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즐기며 돈까지 번다고?
NFT, 게임의 '게임체인저' 노린다
입력 2021.12.14 10:40
베트남 게임 개발사 스카이마비스가 2018년 선보인 액시인피니티는 이른바 '돈 버는 게임(P2E·Play to Earn)' 시대를 연 대표주자다. 액시인피니티는 게임 캐릭터에 '대체불가토큰(NFT)'을 결합해 이를 이용자가 가상화폐로 사고팔 수 있게 했다. 캐릭터마다 고유 가치가 주어지자 이를 키우려는 충성 고객이 급증했고, 이 게임사가 발행한 가상화폐(AXS) 시가총액은 34조 원을 넘어섰다. 이는 국내 시가총액 1위 게임사 크래프톤의 시총(약 23조 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최근 액시인피니티 같은 흥행 사례가 잇따르면서 국내 게임업계에도 세계시장을 겨냥해 NFT를 결합한 'P2E 게임'이 급부상하고 있다. 비록 국내에서는 P2E 게임을 불허하고 있지만, 게임사마다 앞다퉈 NFT 기반 게임 개발에 나서고 있어 P2E 게임이 2022년 게임산업의 '게임체인저'가 될 거란 기대도 크다.
4분기 게임사 주가 날았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4분기 들어 지난 11일까지 국내 증시에서 가장 많이 오른 종목은 게임빌(컴투스홀딩스로 사명 변경)이었다. 이 기간 게임빌 주가는 3만 원대에서 13만 원대로 무려 270%나 뛰었다.
위메이드(123%), 펄어비스(54%), 엔씨소프트(18%) 등 다른 게임주도 동반 급등했다. 이들 모두 NFT 기반 게임을 선보이겠다는 비전을 제시한 것이 주가 상승의 동력이 됐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NFT 게임 열광하는 이유는
업계에선 내년 P2E 게임이 본격적인 성장기를 맞이할 걸로 내다본다. 과거 게임은 주로 이기는 게(Play to Win) 목적이었다. 이용자들은 이기기 위해 돈을 쓰는 구조였다. 그런데도 공들여 키운 게임 캐릭터의 실질 소유권은 게임사에 있다 보니 이용자 불만이 적잖았다.
하지만 게임에 NFT가 적용되면 게임 캐릭터는 이용자 소유가 된다. NFT는 블록체인상에 디지털 창작물의 소유권을 저장해 희소성을 보장해준다는 장점이 있다. 무한 복제가 가능한 디지털 자산도 NFT로 만들면 원본 증명이 가능하다.
게임 사용자는 자신이 키운 캐릭터를 NFT 거래소에서 손쉽게 팔 수 있고, 거래대금으로 받은 가상화폐가 오르면 추가 수익도 올릴 수 있다. 이용자가 게임에 더 몰입하게 만드는 인센티브이기도 하다.
게임사로선 이런 방식 자체가 흥행에 도움이 된다. 게임 내 NFT 거래로 수수료도 챙길 수 있다. 지금은 게임 이용자가 아이템을 사면 판매액의 30%가 구글·애플 수수료로 나간다.
이창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내년 NFT 게임수가 증가하면 게임 흥행과 수익모델 다양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쳐 게임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다만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올해처럼 NFT를 앞세우면 주가가 모두 오르기보다, 쏟아지는 NFT 게임 가운데 오히려 옥석을 가려야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게임 자체의 콘텐츠가 좋고 재밌어야 가상화폐 가격도 오른다"고 말했다. 삼성KPMG 경제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국내에선 규제 리스크에 NFT 게임 출시가 막혀 있고 과열된 블록체인, NFT 시장에 대한 우려도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