.
참고자료 및 사진 출처     
- 위챗(WeChat) (2026. 02. 24). 《她回来的那天》柏林影评|当一位女演员决定复出, 
https://mp.weixin.qq.com/s/cbkHVy5JnLqUao2GnwjPBA
- 위챗(WeChat) (2026. 04. 23). 《她回来的那天》|不是最好的洪片,而是最好的电影, 
https://mp.weixin.qq.com/s/h259dQHx5mDPFofkyFXhug
- 위챗(WeChat) (2026. 05. 07). "面对未来的亲切感很重要",《与王生活的男人》电影成功背后的故事,
https://mp.weixin.qq.com/s/9dH8T5A7kbcwRElTWlQwgw 
- 위챗(WeChat) (2026. 05. 25). 名导新作+年度亚洲电影+午夜惊奇+影展精粹丨出圈热片、票房榜首、名导新作,佳作惊喜不停,
https://mp.weixin.qq.com/s/1LLJHundh-dX9Zq4rA8TSA 
- 위챗(WeChat) (2026. 05. 26). 2026上影节的三部韩国电影, 
https://mp.weixin.qq.com/s/FAbMlsQbss7JGGlRkwiUJg 
- 위챗(WeChat) (2026. 05. 28). 韩国电影再获中国市场关注 两部作品入选上海国际电影节,
https://mp.weixin.qq.com/s/HZckUaJt3XXHfJCFs1RBrw
- 위챗(WeChat) (2026. 05. 28). 日影缺席,韩影回归!上影节最新片单出现韩国电影,
https://mp.weixin.qq.com/s/LQ3etNkQ-5_SKGFyY-pEeg 
- 위챗(WeChat) (2026. 06. 05). "秒空,一张没抢到,又要等明年了!",
https://mp.weixin.qq.com/s/LQ3etNkQ-5_SKGFyY-pEe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