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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돌 맞은 롯데홀… 이제는 공연·전시 융합 꿈꿔요"
  • 2021-09-17

"다섯 돌 맞은 롯데홀… 이제는 공연·전시 융합 꿈꿔요"

입력 2021.08.19 04:30
 

국내 유일 빈야드홀이자 클래식 전용 극장인 롯데콘서트홀(롯데홀)이 19일 개관 5주년을 맞았다. 그간 빈필하모닉오케스트라 등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를 비롯해 수많은 스타 연주자들이 무대를 다녀갔다. 하지만 롯데홀의 진정한 성과 중 하나는 공연장 문턱을 낮춰 '클알못(클래식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도 음악의 가치와 매력을 알려왔다는 점이다. 그 중심에는 2019년 1월 취임한 김선광(62) 롯데문화재단 대표가 있었다.

김 대표는 사실 롯데백화점 등에서 오랜 시간 몸담은 '유통맨' 출신이다. 때문에 그의 공연계 진출은 화제를 모았다. 18일 서울 롯데홀 집무실에서 만난 김 대표는 "유통과 공연사업 모두 고객, 관객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핵심 철학이 같다"며 "일반인이 즐겁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서비스,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봄철 석촌호수를 배경으로 산책하듯 관람하는 축제 '블러썸 유어 데이'나 여름음악제 '클래식 레볼루션' 등이 이런 취지에서 기획됐다. 김 대표는 "남은 임기 동안에는 낮시간 공연의 질을 끌어올려서 '마티네 콘서트' 문화가 정착되도록 힘 쓰고 싶다"고 했다.

관객 중심의 경영을 해왔던 그였기에 객석을 텅 비게 만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견디기 힘들었다. 임기 1년 만의 시련이었다. 김 대표는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공연장 수익이 줄어든 것도 문제지만, 전 직원이 오랫동안 준비한 공연들이 허무하게 취소되는 현실이 가혹하기만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떻게든 끌고 가보자" 하는 생각에 꿋꿋히 공연장 문을 열었다. 김 대표는 "불과 20명 관객을 모시고 무대를 만들었던 지난해 '클래식 레볼루션' 공연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녹록지 않은 여건이었지만 성과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11월 롯데홀의 상주 아티스트 제도를 출범시키면서 현악4중주단 '에스메콰르텟'을 발굴, 관객에 널리 소개한 것. 김 대표는 "우연히 유튜브를 보다가 연주력에 감탄해 기획팀에 섭외를 제안했는데, 결과적으로 양질의 공연이 열릴 수 있었다"면서 "코로나19 때문에 국내 연주자들에게도 공연 기회가 돌아간 것은 의미가 있다"고 했다.

최신 음향설비와 파이프오르간을 갖춘 대극장으로서 롯데홀은 신설 공연장들의 롤모델이 되고 있다. 내후년 개관하는 부천아트센터를 비롯해 각지의 공연장들이 롯데홀에서 자문을 구하고 있다. 김 대표는 "특히 콘서트홀 최초로 설치된 파이프오르간이 호평받고 있는데, 국내에서 듣기 힘들었던 다양한 오르간 곡들이 연주될 수 있다는 사실은 큰 자부심"이라고 말했다. 롯데홀은 국내 최초로 국제오르간콩쿠르도 창설함으로써 롯데홀만의 정체성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롯데홀은 예술의전당(예당)과는 필연적으로 라이벌 관계다. 클래식 팬들 사이에서도 선호도가 갈린다. 이런 이야기에 대해 김 대표는 "서울에 콘서트홀이 5개나 있다면 모를까 지금은 서로 합심해 좋은 공연 인프라를 만드는 일이 더 중요하다"면서 "예당이 오랜 시간 구축한 공연 노하우나 관객 관리 시스템을 참고해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민간 공연장으로서 공공 영역이 기획하기 쉽지 않은 콘텐츠로 차별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롯데홀은 재단이 운영하는 롯데뮤지엄과 연계해 전시와 공연의 장르를 융합하는 사업을 구상 중이다. 롯데뮤지엄은 롯데홀 옆에 있는 롯데월드타워에 있기 때문에 상호 접근성도 뛰어나다. 김 대표는 "공연을 좋아하는 관객 중에서는 미술 애호가도 적지 않은 만큼, 복합 장르나 협력 콘텐츠를 시도해 보고 싶다"고 밝혔다.

 
장재진 기자 : blanc@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