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페이스북에서 공익과 사익 간 이해 충돌이 벌어지는 상황을 계속 목격했다. 그때마다 페이스북은 자신들의 이익에 최대한 유리한 것을 선택했다.” 페이스북이 유해 게시물을 방치했을 뿐 아니라 청소년에 미치는 악영향을 파악하고도 은폐했다는 사실을 폭로한 내부고발자가 3일(현지시간) 전면에 나섰다. 미국 언론에 자신의 신원을 공개하고 공익 제보를 하게 된 이유를 직접 밝힌 것이다. 이름은 프랜시스 하우겐. 2년간 페이스북 시민청렴팀에서 프로덕트 매니저(제품 관리자)로 일했던 전직 직원이다.
이날 CBS방송 시사프로그램 ‘60분’에 출연한 하우겐은 “다른 소셜미디어를 여럿 봐 왔지만, 페이스북의 문제는 과거 내가 경험한 그 어떤 것들보다 심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페이스북 합류 이전 핀터레스트와 옐프, 구글에서도 근무한 경력이 있는 IT 전문가다.
하우겐은 페이스북이 증오와 폭력을 부추기고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데 활용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회사 차원에서 게시물 삭제 등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자회사인 인스타그램이 10대 청소년의 자살률을 높이는 등 정신 건강에 유해하다는 자체 조사 결과를 얻고서도 이를 숨겼다며 관련 문건도 제시했다. 하우겐의 제보는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연속 보도로 이어졌고, 커다란 사회적 파장을 낳았다.
이날 WSJ와도 인터뷰를 한 하우겐은 “2019년 6월 페이스북 시민청렴팀에 합류했다”고 밝혔다. 전 세계 선거 이슈와 관련, 페이스북이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사례를 중점적으로 감시하고 조사하는 부서였다. 처음에는 페이스북의 약점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품었지만, 머지 않아 회의감으로 바뀌었다. 그는 “회사가 자체 연구를 통해 파악한 플랫폼의 부작용보다 회사의 성장과 사용자 참여를 우선시한다고 느꼈다”고 토로했다.
미국 대선이 끝나고 한 달 뒤인 지난해 12월에는 시민청렴팀 해체 및 인력 재배치 통보를 받았다. 그로부터 몇 주 후인 올해 1월 6일 국회의사당 난동 사태가 일어났다. 페이스북을 비롯한 각종 소셜미디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사기’ 주장을 퍼뜨리는 확성기이자 우익 지지자들의 결집 통로로 이용됐다. 당시 소셜미디어의 감시 소홀을 비판하는 여론에도 불구, 책임을 경시하는 회사 태도에 실망한 하우겐은 올해 5월 퇴사했다. 그는 “선거가 끝나자마자 회사는 안전보다 성장을 우선하는 과거로 돌아갔다”며 “나에게는 민주주의에 대한 배신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하우겐은 소셜미디어 알고리즘이 모든 문제의 근원이라고 지적했다. 사용자 참여와 반응을 이끌어내도록 고안된 알고리즘 탓에 사람들이 증오와 분열, 극단적 콘텐츠를 자주 접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알고리즘을 좀 더 안전하게 바꾸면 사람들이 사이트에서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 것이고, 광고를 덜 클릭할 것이며, 그러면 회사가 돈을 덜 벌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페이스북은 잘 알고 있다”고 꼬집었다.
지난달 하우겐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페이스북을 고발했다. 투자자 및 사용자에게 거짓 정보를 제공한 혐의 등 최소 8건의 고발장이 제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상원에서는 페이스북 청문회가 진행되고 있다. 하우겐도 5일 증인으로 출석한다. 페이스북은 “우리 회사는 수십억 명의 표현의 자유와 페이스북의 안정적 운영 사이에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유해 게시물을 조장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