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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새 10억 원 버는 모델이 가짜?… 가상 인플루언서와 손잡는 유통업계
  • 2021-10-12 | 신기술 융합콘텐츠/기타

1년 새 10억 원 버는 모델이 가짜?… 가상 인플루언서와 손잡는 유통업계

입력 2021.09.12 20:30 수정 2021.09.13 19:05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구독자(팔로워) 수는 5만 7,000여 명에, 한 해 광고 수익만 1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한 생명보험사 광고에 출연한 후 광고계의 '블루칩'으로 부상한 22세의 영향력 높은 인플루언서 '오로지' 얘기다.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반 출생)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로지는 사실 인공지능(AI) 기술로 만들어 낸 가상인물이다. 뒤늦게 로지의 실체가 밝혀진 후 오히려 인기는 급상승, 기업들의 광고 러브콜도 쇄도하고 있다. 로지뿐만이 아니다. 쇼호스트로 나선 루시부터 노래하는 유튜버 루이 등도 상한가를 치고 있다.

최근 가상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유통가의 '버추얼 마케팅' 바람이 거세다. 향후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등을 기반으로 한 쇼핑 서비스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버추얼 마케팅의 잠재 성장성은 상당하다.

사이버가수 '아담'은 조용히 사라졌는데… 무엇이 다르기에

가상인물들은 기술 향상으로 사람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표현이 정교해졌고, 시공간에 대한 제약 없이 상황에 따라 다양한 콘셉트로 활용할 수 있다. 유명인을 활용한 마케팅보다 비용적인 측면에서 효율성도 높고, 실제 인물처럼 스캔들 등 돌발 변수가 발생할 우려도 없어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1990년대에 등장한 사이버가수 아담이 단발성 이벤트에 그친 것과 달리, 최근 등장한 가상인물들은 소비자와 직접 교감하면서 상업적 가치와 활용 범위도 확장되고 있다. 가상현실 스토리로 불어 넣은 생명력 덕분에 '가짜'란 거부감을 없앤 게 주효했다는 평가다. 가상인물의 일상생활을 소비자와 공유하면서 친구 같은 친근한 이미지를 구축한 것이다.

롯데홈쇼핑이 자체 개발한 가상인물 루시는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29세 모델이자 디자인 연구원이다. 루시는 지난 2월부터 SNS에서 취미와 쇼핑을 즐기는 일상생활 공유 덕분에 2만4,000여 명의 팔로워를 확보했다. 지난 4월, hy(옛 한국야쿠르트)의 사이버 아이돌가수 '하이파이브'의 목소리를 찾는 오디션엔 지원자가 몰리면서 100대 1의 최종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해외에선 이미 릴 미켈라라는 가상인물이 의류 브랜드 등을 선보이면서 지난해 한화로 약 130억 원의 수익을 거뒀다. 아직까지 국내에선 도입 초기 단계지만 향후 가상인물을 활용한 신사업 확대 가능성은 상당한 것으로 평가된다. 롯데홈쇼핑에서 루시를 영상으로 구현, 향후 쇼호스트로 활용할 방침을 세운 것도 이런 맥락이다. CJ온스타일은 최근 가상 유튜버 루이와 협업해 패션 브랜드 '더엣지'의 가을 신상품을 공개했다.

버추얼 마케팅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쇼핑 서비스가 지속성을 가지기 위해선 꾸준한 자극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AI 기술만큼 중요한 건 스토리텔링 역량"이라며 "지속적으로 가상인물을 활용한 새로운 콘텐츠를 확보해 소비자의 흥미를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소라 기자 : wtnsora21@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