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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인 "현실과 다르지 않은 '지옥'... 세계 1위는 의식 않는 게 중요"
  • 2021-12-10 | 방송

유아인 "현실과 다르지 않은 '지옥'... 세계 1위는 의식 않는 게 중요"

입력 2021.12.05 14:00
 

 

"흥미진진한 전개 속에 깔려 있는 상징들이 굉장히 현실적이고 동시대의 맥락을 정확히 짚어내고 있어요. '지옥'은 이 무거운 이야기를 상당히 오락성 짙은 작품 안에 아주 간결하게 녹여냈죠."

배우 유아인은 지난 3일 기자들과 화상으로 만나 "괴물을 '괴물 같은 인간'으로, 천사를 '천사인 척하는 인간'으로 바꿔 보면 지금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작품 속 세상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지난달 19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넷플릭스 공개 이후 열흘간 전 세계 1위 자리를 지킨 '지옥'의 인기에 대한 배우 유아인의 생각이다.

'지옥'에서 사회 혼란을 틈타 부흥한 사이비 종교 새진리회 의장 정진수를 연기한 그는 극 중 초자연적 현상까지도 현실적으로 읽히는 지점을 짚었다. "지금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집단의 광기, 혐오, 폭력은 현실에서도 지속적으로 벌어지고 있잖아요."

총 6부작 중 전반부인 1~3회에만 등장해 '지옥'의 판을 까는 정진수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사이비 종교 교주와는 다소 동떨어진 모습이다. 유아인은 "사이비 교주 영상을 보니 우리가 생각하는 '믿습니까!' 같은 건 없었고, 나지막하고 조곤조곤하게 사람을 빨아들이는 마력이 있더라"며 "미스터리한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을 블랙홀처럼 끌어들이는 에너지를 보여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최소한의 등장으로 최대치의 긴장감을 만들어내야 하는" 정진수의 텅 빈 눈빛을 표현하기 위해 눈 뜨는 정도까지 연구했다.

그러면서도 특정 작품이나 연기를 참고하진 않았다고 한다. 동명의 원작 웹툰을 둔 이번 작품에는 "원작을 공부하기보단 멀리한다"는 자세로 임했다. "좀 더 자유롭게 원작과 다른 해석을 가져가고 싶어도 원작의 팬에게 허락을 받아야만 할 것 같고, 그렇게 만들어진 표현이 성공적인 연기로 구현되지 않으면 원작 팬에게 어마어마한 실망을 안겨주는 실패가 되거든요. 그런 부담을 떨쳐내기 위해선 원작을 멀리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결과 영화 '베테랑'의 안하무인 재벌 3세, '사도'에서의 사도세자, '국가부도의 날'의 펀드매니저 등을 잇는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였다는 평이다. 유아인은 "선 굵은 캐릭터들로 큰 사랑을 받았는데 그게 한편으론 저를 가두는 선입견을 만들기도 했다"며 "정진수라는 강한 에너지를 가진 인물을 연기하면서 레벨 업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했다. "'세계 무대에 내놓으려면 유아인이 제격이지'라는 댓글을 봤는데 굉장히 기분이 좋던걸요(웃음)."

'지옥'을 비롯한 K콘텐츠가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는 데 대해 그는 "OTT 플랫폼을 통해 우리가 만든 작품이 세계에 공개되고 소개될 수 있다는 게 가장 반갑다"면서도 "너무 크게 의식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세계 무대를 향한 연기와 내수 시장을 향한 연기가 다르지 않거든요. 창작자들도 작품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고 핵심을 지켜 간다면 지금의 반응도 장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요?"

 
권영은 기자 : you@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