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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함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 한류가 이끈 스페인 창작자들의 공동제작 도전

등록일
2026-07-20
수집기관
  • 해당 국가

    Spain

  • 해당 장르

    영화

주요내용

알리시아와 이반이 추진 중인 장편 영화 프로젝트 시놉시스
< 알리시아와 이반이 추진 중인 장편 영화 프로젝트 시놉시스 – 출처: 알리시아 제공 >
케이팝과 드라마, 영화로 대표되는 한류는 이제 해외에서 한국 콘텐츠를 소비하는 단계를 넘어 새로운 창작으로 이어지고 있다. 해외 창작자들이 한국을 배경으로 작품을 기획하거나 한국 제작사와의 협업을 추진하는 사례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한류는 단순한 문화 소비를 넘어 함께 콘텐츠를 만들어가는 '공동 창작'의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스페인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이반 R. 가셋(Iván R. Gaset)과 언론인이자 작가인 알리시아 알바(Alycia Alba)는 현재 한국과 스페인의 공동제작 장편영화 <크로싱 더 스레숄드(Crossing the Threshold, 문턱을 넘어서)>를 준비하고 있다.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국과 스페인의 스트리머들이 초자연적 현상을 추적하는 공포영화이지만, 두 사람이 그리고 있는 것은 단순한 장르영화가 아니다. 서로 다른 두 문화가 만나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하는 새로운 형태의 문화교류다. 

알리시아는 현재 대한민국 문화체육관광부의 케이 인플루언서 아카데미(K-Influencer Academy)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주스페인 대한민국대사관 서포터즈로도 활동 중이다. 이반은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는 동시에 태권도 창시자 황기를 소재로 한 역사 드라마를 집필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이번 공동제작 프로젝트 외에도 한국을 소재로 한 창작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이번 인터뷰는 알리시아의 케이 엑스포(K EXPO) 방문을 계기로 진행했다.
프로젝트를 위해 함께 취재를 하는 모습
< 프로젝트를 위해 함께 취재를 하는 모습 – 출처: 알리시아 제공 >
한국 공포영화에서 시작된 인연 
두 사람의 한국과의 인연은 생각보다 오래됐다. 알리시아는 10대 시절 처음 접한 한국 공포영화를 계기로 한국 영화의 매력에 빠져들었고, 이후 한국어를 배우며 자연스럽게 한국 문화 전반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반 역시 팬데믹 이전부터 한국 역사를 공부하며 태권도 창시자 '황기'를 소재로 한 역사극을 준비할 만큼 한국 문화에 깊은 관심을 가져왔다. 특히 두 사람에게 전환점이 된 작품은 한국 공포영화 <곤지암>이었다. 

영화를 본 뒤 "이 이야기가 계속된다면 어떨까"라는 상상에서 출발한 두 사람은 직접 후속 이야기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스페인의 심령 탐사팀 '라 바르카 데 카론테(La Barca de Caronte)'를 새롭게 설정하고, 한국인 등장인물과 세계관, 스토리라인을 담은 프로젝트 바이블을 제작했으며, 한국 제작사에 제안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홍보 영상을 직접 제작해 SNS에 공개하며 한국 팬들의 응원도 요청했다. 비록 속편 제작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이 과정은 두 사람에게 더 큰 목표를 안겨주었다. '한국과 함께 새로운 영화를 만들어 보자'는 생각이었다. 

"공동제작은 문화의 다리를 놓는 일" 
"우리가 만들고 싶은 것은 단순히 한국을 배경으로 한 영화가 아니다. 스페인과 한국이 함께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 인터뷰에서 두 사람은 공동제작의 의미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알리시아는 공동제작을 "문화의 다리를 놓는 일"이라고 표현했다. 이들에게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영화가 아니라 서로 다른 문화가 만나 하나의 작품을 만든다는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현재 프로젝트는 시놉시스와 피치덱, 제작 제안서 등을 모두 완성한 상태이며 한국과 스페인의 제작사를 찾고 있다. 가장 이상적인 형태는 양국이 함께 참여하는 공동제작이지만, 좋은 한국 제작사가 관심을 보인다면 한국 제작 방식 역시 열려 있다고 밝혔다. 

"서울이 아니라 제주여야 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배경이다. 두 사람은 서울이나 부산 대신 제주도를 선택했다. 그 이유에 대해 알리시아는 "서울과 부산은 이미 유럽에서도 많이 알려져 있지만 제주도는 아직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공간"이라며 "조사를 시작하면서 제주만의 자연과 설화, 민속신앙, 역사에 매료됐다"고 설명했다. 이반은 "우리는 공간을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하나의 캐릭터처럼 활용하는 작품을 좋아한다"며 "이번 영화에서는 제주도가 이야기 전체를 이끄는 살아있는 존재가 되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실제로 영화에는 제주 설화와 민속신앙, 악령 전설 등이 주요 소재로 등장한다. 두 사람은 실제 엑소시즘 사례와 한국의 무속신앙, 제주 설화를 조사하며 시나리오를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단순히 관광지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제주 사람들의 실제 삶과 생활방식을 영화에 담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관광객이 보는 제주가 아니라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그리고 싶었다. 마지막 시나리오는 직접 제주를 방문해 사람들을 만나고 난 뒤 완성하고 싶다." 이반은 이렇게 덧붙였다. 

"이제는 아메리칸 드림이 아니라 코리안 드림" 
두 사람은 최근 세계적인 한류 열풍도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이반은 "팬데믹 이전만 해도 한국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기생충>과 <오징어 게임> 이후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며 "이제는 한국 콘텐츠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공포영화의 연출 방식 역시 한국 영화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큰 소리로 놀라게 하는 공포보다 관객의 마음속에 오래 남는 심리적 공포를 만들고 싶다는 알리시아는 인터뷰를 마치며 "우리는 리메이크를 만들고 싶은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문화가 만나 새로운 이야기를 함께 만들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 

아직 두 사람은 한국을 방문한 적이 없다. 그러나 언젠가 제주에서 직접 촬영하며 현지 사람들과 함께 영화를 완성하는 것이 가장 큰 꿈이라고 말한다.
알리시아와 이반
< 알리시아와 이반 – 출처: 알리시아 제공(사진 1, 3), 통신원 촬영 >
한류는 이제 해외 팬들이 한국 콘텐츠를 즐기는 단계를 넘어, 해외 창작자들이 한국을 함께 창작하고 싶은 파트너로 인식하는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 스페인의 두 창작자가 보여준 도전은 한국 문화가 세계 창작자들에게 새로운 영감의 원천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자, 민간 차원의 문화교류가 공동 창작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시도라 할 수 있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알리시아 알바(Alycia Alba) 제공
- 통신원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